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기본부터 갖춰달라, 450g과 350g 이야기
홍성진 발행인 겸 대표이사
2023년 03월 31일(금) 15:45
겨울에 땅이 얼어 사실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강원도에서는 남해가 축복받은 고장이라고 한다. 겨울에도 시금치가 자라고 마늘이 성장하는 남해다 보니 한겨울에도 논밭에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면이 바다여서 부지런히 움직이면 바다에서도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곳이기에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강원도에서 남해로 삶의 터전을 옮긴 한 분은 "예전에 남해시금치가 이렇게 맛이 있는 줄 몰랐다. 식당을 운영하다보니 밑반찬에 신경을 쓰는데, 그 어느 지역 시금치보다 남해시금치가 식감도 좋을뿐더러 달고 맛있다"면서 "아마 식당을 운영하거나 남해시금치를 먹어 본 분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며 필자에게 남해예찬론을 피력했다.

그럼에도 남해시금치는 농산물의 기준가격이 설정되는 대표적 도매시장에서는 경매사마저 회피하는 상품인 듯하다.

경매사들조차 물건을 확인하면서 실망하는 곳이라 자신이 생각한 가격만큼 나오지 않아도 재경매를 잘 진행하지 않는다. 맛은 별개로 하더라도 상품의 기본도 갖추지 않은 물건들이 많다는 지적도 있었다. 본지는 지난 2월 가락시장을 찾았고 시금치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청과의 경매사를 만났다. 남해시금치가 어떻냐는 질문에 경매사는 "기본부터 갖췄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노란잎이 가득하고 선별도 안된 상품이 왔길래 도저히 경매에 붙일 수 없어 해당 출하처에 전화를 넣어, 이 물건은 경매장에 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물건의 상태도 상태지만 중량조차 너무나 차이가 심하다. 아무리 무게를 달아도 450g이 아니라 350g이다. 경매사는 농가의 물건을 최대한 좋은 값에 경매하려 노력하는 사람이지만 기본은 갖춰줘야 한다"며 "전화로 양해를 구했다"는 내용이었다.

가장 빛나는 옥석도 다듬어야 빛을 발한다. 좋은 상품을 가지고도 상거래의 기본인 중량, 세척, 규격조차 맞추지 못한다면 차라리 가락시장으로 시금치를 진입시키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왜 남해시금치는 기본조차 잘 지켜지지 않는지 구조적 유통시스템에 대해 본지는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농산물을 취급하는 경제사업은 인사이동과는 별개로 운영되어야 그나마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어려운 분야다. 한 겨울 농가의 거의 유일한 소득원인 시금치, 좀더 고생하고 유통스킬만 달리한다면 최고의 맛 보물초로 지금보다 농가 소득을 2배이상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믿는다. 450g과 350g에 보물초가 매도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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