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설날, '남해다운 것'에 대한 소고(小考)
정영식 jys23@nhmirae.com
2021년 02월 05일(금) 14:03
홍 성 진 발행인 겸 대표이사
신축년 설날이 다가왔습니다.

남해미래신문 임직원 모두 세배 올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설을 맞아 어릴 적 훈훈했던 설 풍경을 떠올리다 문득 '남해다운 것'을 우리는 얼마나 찾아내고 표현하며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내 고향 남해는 거친 파도와 싸우고 비탈진 산야의 그 척박함을 이겨내며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자랑스런 곳이다. 타 지역사람들은 '남해사람들은 부지런하고 생활력이 강하다' '똑똑하다' '단합을 잘한다' 등의 말로 평가를 갈음한다. 어쩌면 이 평가가 '남해다운 것' 중 하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런 외적 평가를 받게 만든 근본적인 것들이 진실로 가장 '남해다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관광이나 여행보다 우선 배고픔을 해결해야 했던 그 옛날에는 거친 바다와 산비탈, 좁은 농지는 열악한 조건들이었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랭이논 등의 '남해다운 것'이 탄생되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과거 열악했던 자연환경들은 오히려 남해다운 것들을 만들어 내는 원천이었고 이 과정에서 유의미한 공동체문화와 의식이 자리 잡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남해다운 것'으로 혹자는 칼바람 부는 추운 겨울날 해저문 바닷가에 바래하는 어머니의 애잔한 이미지, 뗄감이 부족한 시기에 겨울을 이겨내려 갈비를 모아 머리에 한 짐 가득 이고 지고 내려오는 부모님의 모습 속에 투영된 강인한 생명력을 들기도 한다. 오늘날 가천다랭이논이 재조명되며 그 가치가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것도 다랭이논 속에 숨어 있는 선조들의 삶에 대한 자세, 억척스러움과 강인한 생명력이 그곳에 숨어 있었기 때문이라 믿는다.

현재 남해군 산업구조는 과거와 크게 달라져 서비스산업 중심의 3차 산업이 40% 선에 달하고 있다. 관광서비스산업이 지역민의 핵심 먹거리로 성장한 것이다. 그렇지만 제주처럼 관광지를 연상시키는 '돌하루방' '해녀상' 같은 대표적인 상징 조형물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남해군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도약을 꿈꾼다면 지금부터라도 '남해다운 것'을 찾아내고 주민들의 공감대 속에 이를 잘 형상화해 알려야 한다. 그것이 조형물이나 건축물, 그리고 벽화 속에 활용되어 연상작용까지 불러 일으켜야 관광지로서 면모를 갖추는 것이라 생각한다. 관광산업은 그저 자연환경을 만끽하는 데 머물거나 체험거리조성에서 멈춘다면 그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든 분야다. 그 지역의 오롯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공동체의 정신이 각종 관광자원에 남해다운 것으로 잘 설명되고 표현되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신축년 새해를 맞아, 남해의 정신과 정서가 담겨있는 가슴 찡한 '남해다운 것'이 제대로 형상화되어 조형물이나 건축물, 그리고 마을 벽화에 담겨지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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