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어디에도 어르신들은 없었다
홍성진 발행인 겸 대표이사
2023년 02월 03일(금) 13:39
어느날 방을 빼라는 통보를 받았다. 전후 사정은 짧은 통화로 마무리되고 2월 28일자로 폐업신고를 했으니 연로 하신 어르신들을 다른 노인시설로 옮겨 주시길 바란다는 통보였다.

사거리를 오가며 화방동산 노조의 피켓을 보았고 비노조 피켓도 본 것같다. 그러나 정말 한달을 남겨놓은 시점에 더구나 이 한겨울에 어르신을 옮겨달라고 통보할 줄은 몰랐다. 정말 폐업까지 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한 일이기에 당황스럽고 황당했다. 더구나 거동을 못하거나 말 못하는 불편한 중증 어르신들을 수용하는 시설이기에 누워 계신 당사자 어르신의 마음은 어떨지 생각하니 그 어떤 이유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것이 현실이자 우리 사회가 보내는 어르신들에 대한 예우의 정도라 생각하니 분노까지 치밀어 오른다. 이 글은 실제 중증 어르신을 화방동산에 모신 어느 보호자의 넋두리이다.

유년기를 지나 청소년기, 중장년기 이후 맞이하는 현 시대의 우리네 생의 코스는 재가복지시설, 주간보호시설, 요양원, 그리고 노인전문병원으로 이어진다. 노-노갈등, 노사갈등, 높은 업무강도에 비해 다소 불만족스런 요양보호사 처우, 늘지 않는 입소자에 따른 경영악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장기요양법, 말로는 노인복지를 외치지만 시설들의 현실을 외면하는 입법자들, 수가에 대한 조정없이 어르신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이던 법이 어느새 2.3명당 1명으로 올부터 의무 고용해야 하며 2025년에는 2명당 1명으로 바뀌는 현실. 들려오는 이들 이유 속에는 침대에 누워 있는 중증 어르신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필자를 포함 다수가 내 주머니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살 뿐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처우를 당한 어르신들의 감정이나 눈물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 생각하니 언제가 우리도 후손들에게 그렇게 취급 받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케 된다. 남해군은 뭐했느냐는 질문에 지난해 11월부터 노조원과 비노조원을 만났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군수 이하 실과장, 담당자 모두 시설을 찾아다니며 해결책을 모색했다고 한다.

생의 주기에 따라 진행되는 중증 어르신들이 머물 수 있는 요양원이 폐업한 사실은 고령층이 많은 남해군에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남해군은 시설의 현실을 살펴보라 정부에 건의해 주길 바란다. 나아가 이 시설이 장기요양법에 따라 인건비나 운영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시설이라면 단호하게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는 말보다는 이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지역 복지시설에 대한 플랜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 복리후생과 어르신 케어를 잘해 요양보호사나 보호자들이 선호하는 시설로 평판을 얻었든 화방동산이기에 무척이나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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