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해사람, 그리고 남해미래, 동남해농협 강광표 상임이사

만 37년 남해농업·농촌과 함께한 끝없는 도전
완두콩·머위·고사리·참두릅 농가소득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

홍성진 선임기자
2023년 11월 24일(금) 13:34
군내 농협과 농가에 유통 및 경제사업의 전문가로 알려진 동남해농협 강광표 상임이사가 내년 1월로 농협을 떠난다. 1986년 농협에 입사, 만 37년간 남해농업·농촌, 그리고 농가와 함께 외길을 걸어온 그이기에 그를 아끼는 많은 조합원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본지는 37년의 남해농업의 역사와 함께 해온 강광표 상임이사를 만나 남해농업 역사와 농업 관련 노하우, 향후 남해농업 발전을 위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기로 했다. 남해에 완두콩, 머위, 고사리, 참두릅 등의 작목을 히트시키며 농가소득을 끌려 올린 노고를 되새기며, 향후 남해농업 발전을 위한 그의 생각을 지면으로 담는다. 37년의 현장에서 깨달은 노하우가 후배 농협인들에게 전달되기 바라며, 37년의 남해농업 역사를 되돌아 본다. <편집자 주>



▲인터뷰에 응해 줘서 감사하다

= 잘한 일보다 아쉬운 일이 많은 사람을 찾아줘 감사하다. 인터뷰 제안을 받고 며칠 동안 37년 동안 제가 경험한 남해농업의 역사를 뒤돌아보니 정말 바쁘게 살아온 것 같다. 미천한 경력이고 자랑할 건 없지만 제 경험과 소회가 후배 농협인과 지금도 농업농촌을 지키는 농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젊은 패기로 90년대 초, 완두콩 하우스 시범사업 벌인 것으로 안다

= 90년대 초, 당시 남해서는 하우스 농사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겼던 시절이다. 태풍에 견딜 자재가 변변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완두콩 재배가 농가소득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 조합장께 완두콩 하우스 시범사업을 건의, 책임을 지고 일을 벌였다. 창선 관내 5농가 100평식 선정해 완두콩 하우스 재배에 나서며 농가와 연구를 거듭했다.

당시 젊은 패기만 가지고 사업을 벌였는데 다행히 성과를 거뒀다. 11월 파종해 이듬해 3월 수확 후 높은 값에 판매했다. 당시 20kg 쌀 한가마(3만원)보다 완두콩 10kg를 더 비싸게 팔았다. 반신반의했던 5농가 모두 성공을 거두자 농가마다 자체 완두콩 농사를 시작했다. 상신마을작목반(약 45농가)도 1마을 1명품사업에 선정되어 불모지던 하우스 농사가 군내서 크게 일었다. 어려운 농사일이지만 이 일이 조합원의 유일한 소득원이라는 사실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배웠기에, 아마도 젊은 패기로 겁도 없이 시범사업을 벌였던 것 같다.



▲ 군내에서 머위를 고소득 효자작목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 그 뒤 완두콩 하우스 농사도 4~5년 넘어서니 연작장애 등으로 생산량이 떨어져 참여농가와 함께 새로운 소득작목을 찾는데 골몰했다. 그러던 중 당시 대구, 부산 상인들이 봄이면 인근 삼천포시장에 와 머위를 비싸게 사가는 것을 보고 머위 재배방법과 유통에 대해 농가와 함께 고민했다. 여름이면 농가와 함께 머위 뿌리를 캐러 다니며 종자확보에 나섰다.

90년대 중반 충남 공주 정안농협에서 4kg 한박스에 머위가 1만 2000원에 팔려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자비로 3농가를 모시고 견학을 떠났다. 이곳에서 머위 뿌리를 여름에 캐어 저온저장고에 보관하는 방법을 배웠고 유통도 함께 알아나갔다. 3농가와 함께 머위 뿌리를 심고 15일 후 순이 나왔고 가을에 수확을 했다.

당시 공판장에 나온 대구상인들이 머위를 얼마든지 가져가겠다고 해 판로도 확보했다. 이 소식을 접한 남면 양지마을 주민들이 뿌리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를 해 와 보관된 머위 뿌리를 제공했다.

이것이 시초가 되어 지금까지 남면 양지마을에서는 20년 가까이 머위재배로 소득을 올리고 있다. 현재 양지마을 15농가가 머위를 재배하고 있는데, 지난해 모 농가는 400평 농사로 가락시장에서 5천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렸다. 겨울철 무가온 하우스 재배로 평당 1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작목인 머위농사는 현재 남면 양지마을의 효작작목이 되었다. 25년 경력의 농가 머위는 현재 가락시장에서 연속 최고 가격을 찍고 있다.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 충청도 부여나 공주 지역에서 머위시장을 좌우하고 있는데 우리도 머위농사 확대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 나갔으면 한다.



▲ 창선농협이 고사리 유통사업에 뛰어들게 만든 것으로 안다

= 창선고사리의 시작은 아마도 70년대 박주용 어른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그는 밀감, 단감농사를 시도했지만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단감나무 주변에 살진 고사리들이 나와 이를 채취해 삼천포시장에 팔다보니 비료값도 되고 급기야는 돈도 됐다. 그 어른을 만난 것은 고사리 농사를 15년 정도 이어온 시기였다. 이후 어느 정도 규모화에 성공했고 소득작목으로 주위에 알려져 90년대 중후반기에 창선면에 고사리가 집중재배 되었다.

당시 창선고사리의 유통은 삼천포시장을 찾는 건채류 수집상인들에게 좌우되었다. 삼천포시장을 좌우할 만한 물량이었지만 농가가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농가 소득보전을 위해 농협에서 고사리 유통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직원들과 함께 조합장을 찾아가 고사리는 임산물이긴 하지만 농산물에 속하기에 지금 농협이 고사리 생산과 유통을 책임져야 한다고 건의했다.

당시 고사리 생산농가 대부분이 조합원이었기에 힘들게 생산한 고사리를 어떻게든 농가가 제값을 받도록 해야 했다. 이런 연유로 창선농협이 본격 고사리 유통사업에 나서게 됐다.

97년 당시는 현재 고사리면적의 절반 정도였고 생산량도 30~40톤 수준이었다. 제가 동남해농협으로 자리를 옮겼던 2006년에는 농협의 건고사리 매취물량은 97년 예상 생산량 보다 두 배 많은 80톤이었다. 창선농협의 고사리 뿌리공급 사업 등으로 현재 창선고사리 생산량은 농협 취급 물량(90~120톤) 외 기타 판매량까지 포함하면 140톤을 넘어서고 있다.



▲ 동남해농협 참두릅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 90년대 중반까지 창선에 두릅재배농가들이 제법 있었다. 생고사리를 사려 오는 분들이 두릅을 kg당 1만8천원~2만원에 사갔다. 이 사실에 착안 남면 양지에 시범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초기 의지를 가진 한 농가의 900평 밭에 두릅을 심었고 두릅 뿌리확보와 재배방법을 배우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 900평 시범포에서 첫해 두릅이 좋았고 유통도 성공적이어서 이듬해 50여 농가가 참여했다.

이후 지자체와 농협의 사업지원으로 지금은 120~130농가가 두릅을 생산하고 있다. 내년에는 40~50농가가 참여키로 해 참두릅 생산농가만 170~180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4년 전 남면 관내에서 900평으로 시작된 참두릅농사가 올해 7~8만평으로 확대된 것이다. 두릅은 봄이 빨리오는 강점도 있어 산채 봄나물류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해 남면 덕월리 참두릅은 가락시장에서 kg당 8만 4천원에 팔려나갔다. 봄나물이다보니 이후 내륙에서 두릅이 나오면 가격이 하락하는 면은 있지만 수확이 빠를수록 농가소득 보전에 큰 도움이 되는 작목이다.

참두릅을 일찍생산하는 농가의 경우 kg당 4만~8만원 선에서 판매하고 있다. 원순 판매 후에도 곁순이 또 나와 두 번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특징도 있다. 통상 3월 20일 경부터 4월 20일 사이에 집중 수확되기에 타 작목과 작기가 겹치지 않아 농사도 수월한 편이다.



▲ 시금치와 마늘 관련 말씀부탁드린다.

= 남해시금치의 맛은 정평이 나있지만 상품화하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 선별, 깔끔한 단작업 등등의 문제다. 좋은 상품을 제대로 포장했으면 한다. 오늘 수확해 선별 후 비닐에 넣어 오후에 마을공판장에 내어놓으면 뒷날 경매 후 농협에서 통장에 바로 정산해 주니 농가에게는 정말 재미가 있는 농사다. 너무나 편한 방식이다 보니 단작업으로 한값 더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편한 벌크방식에 머물고 있지 않나 싶다.

그렇지만 시장환경이 급변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단작업 중심의 포항초나 연꽃 모양의 두꺼운 비금초와의 경쟁은 논외로 하더라도 당장 중매인들이 남해보다 고성군으로 몰리고 있는 현상을 주시해야 한다. 고성의 시금치 농사는 남해보다 늦게 시작됐다. 그런데 기존에 남해로 왔던 중매인들이 고성군으로 가고 있다.

고성군의 경우 벌크보다 주로 단작업에 매진하다 보니 중매인의 입장에서는 벌크 구매 후 다시 단작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비싼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에 남해에서 필요한 물량만큼 조금 사고 대부분 고성군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벌크를 사들이는 물량도 줄어 남해시금치 값이 떨어지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농가 고령화로 어렵겠지만 선별, 단작업 등으로 상품화해야 만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같다. 최고의 맛을 가진 남해시금치, 상품화를 위해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 마늘은 저 또한 관심사다. 그렇지만 국민식생활의 변화로 아린 맛보다 순한 맛이 나는 대서마늘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또 김장 문화가 사라지다보니 남도마늘의 인기가 예년만 못하다.

업자들에 따르면 마늘시장에서 상인들의 구매의향은 80%가 대서마늘이라 한다. 대서마늘이 우리의 토질에 맞지 않다면 대농가 육성과 기계화에 매진하는 자구책도 필요해 보인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남도마늘의 약용화 방안에 특히 매진해야 할 것 같다.



▲ 농협의 경제사업 약화, 신용사업 위주라는 지적에 대해

= 최근 농협의 내년사업계획을 분석하니 경제사업은 구매 및 판매 등의 농산물 경제사업물량은 10년 전보다 10% 정도 감소했다. 농산물 가치는 올라가지만 경제사업물량은 줄어들고 있다. 농촌이 노령화되는 만큼 농협 경제사업도 줄어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인 된 것 같다.

농협의 존립을 위해서라도 대도시 대외 신용사업에 눈을 돌려 지도사업과 경제사업을 지지할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그럼에도 저는 하동 옥종지역을 주목한다

딸기농사로 농민이 잘 사니 농협도 잘 살고 도시로 나간 자녀들과 청년들이 귀향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되는 사업에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군에 농업특보를 만들어서라도 농업분야에 전력을 다해 주었으면 한다.

특히 방역 등에 강점을 가진 남해에 축산단지를 만들어 젊은층에 분양하는 방안도 연구해 주었으면 한다. 축산 관련법 개정으로 지금은 자본과 인근 민원을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 후배 농협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 많은 조합원들께서 젊은 후배 농협인들이 상당히 친절하다고 평가를 하고 있어 정말 다행이다. 그렇지만 시골에서 농사를 직접 경험을 하지 못한 후배 농협인들에 대한 걱정 또한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농협은 일반은행과 달리 농업농촌을 그 근간으로 하는 협동조합이다. 여수신업무의 비중이 높아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농업 지도나 경제사업이라는 가장 근간 업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농가를 뛰어넘는 지식과 시장을 바라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농약판매업무 하나라도 일반 농약상보다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조합원 농가의 신뢰를 받는 농협이 될 수 있다. 단위농협은 농협의 가치를 실현하는 최일선에서 일하는 중요한 조직이다.

농가의 소득을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농업농촌을 걱정하며 열심히 공부해 나가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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