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명의 남해 시론] 탄핵정국과 김두관
2024년 07월 12일(금) 10:48
드디어 대통령 탄핵정국에 돌입하였다. 거대 야당은 다수의 힘을 앞세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을 채택하고 오는 7월 19일, 26일 이틀간 법사위 주관으로 39명의 증인을 채택, 청문을 개시한다는 강공책을 의결했다.

청원의 요지를 살펴보면, 해병대 박정훈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을 행사하여 군사법원법을 위반한 것, 명품 뇌물 수수, 주가조작,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조작을 통한 윤석열-김건희 일가의 부정과 비리를 저질러 국정을 농단한 것, 전쟁의 위기를 조장하여 평화통일 의무를 위반한 것, 일본 강제징용에 대해 친일 해법 강행으로 대법원의 판결을 부정한 것, 후쿠시마 핵 폐수 해양투기를 방조하여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권을 침해했다는 것 등이다.

이에 대해 여당은 "이번 탄핵청원서에 적힌 탄핵 사유를 보면 기가 막힌다" 며 "북한의 불법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대북확성기 사용재개'를 평화를 위협했다며 탄핵 사유라고 적고 있다. 민주당이 정쟁용으로 선동했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대응도 탄핵 사유라고 한다. 대통령이 결혼하기도 전에 발생한 도이치모터스 사건 관련 의혹도 버젓이 탄핵 사유에 포함 시켰다"고 비판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대통령 탄핵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선거법 9조 공무원의 선거 중립의무 조항 위반, 대선자금 및 측근 비리, 실정에 따른 경제 파탄 등을 이유로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이 소추되었고, 촛불집회로 이어지는 국민의 원성이 들끓었다. 결국, 탄핵은 기각되었다. 2017년에는 비선조직 국정농단에 따른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 대통령 권한 남용,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뇌물 수수 등 형사법 위반, 언론자유 침해 등의 요지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어 파면되는 초유의 사태를 지켜보기도 했다. 2020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146만 명에 가까운 국민이 탄핵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탄핵이라는 법률상 용어의 중량감을 가늠해보면 최근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위한 청문, 4명의 검사 탄핵소추를 비롯한 방통위원장 탄핵사태 등 너무 쉽게 남발되는 것은 아닌지, 받아들이기에 마음이 무겁다. 물론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단죄해야 할 사태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그러나 다수의 힘에 의한 정략적 공격이나, 여론몰이를 통한 감성적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파국으로 치닫는 정국의 대립각으로 인하여 국력이 소모되고, 산적해 있는 미래의 비전을 감당해야 하는 국정의 추진에 심각한 타격을 주어 실익적인 면에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진흙탕 싸움으로 끝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박힌 티끌을 단죄한다는 상대적 역공에 휘말리게 되면 22대 국회도 민생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나락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 와중에서 모처럼 사이다 같은 신선한 낭보를 접했다. 남해 출신의 김두관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로 출마한 것이다. 그는 출마의 변을 "1인 정당화가 민주당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저해하기 때문에 민주당의 민주라는 DNA를 지켜 내기 위해서 출마를 결심했다"고 하면서 지난 총선에서 야권이 압승한 이유는 이재명 전 대표의 리더십이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김 전 의원은 모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용산의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장 격으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준 덕에 압도적 총선 승리라는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누가 보더라도 현행의 권력 구조하에서 김 전 의원이 당권을 잡을 것을 예측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원칙과 소신을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출사표를 던진 그의 행동은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흥행을 위한 들러리가 아니라 분명한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고, 정치인이 걸어가야 할 행보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이 그의 출사표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 같아 그가 남해사람인 것이 자랑스럽다. 권력에 줄서기를 하여 입신양명하고자 부화뇌동하지 않는 그의 진심이 통하는 선거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재명 대표도 여러 면에서 법률적 소추를 받고 있고, 한편으론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한 방탄용으로 국회를 이용한다는 여론도 상당하다. 흠결 없이 완벽한 인간이 존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권에서 김 전 의원만큼 깨끗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도 드물다. 한때 필자도 그의 대통령 탄핵 선봉 주장에 대해선 중용을 주문한 바 있었다.

이번 그의 행보를 보면서 그가 그리는 그림이 범상치 않고, 옳은 길이라면 거침없이 소신을 굽히지 않는 뚝심이 돋보여서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우려가 기우였다는 것을 절감한다. 우리가 그만한 사람을 우리의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이다. 부디 선전하여 남해사람의 명예를 드높이고 남해의 자랑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탄핵으로 치닫는 정치의 국면이 억지스럽다는 개운치 못한 가운데, 당선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소신과 양심에 따라 선명성 있는 정치를 하고자 열정을 쏟고 있는 그의 의지가 바른길을 가고 있다는 경종을 울릴 것이란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백성은 가난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지 못함에 분노한다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는 그가 자주 새겨 말하는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이 유독 귀에 쟁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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