[데스크칼럼]'전차의 딜레마'에 놓인 생활폐기물처리시설 논란
정영식 jys23@nhmirae.com
2020년 01월 31일(금) 14:57
경자년 새해 일출 취재를 나섰던 것이 불과 엊그제 일같은데 벌써 올해도 한 달이 지났다.

희망찬 새해를 맞았지만 연초부터 쉽지 않은 숙제가 던져졌다. 신규 생활폐기물처리시설 입지 선정을 둘러싸고 남해군과 주민들이 강대강의 대치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 그것이다.

지난달 생활폐기물처리시설 입지선정위원회가 봉성마을을 새로운 사업대상지로 결정하자 외금마을 등 사업대상지 인근 주민들은 반대의사를 피력했고 어제는 가두행진 등 반대집회를 열었다. 그간 이 과정을 두고 본지가 보도했던 것과 같이 주민들은 양보할 수 없는 생활권, 건강권 등의 침해를 들어 사업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

반대로 남해군은 현재 남해군의 쓰레기 매립장 현황 등을 고려할 때 반드시 신규 생활폐기물처리시설 건립은 이어져야 하며 이 또한 시간을 다투는 급한 상황에 놓여있는 처지다. 그러면서 주민들에게 공익적 관점에서 이 사안을 바라보고 이해해 주기를 당부한다.

이 논란을 보고 있자면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저서 중 '전차의 딜레마'를 논한 부분을 떠올리게 한다.

저자 샌델 교수는 시속 100km의 속도로 달리는 전차의 브레이크가 고장난 상황에서 전차 선로에는 다섯 명의 인부가 작업하고 있고 그 옆에 한 명의 행인이 서 있는 상황을 가정해 뒀다. 그리고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안을 제시해 과연 정의는 무엇인지를 묻는다.

첫 번째 상황은 비상철로로 바꿔 옆에 있는 행인 한 명을 죽이고 다섯명의 인부를 구할 것인지, 아니면 선로 옆에 있는 행인을 전차에 밀어 인부 다섯 명을 구할 것인지를 두고 선택을 강요한다. 샌델 교수는 고약하게도 숙제를 던지듯 상황만 내놓고 이에 대한 해답은 독자들의 판단과 선택에 맡겼다. 판단은 쉽지 않다.

생활폐기물처리시설을 둘러싼 양측, 남해군과 주민들의 입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다만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전차의 딜레마'를 단순히 직접적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당사자간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이 논란의 결론이 어떻게 마무리되건 그 과정 어디쯤에선가 이 글을 읽는 군민 개개인이 연루될 수 있는 문제다. 그래서 이 사안은 남해군 행정과 반대주민간의 갈등으로만 놓고 볼 일이 아니다.

남해군의 입장에서는 회피나 주민 반대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풀 여지는 없다. 그렇다고 현대 행정의 특성상 주민과 경쟁의 유형으로 이 갈등을 해소하기도 힘들다. 남은 것은 타협 내지 협력과 통합이다. 이 두 유형에서 필요한 것은 양자 모두의 이해와 인내다. 양보와 배려도 필요한 요인이 되겠다. 양자의 희생도 전제돼야 할지도 모른다.

부디 이 갈등이 양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고 장기적으로 더 좋은 관계를 형성해 가는 성장통이기를 바란다. 이 고민의 과정에 모든 군민들의 지혜가 모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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