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LNG 발전 유치, 남해군이 '결자해지'해야
정영식 jys23@nhmirae.com
2021년 06월 21일(월) 10:10
서면 중현지구 일원에 1천MW 규모의 LNG 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이 사실상 또 한 번의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같은 결과는 사실상 남해군이 유치의향서를 제출한 순간부터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미 수많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과 같이 남해군은 지난달 중순 남동발전과의 LNG 발전소 유치 면담 후 서면 중현발전위원회 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차례의 사업설명회를 거친 뒤 주민들의 유치건의서를 근거로 지난달 31일, 공식적인 유치의향서를 제출했다.

2012년 석탄화력발전소 유치 논란을 겪으면서 극심한 민심 분열과 지역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얻은 학습효과 탓에 군민들의 인식 수준은 높아진 반면 발전사업자는 군민들이 궁금해 하고 우려하는 사항에 대해 유튜브 영상 몇 개 보여주며 눙치고 넘기려는 태도로 군민들을 우롱했고, 남해군은 군민의 입장에서 발전사업자의 사업계획을 면밀히 검증하고 군민들의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해 주지는 못할망정 발전사업자의 농간에 장단을 맞추는 웃지 못할 촌극을 빚었다. 2012년의 논란을 겪은 뒤 군민들은 더욱 똑똑해 졌지만 남해군만 더 멍청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언한 것과 같이 LNG 발전소 유치 과정에서 남해군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는 우를 범했다. LNG 발전소 유치를 두고 군민간 찬반 논란이 이어질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민심 분열과 지역갈등이 초래될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한 달 남짓한 빠듯한 시간 내에 주민과 의회 동의 등의 절차를 거치겠다는 무모한 발상이 예견된 실패를 가져온 셈이다.

남해군은 서면 중현지구 주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고려하면 유치의향서 제출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강변하지만 결과적으로 서면 중현지구 주민들에게는 또 한 번의 '희망고문'이 이어진 셈이고,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면 이를 풀어 헤쳐 제대로 끼우려는 노력이라도 보였어야 하지만 남해군은 무모하리만치 후속 절차를 강행하면서 결실은 없이 군민들만 피곤하게 만들었다.

"주민들의 뜻에 따르겠다"는 남해군의 말에는 책임의식이라곤 없다. 특정 사안과 정책에 대한 합리적이고 면밀한 행정적 검토 없이 일단 주민들에게 던져놓고 결론을 내달라고 한다. 군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면서도 군민들이 판단할 자료나 근거에 대해서는 "발전사업자가 내놓지 않으니 우리도 별 도리가 없다"한다. 이런 태도가 과연 장충남 군정이 주창해 온 책임행정인가?

특히 민심분열과 지역갈등을 초래할 것이 뻔한 중요한 사안을 주민들에게 던지면서 한 달 이내에 결론을 지어달라고 하는 것이 숙의민주주의를 표방해 온 남해군이 취할 태도인지 의문스러울 따름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그 옷을 입는 사람도 불편하지만 보는 사람도 민망하다. 지금이라도 남해군이 LNG 발전소 유치과정에서 잘못 끼워진 단추를 다시 끼우는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이 논란을 조속히 마무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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