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남해LNG발전소 유치, 과연 온당한가?
정영식 jys23@nhmirae.com
2021년 06월 11일(금) 11:04
<혼기가 꽉 찬 아들을 둔 한 부모가 있다. 이 부모는 아들의 혼사를 위해 백방으로 혼처를 구하고 다녔다. 그러던 중 한 곳과 혼담이 오갔고, 당장 혼례라도 치를 것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던 중 내일이라도 식을 올릴 것 같이 보였던 상황이 반전되며 퇴짜를 맞았고, 아들의 혼삿길은 막힐 지경에 처했다. 사정이 급박해진 아들의 부모는 과거 잠깐 혼담이 오갔던 옆집 처자를 다시 떠올렸고, 여전히 사돈을 맺을 의향이 있는지를 살폈다. 옆집 처자의 부모는 사위될 사람의 대략적인 사정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현재 직장은 있는지, 성격은 모나지 않은지, 가족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을지를 살피고 물었다. 그러자 사돈을 맺자던 옆집 부모는 그런건 걱정 말고 일단 혼인신고부터 하고 난 뒤에 천천히 따져 보란다.>

지금 남해군에서 빚어지고 있는 LNG 발전소 유치과정을 두고 이런 비유가 회자된다.

'혼기가 꽉 찬 아들'은 폐쇄를 앞두고 있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고, '아들의 부모'는 발전사업자다. '옆집 처자'는 서면 중현일원의 땅과 주민들이고, '옆집 처자의 부모'는 남해군과 남해군민이다.

조선산단부터 석탄화력발전소, IGCC 발전소 유치까지 이어져 오며 제한된 개발을 통해 남해군 경제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남해군의 절실함을 공략해 발전사업자는 규정에 따른 것이라며 비상식적인 절차를 들이 밀고, 한 달 안에 답을 내놓으라고 몰아붙인다.

딸아이의 미래를 생각해 사전에 따질 건 따지고 살필 건 살펴야 할 부모는 이런 판을 걷어 차도 시원찮을 판에 이번 혼담이 무산되면 우리 딸아이 혼삿길이 막힐지도 모른다며 머뭇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십 수년 전 조선산단에서 최근 LNG 발전소 유치논란까지 이어지는 동안 많은 남해군민들은, 특히 서면 중현지역 주민들은 참으로 많은 기대와 그만큼의 실망을 경험해야 했다. 대체로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우리 남해가 조금이라도 더 잘 살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그 길을 택하려 했고, 결과는 이미 주지하듯 실패로 귀결됐지만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 희망을 이용해 발전사업자들은 마치 대단한 선심이라도 쓰듯 한 달 내에 잡으려면 잡고, 말려면 마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거 조선산단에서부터 IGCC 유치과정에 이르기까지 지역언론에 종사하면서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가급적 제시된 조건들을 냉철히, 또 능력이 닿는 한 면밀히 분석해 군민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부족할 때가 더 많았지만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이번만큼은 참 그 일이 쉽지 않다. 온배수, 송전선로 등에 대해서는 검증할 정보조차 없는 상황이고, 경제적 기여효과에 대한 검증도 예상되는 손실이 명확치 않으니 대차대조가 쉽지 않다. 이를 분석하고 검증할 시간조차 주어져 있지 않다. 일련의 이 과정들이 과연 온당하고 적절한가? 답은 보이지 않고 무수한 물음표만 제기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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