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남해대교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정영식 jys23@nhmirae.com
2021년 09월 10일(금) 13:37
필자의 군 시절 이야기다. 신병 훈련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은 첫날, 선임들의 첫 질문은 "집이 어디냐?"다.

바짝 군기가 든 '이병 정영식'은 "남해입니다!"라고 패기 넘치게 대답하면 늘 되돌아오는 반응은 "남해가 다 니네 집이냐? 남해 어디?"라는 질문이다. 반복되는 반응에 선임들의 뇌 속을 유추해 보자면 이들의 머리에 '남해'는 대충 거제나 통영쯤이 '남해'라고 인식됐던 듯 하다.

이는 필자만의 기억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군대를 다녀온 또래 동네 친구들과 이런 저런 자리에서 군대 이야기가 나오면 같은 부대를 나온 마냥 같은 질문, 같은 대답에 비슷한 반응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겹쳐 회자됐다.

이후로는 선임들의 질문에 '남해'를 딱 부러지게 설명하기 딱 좋았던 소재는 '남해대교'였다. "남해대교 있는 곳이 남해입니다"라고 대답하면 열에 여덟 아홉은 "아! 그래?"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은 교육과정이 바뀌어 어떤지 모르겠으나 필자의 학창시절 교과서에는 사회 과목에 '남해대교'가 들어 있었고, 때문에 교과서 한 쪽 귀퉁이에 '국내 최초, 아시아 최장의 현수교'라는 설명과 함께 남해 사람들에게는 '가족사진'처럼 느껴지는 익숙한 사진까지 포함돼 있었다. 비슷한 또래, 같은 교육과정을 밟은, '남해'를 몰랐던 선임들도 '남해대교'는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서설이 길었다.

1973년 남해 사람들의 삶을 뒤바꿔 놓은 '남해대교'가 이제 새로운 부활을 꿈꾸고 있다.

남해군이 개통 50년이 다 되어가는 남해대교를 남해군을 대표하는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변모시킬 계획을 내놨다. 바로 남해대교 관광자원화사업이 그것이다.

50여년간 남해 섬 사람들을 육지로 이어주던 교량의 기능을 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장될 수 있었던 남해대교를, 남해 사람들과 한때 신혼여행과 수학여행을 다녀간 나이 지긋한 고령과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의 장소로, 젊은이들에게는 액티비티한 체험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사업을 수행할 용역사도 선정됐다. 해당분야에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한국종합기술이 선정돼 '보물섬 남해문 열다'라는 슬로건으로 남해대교 인근 노량마을 활성화와 주탑 전망대와 주탑 클라이밍, 짚라인 등 요즈음 '핫하다는' 액티비티 체험거리를 탑재하고 수변공간과 교량 상판을 활용한 다양한 시설들을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2025년까지 단계별로 추진될 남해대교 관광자원화 사업은 총 190억원이 소요될 계획이다. 용역사 제안 내용에 담긴 '보물섬 남해문 열다'라는 슬로건 앞, '추억을 간직한 채 세계로 다시 시작'이라는 부제에 더욱 눈이 오래 머무는 것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남해 사람들에게는 물론이고 개통 전후로 이 곳을 찾은 많은 이들에게 남해대교는 감정적 기억자산으로 남아 있다. 본격 개시되는 남해대교 관광자원화 사업이 더 많은 이들에게 남해군을 알리는 랜드마크로, 많은 이들의 '추억자산'을 만드는데 제 역할을 다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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