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명의 남해시론] 올림픽과 목표관리
김희자 gml0105@nhmirae.com
2024년 08월 09일(금) 11:33
세계적인 동기부여 전문가이자 변화심리학의 권위자 토니 로빈스는 "목표를 정한다는 것은 보이지 않은 무언가를 보이게 하는 첫 번째 단계이다."라고 했다. 목표란 장래의 어떤 시점에서 이루고자 하는 성과를 말한다. 이는 개인이나 조직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끄는 동기의 기초이며 방향성을 정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한다. 적정하게 설정된 목표의 달성은 우리의 삶을 더욱 의미 있고 만족스럽게 만들어 준다. 철저하게 계량화되고, 정량적인 예측을 통하여 구체성을 제공해야 하고, 정략적이나 실현 불가능한 제시로 인하여 힘에 버거워 시도하기도 전에 의욕상실을 불러일으켜서도 안 되고, 반면에 낮은 목표를 설정하여 우리의 창의성, 열정, 노력 등을 저해하게 해서도 안 된다.

지금, 제33회 파리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이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대한체육회는 우리나라의 목표치를 금메달 5개, 종합순위 15위로 제시했다. 대한체육회가 이처럼 소극적이고 안정 하향적인 목표를 제시한 이유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1년이 지난 2021년에 개최된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 종합순위 16위라는 저조한 실적을 낸 것과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50명 파견) 이후 48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인 선수단(144명)을 파견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회 13일 차인 8월 8일 새벽 기준으로 대한민국은 금메달 12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종합순위 6위를 달리고 있다. 아직도 태권도, 근대5종, 역도, 여자골프, 남자 높이뛰기 등 금메달이 유력한 종목이 남아있기 때문에 폐막까지 한국은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도 있다.

양궁협회 5개 싹쓸이, 펜싱협회 2개, 태권도 1개, 사격연맹 1개 배드민턴 1개 등을 비롯하여 개략적으로 각 종목의 협회나 연맹이 목표로 설정하였던 금메달의 수는 어림잡아도 10개를 상회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대한체육회는 왜 이런 목표치를 제시했는지 도저히 납득가지 않는다. 한마디로 틀려도 한참 틀렸다. 그래놓고도 대한체육회장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나타내고 있는 우리 선수단의 성과에 대하여 작년 국가대표들의 동계훈련 때 해병대 입소를 강행했던 자신의 탁월한 선택으로 인한 결과라고 자화자찬하고 나섰다. 말도 안 되는 궤변이다. 배드민턴의 여자개인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가 현지 기자회견에서 협회의 잘못을 질타하기 위한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하여 피눈물을 흘리며 금메달을 따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던 말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목표의 설정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무능한 체육계의 지도자나, 배드민턴과 같이 선수의 보호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일부 종목의 협회가 보여준 행태는 이번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전 국민의 공분으로 심판대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체육회나 협회의 임원들은 비즈니스석, 선수들은 이코노미석을 타고 장시간 비행을 해야 하는 이상한 나라,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선수들은 최고의 성적을 만들어 내는 나라, 비록 동메달에 그쳤지만,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유도 '안바울'의 투혼과 실핏줄이 터져 흰자위가 없어진 붉은 눈으로 핏물을 쏟아내던 '김지수' 선수, 그야말로 모든 종목에서 성한 곳 한군데 없는 몸뚱어리를 서로가 부둥켜안으며 위로하는 최선을 다한 그들을 보며, 그들이 국민에게 선사한 위대한 한국인이라는 명예로운 열차에 무임승차 하는 것 같아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번 올림픽은 선수로 인하여 빛나는 승리는 있었으나 조직은 실패한 대회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다시 재조명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정의선 회장의 39년에 걸친 대를 이은 헌신이 커다란 위안이 된다. 수천만 달러의 재정적 지원을 떠나서 정몽구 회장은 양궁협회장에 오르자마자 미국 출장길에서 심장박동수 측정기, 시력 테스트기 등을 구매해서 선수들에게 보냈다. 2005년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정의선 회장은 진천선수촌에 개최되는 국제 대회의 현장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여 인공지능(AI), 비전 인식, 3D 프린팅 등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 기술을 활용한 훈련 장비와 훈련기법을 총동원한 과학적 지원을 했다. 경우에 따라선 선수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침대, 요가 매트, 샤워 시설을 갖춘 맞춤형 버스를 제공하였으며, 안전이 필요하다면 방탄차까지도 제공했다.

그뿐만 아니다. 도쿄올림픽 당시, 코로나로 행사의 개최가 계속 미뤄지자 선수들이 해이해질 것을 걱정하여 만일 올림픽이 취소된다면 올림픽과 비슷한 규모의 국제 대회를 개최해주겠다고 통 큰 약속을 해서 양궁 선수들이 긴장을 유지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협회의 운영과 선수선발에 있어서 투명성을 제공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고수하여 항상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가 출전해야 한다면서 국가대표를 재심사하기도 하였다. 이번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3명의 양궁 여자선수들은 모두 올림픽 무대가 처음이었다. 그런 공정한 선발기준이 파리의 앵발리드 경기장에 잠들어 있는 나폴레옹을 5번이나 깨우는 신화를 쓴 셈이었다.

한국의 양궁팀은 파리로 향하기 전부터 5개의 금메달 싹쓸이와 남자양궁 3연패, 여자양궁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할 것이란 걸 천명했다. 이처럼 보기에는 이루기 어려워 보여도 높은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선수나 협회가 개선이 아닌 혁신을 이루어 내자는 공감대를 만들어 목표를 설정하였고 미리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경우다. 마치, 달을 더 잘 관찰하기 위해 망원경의 성능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일반적인 방법이라면 아예 달 탐사선을 만들어 달에 가는 혁신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최근 남들처럼 좀 더 빠른 열차를 개발하는 대신 서울과 부산을 16분 만에 돌파하는 '하이퍼루프'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혁신을 시도하여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경쟁의 양상을 뒤엎겠다는 획기적인 생각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여야 할 목표관리의 한 방식으로 보인다.

몇십 프로 나은 성과를 목표로 삼을 때에는 해오던 방식을 약간 바꾸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외부의 조건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달성할 수도 있다. 하지만 10배 성장을 목표로 잡으면 '해오던 방식'도 안 되고, '살짝 바꾸기'만으론 안 된다. '조금만 더 노력하는 것' 정도로는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해왔던 방식과 고정관념은 버리고 완전히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혁신적인 방식을 창안해야 한다. 유독 양궁협회가 돋보이는 것은 최소한 가야 할 방향성에 소신과 철학을 담은 지도자의 품성이 존재하고, 이를 믿고 따르는 선수들의 충정이 투혼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어쨌든, 무능하기만 하고 과실만 따서 먹으려는 염치 없는 지도층과는 달리, 국가를 생각하고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리 않으려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과 한발 앞서 혁신을 도모하는 양궁협회 같은 지원단체 하나라도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이번 올림픽을 통해서 큰 위안이 되었고 교훈으로 다가왔다. 우리 공동체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경영 환경이 날로 어려워지는 가운데, 우리가 세웠던 목표들이 얼마나 적절한 것인지? 달성 정도는 어떠한지? 점검해봐야 할 시기다.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해서 안주하거나, 부진하다고 해서 목표를 하향 조정하게 되면 발전할 수 없다. 우리가 꿈꾸는 이상과 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과감한 목표를 세우고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 도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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