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보물섬 수산' 류일숙 대표 - 작은 생선가게에서 제품 특허부터 응용 개발·런칭까지…

'민어 대신 장어', 특허 받은 어탕 육수 공법 활용한 펫푸드 제품 선보일 예정
브랜드네임은 '펫-바흐', 내년 1월에 본격 출시 계획
'아이디어가 곧 자산'임을 보여준 소상공인의 꿈

백혜림 bhr654@nhmirae.com
2023년 12월 15일(금) 14:01
▲펫푸드 런칭 계획을 준비 중인 류일숙 보물섬수산(구 대창수산) 대표
▲특허 받은 제조법을 응용해 만든 액상 형태의 펫 푸드, 출시 예정인 펫푸드는 장어 원물을 고아 만들어진다. 현재는 포장 디자인이 진행 중인 단계로 시제품의 모습이다.



올해의 마지막 달인 12월, 2023년 달력의 마지막 장이 곧 넘어간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맞이 준비로 들뜬 연말의 분위기를 남해의 낮과 밤, 거리 곳곳마다 느낄 수 있으며, 유난히 붐비는 읍 사거리를 따라 쭉 걷다 보면 주민들의 걸음걸이가 더욱 활기를 띄는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향긋한 내음을 뿜어내는 탐스런 과일들이 쌓인 청과물가게, 직접 캔 나물과 채소를 가져와 파는 행상 할머니, 이른 아침부터 시장기를 돋우는 국밥집의 구수한 고깃국물 냄새가 골목 어귀마다 퍼지는 이곳은 남해전통시장이다.

이곳 시장거리를 가로질러 걷다보면, 작게 자리한 얼음집과 혼수방이 마주보는 곳에 생선냄새가 물씬 풍기는 어시장에 들어서게 되는데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주민들의 움직임은 활기를 띈 채 각자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수산물 상인들의 또렷한 눈빛과 날래고 군더더기 없는 동작들은 차가운 겨울의 공기와 대비되는 그들의 뜨거운 삶의 현장에 들어섰음을 느끼게 했으며, 그들 사이로 '보물섬수산'이라고 적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이곳, 어시장 골목 사이에 있는 작은 수산물 가게 '보물섬수산'에서 민어를 이용한 어탕 육수 제조법으로 특허까지 따냈던 류일숙 보물섬수산 대표를 다시 만나 근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편집자 주>



■"특허를 따낸 지 2년, 그동안 어려움도 있었지만 아이디어 구상은 멈추지 않아"

류일숙 대표는 특허를 딴 후 2년간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며 말문을 열었다.

2년 전에 화학 첨가물을 일절 쓰지 않고 자연공법을 이용해 비린내를 잡은 민어 어탕 육수의 제조법을 개발했고 특허를 땄으며, 이에 그치지 않고 제품화 및 유통·생산을 계획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고 밝히며, "특허를 따낸 어탕 육수가 맛도 퀄리티도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 허나 그 당시에는 대량생산과 유통을 개인이 도맡아서 하기란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류일숙 대표는 "납품한 여러 업체에서 시장 평가가 워낙 좋았고, 심지어 사천휴게소에도 납품을 했지만 현실에서 제조 기반 시설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뛰어넘기란 쉽지는 않아 현재는 납품을 중단한 상태다. 대량생산의 과제에서 해결점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끊임없이 고민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으며, "다른 방안을 찾고 연구한 결과 제품 생산을 맡길 수 있는 식품업체를 찾고 특허를 따낸 제조법을 활용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시장을 탐색했다. 그러다 펫푸드 시장이 눈에 띄었고 제품화를 시도해 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선을 고아 만든 것은 사람에게 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좋은 보양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겼다"고 밝혔다.


■"'민어 대신 장어' 고은 펫푸드, 아이디어는 어릴 적 경험과 '장어즙'에서 얻어"

바다생선인 민어의 원물을 고아 어탕 육수를 만들어 특허를 얻은 것을 펫푸드에 어떻게 접목시킬 생각을 했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류일숙 대표는 웃으며 "어린 시절 집에서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다. 키우는 강아지에게 밥을 줄 때 생선을 자주 삶아줬었는데 강아지가 정말 좋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며, "대부분 유통되는 개의 사료는 건식인데 개인적으로 개를 키워본 결과 습식 사료가 적합하다고 생각되었고 선호한다고 느꼈다.

또한 저를 담당하시는 변리사분이 계시는데, 그 분께 장어즙을 선물로 드린 적이 있다. 그 분이 키우는 강아지가 장어즙을 잘 받아먹는 것을 보고 담당 변리사님께서 특허 받은 제조법을 펫푸드에 접목시키는 것은 어떠냐는 조언을 해주셨고 좋은 생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양하게 제조법을 활용하고 연구한 끝에 민어 대신 장어를 고은 하얀 액상 형태의 펫푸드를 최종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학 첨가물·방부제·항생제 일절 쓰지 않고 장어 원물 그대로 고아 만든 강아지의 웰빙 보양식"

런칭될 펫푸드 제품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질문에는 "우선 2년 전 특허를 받은 어탕 육수 제조법은 민물생선이 아닌 바다생선인 민어 원물을 내장과 아가미를 빼내고 깨끗이 씻은 후 비린내를 잡아주는 자연 재료와 함께 대여섯 시간 동안 푹 고아 만드는 것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특허 받은 제조법을 이용해 만든 펫푸드는 민어가 아닌 장어의 원물을 썼으며, 동일한 점은 인공 첨가물·방부제·항생제를 일절 쓰지 않고 자연배합재료를 써 건강한 보양식이라는 주제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데 주안점을 뒀다"라고 전했다.

또한 "런칭 예정인 펫푸드는 그냥 먹여도 되고, 밥에 말아줘도 되며, 건식 사료와 섞어서 먹을 수 있는 간편함도 신경을 썼다. 개나 고양이, 사람이 먹어도 아무 문제없을 정도로 수없이 연구하고 테스트해 믿고 먹을 수 있는 반려동물의 먹거리로, 하얀 액상 형태이기에 노견들이나 환자견들의 보양식으로도 아주 제격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제품 생산을 맡을 회사인 우도식품과의 협약을 체결해 대량 생산의 과제도 해결했다고 전하며, 레토르트 진공 포장을 도입해 식품 보존 기간을 늘리고 상온으로도 보관이 용이하게끔 편의성에도 신경을 썼다고도 덧붙였다.



■"현재 계획과 진행과정은 마무리 단계, 해외 수출까지도 염두"

현재 진행과정에 대한 질문에는 "수요 시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본과 마케팅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서울의 한 업체와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계획을 진행 중이다.

이는 남해전통시장에서는 거의 최초 사례라고 볼 수 있겠다"며, "제품 생산은 아까 말했듯 우도식품과의 협업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고 제품은 성분 분석 단계를 거의 끝냈으며 포장디자인 단계에 있다. 아마도 내년 1월에 본격적으로 런칭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또한 '펫-바흐'라는 브랜드 네임도 정했다고 전하며, 이에 대해서는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에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바흐', 고급자동차 '마이바흐'에서 '최고의 품격'이 느껴진다며 '바흐'라는 단어를 붙였다고 한다. 이어 마케팅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는데, 스마트스토어를 비롯한 인터넷 쇼핑몰, 애견카페, 애견펜션과 같은 애견 관련 업체들에게 납품하며 적극 제품 홍보를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내뿐만 아니라 제품의 해외 수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시장성 테스트를 위해 제품의 일부는 해외로 수출할 계획도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장어를 활용한 펫푸드는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앞으로는 보다 대중적인 생선을 이용한 펫푸드 제품들도 많이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수산업 현장의 불편함에서 아이디어 얻어… 궁극적인 목표는 고령친화음식을 만드는 것"

이러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계속해서 구상할 수 있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지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류일숙 대표는 "수산업이 내 생업이고 항상 마주하는 것들이 생선이다. 가게에서 계속해서 일을 하다보면 '반짝'하고 생각나는 아이디어들이 있는데, 좋은 것들은 기억해놨다가 직접 해본다. 수산업에 오래 종사하다보니 현장의 불편함에 대한 대안을 계속 생각하게 되고, 이러한 것들이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는 것 같다. 특히, 판매자 입장이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에서 제품을 바라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제품을 바라보게 되고, 부가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되면 망설임 없이 시도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계획은 다양한 건강식을 만드는 것인데, 궁극적인 목표라고 하면 고령친화음식이 아닐까 싶다. 치아가 불편하신 어르신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건강보양식을 언젠가는 꼭 만들고 싶다"라고 밝혔다.



■"시장의 한 소상공인으로서 이뤄낸 성과, 자부심 가지게 됐다"

이렇듯 제조법 특허에 이어 제품 개발 및 생산까지 이뤄낸 류일숙 대표의 여정이 마냥 비단길을 걷는 것처럼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류일숙 대표는 "소상공인들의 현실이 녹록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실현케 하는 것은 쉽지 않고 마땅한 지원이 없으면 자생하기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며, "특히 수산물 가공 관련 시설과 기반이 부족해 개인사업체로는 한계점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온다.

남해는 사방이 바다로 이뤄진 섬인데도 불구하고 소상공인들의 접근하기 쉬운 수산물 가공 단지가 없어서 그 점이 아쉽게 다가오는 것 같다. 판로와 제조 시설, 정보 교류의 장이 마련되면 이러한 어려움들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텐데 안타까운 심정이다"라며 소상공인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또 한편으로는 소상공인으로서 제조법을 만들어 특허를 받고, 이렇게 제품을 대량 생산까지 할 수 있음에 자부심도 느낀다.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반려동물 천만의 시대, 반려동물에게도 건강한 웰빙식·보양식 선사하고파"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면서, 동물에 대한 인식과 권리를 정의함에 있어서도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전 '애완동물'로 불리던 개념보다는 가족처럼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로 가족 구성원을 이루는 하나의 개체로서 권리를 존중하게 된 현 시대를 생각해보면 건강한 반려동물의 먹거리 수요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류일숙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펫푸드들을 살펴보면 수입제품이 대부분이다. 중국산으로 대량 유통되는 값싼 펫푸드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소중한 반려동물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먹이고 싶은 주인들의 마음은 같을 것이다. 요즘은 하림을 비롯한 대기업들도 펫푸드 사업에 참여하는 추세이고 나 또한 건강한 국산 펫푸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끝으로 포부를 전하며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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