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신 대표, “꽃과 함께 주어진 삶을 묵묵히 꾸려나간다”
기술이 필요한 핸드타이 기법으로 상품 창작·창조에 노력
홍성진 선임기자
2025년 02월 07일(금)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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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들은 국정 전반이 불안정한 상황에다 계속된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임대료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남해군을 포함한 군단위 지자체의 경우 농촌인구 고령화에 따른 절대인구 감소가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며 갈수록 빈 점포가 늘고 있어 지역경제 붕괴까지 우려되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 본지는 남해군소상공인회(회장 유국군)과 함께 지역 소상공인들의 삶의 현장을 들어다 보고 어려운 시기이지만 변함없이 손님을 유지하고 있는 업체들을 찾아 그들의 노하우와 나름의 비법을 들어봤다.
힘겨운 시절이지만 자영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분들에게 앞으로 게재될 이 기사들이 나름의 사업 대안을 찾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힘겨운 경제 상황을 잘 이겨내길 기대한다. <편집자주>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는 시와 노래가 있다.
각박한 세상을 그대로 받아 안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인생은 꽃보다 아름답다.
세 아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훌륭하게 성장시킨 올해 57세 박화신 사장은 오늘도 일상이 주는 분주함을 그대로 받아 않고 꽃과 함께 주어진 삶을 묵묵히 꾸려나간다.
아픈 어른을 오늘도 건사하며 늦은 나이지만 미뤄두었던 화훼장식 기사 시험준비에 여념이 없는 시간, 꽃 향기 가득한 꽃집 화신플라워를 찾았다.
원예치료사 자격증에 이어 더 나이 들기 전에 국가기술자격증인 화훼장식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어서란다.
꿈 많았던 여고시절 특별활동도 원예반이었던 박화신 사장은 어릴 적부터 꽃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꽃집을 실제 운영하게 될지는 자신도 몰랐다. 결과적으로 원하던 일을 하게 되어 감사할 뿐이라 말한다.
#1. 화신플라워는 제 인생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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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신플라워가 문을 연 것은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2013년의 일이다.
박화신 사장은 "평소 꽃을 좋아해 꽃꽂이는 취미로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남편이 아파 일을 못하게 되니 뭔가를 해야 했다. 꽃집을 할 운명이었는지, 그때 마침 꽃집이 나와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취미 수준을 넘어 화훼와 꽃꽂이 관련된 공부도 계속 어어갈 수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화신을 열기 전 박 씨는 평소 꽃에 관심이 많아 어느 날 남해읍교회를 찾아 성전 꽃꽂이 활동을 하고 싶다고 화훼장식 전문가로 알려진 박선이 플라워 원장을 만났다.
남해 화훼장식 기사 1호인 박선이 선생은 네덜란드 국가공인 자격 인증 지정학교를 운영해 오고 있다. 그날 이후 선생께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며 화전문화제 작품전시회뿐 아니라 외부 전시회도 참여하는 등 10년이란 세월 동안 함께 꽃과 문화를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런 노력이 밑바탕이 되었을까. 2013년 문을 연 후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화신플라워는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화신플라워가 주는 그 안정 속에 지금은 세 아들 모두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
화신플라워 박화신 사장은 "꽃을 좋아했고 꽃꽂이에 소질이 있었지만 꽃집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삶이 주신 은혜로 화신플라워 열게 됐다"면서 "세월이 지난 지금 화신플라워는 제 가족이 지금껏 무탈하게 살게 한 제 인생의 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화신이 내놓는 꽃와 향기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화신이 걸어왔던 역사처럼 모든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뜻깊은 선물이 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2. 내추럴(natural)한 파스텔톤 색감과 빈티지한 느낌으로 표현되는 낭만(romantic)적 작품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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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화신플라워는 손님과 대화를 통해 원하는 스타일로 꽃과 관련된 모든 상품을 만들고, 인테리어 장식까지 창조하는 곳이다.
꽃 선물의 용도에 맞게 그리고 손님이 원하는 스타일로 창조하는 과정은 그만큼 소비자의 요구도 다양해 결코 쉬운 공정이 아니다.
고객의 NEEDS에 부합하게 만들거나 창조해 내야만 하는 과정은 아름다움을 탄생시키는 고난이도의 힘든 작업이다.
그럼에도 화신플라워는 기성품이 아니라 창작이나 창조의 과정이라 보아도 과언이 아닌 감각과 노하우, 그리고 기술이 필요한 핸드타이(손에 꽃을 쥐고 꽃다발을 만든 기법)로 주로 상품을 만든다.
박화신 사장은 오늘의 화신플라워 핸드타이의 밑바탕에는 자연적인 미를 추구하는 박선이 선생님의 가르침과 영향이 크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오늘날 화신플라워 주된 작품들은 내추럴(natura) 위에 파스텔톤 색감과 빈티지한 느낌으로 표현되는 낭만(romantic)적 작품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사장 또한 "제 개인적 성향으로 보면 파스텔 계열을 선호한다. 그렇기에 대체로 빈티지한 느낌을 주는 낭만적인 핸드타이 작품들이 많은 것같다"면서 "그러면서 간결하고 심플함을 추구하기에 아마도 화신플라워를 그렇게 평가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같다"고 말했다.
#3 화신플라워 스타일, 그리고
남해꽃다발 문화의 변신
그런 영향인지 남해의 꽃다발 문화도 화신플라워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는 사람들도 많다.
과거 남해 핸드타이 꽃다발들은 장미, 국화 등 익히 알려진 재료와 긴 줄기까지 사용하는 강렬하고 뚜렷한 색감의 장 꽃다발이 위주였다.
그 익숙한 꽃 문화에 화신플라워 박화신 사장은 자신의 성향대로 당시 다소 구하기 힘들지만 파스텔톤 색감을 가진 꽃들을 구입, 자연스럽고 빈티지한 느낌을 주는 짧은 형태의 꽃다발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스타일로 남해 꽃시장에 도전했다.
당시 장년층의 경우 익숙한 옛 스타일이 아니라며 불만을 제기했지만 젊은층에게는 반응이 꽤 좋았다고 회상했다.
이와 관련 박화신 사장은 "당시 제가 사용했던 핸드타이 기법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도시에는 나름 보편화된 것이었고 색감 또한 파스텔과 빈티지한 느낌의 그 트렌드로 변화되던 시점이었다"면서 "인터넷이나 SNS 등으로 꽃집마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제 성향에 맞아 지역에서 조금 일찍 시작했던 것 뿐이다"고 말한다.
이어 "물론 화신플라워가 제공하는 꽃다발에 대해 초기 고객의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알록달록한 강렬한 색감이 아니라 단순하고 심플한 색감이 주는 자연스러움이 결국 대세가 되었다"면서 "꽃다발의 문화 또한 좋고 나쁨의 판단 영역이 아니라 흘러가는 트렌드 일 뿐, 그 아름다움은 개개인이 느끼는 몫이다"고 덧붙였다.
화신플라워의 꽃바구니 또한 이같은 트렌드를 반영하며 변화되어 갔다고 한다.
꽃 문화에 대한 이같은 맥락의 흐름을 앞서 주도했던 분은 주로 예술 작품활동에 매진했던 박선이 선생이었지만 화신플라워는 소비자 고객을 상대로 한 나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업적 영역에서 자신의 성향과 개성을 숨기지 않고 과감하게 내놓으며 평가받은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박화신 사장은 “꽃을 재료로 소비자가 전하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내 상업적인 작업과 꽃을 소재로 한 예술적 작품활동에는 큰 차이가 있다. 예술가와 작가의 눈에는 정말 마음에 드는 메시지가 있는 아름다운 작품이라 하더라도 소비자의 눈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면서 “그러나 본질은 아름다움에 대한 공감이기에 화신은 그 갭(gap)을 줄이려 오늘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4 한달 3~4번 꽃시장을 둘러보는 직접 챙기는 스타일
일반적으로 꽃시장은 여름 7월부터 9월까지가 비수기에 속하는 반면 10월 이후에는 나름 활기를 뛴다.
올 여름은 화훼산업도 고온으로 인한 피해로 힘들어 하고 있다. 고온을 견디지 못한 꽃들로 꽃집마다 비싸진 재료값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데다 화분 등의 부자재값도 상승해 가을에 접어든 요즘이지만 힘든 상황이다.
그렇지만 고객들이 원하는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꽃과 재료를 찾기 위해 한달에 3~4번 직접 꽃시장을 찾던 습관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나름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꽃집으로 알려진 화신플라워이기에 그에 맞는 꽃과 자재를 찾기 위해 사천, 진주 등등 여러 꽃시장으로 분주히 움직인다.
박화신 사장은 “꽃도 꽃이지만 마음에 드는 화분도 찾아야 하고 인테리어로도 사용할 수 있는 테이블 관엽식물 살펴봐야 하기에 평균 한달에 3~4번 전국 꽃시장을 둘러 보는 것같다”면서 “바삐 움직이는 이런 노력들이 아름다움으로 표현되어 고객들이 흡족해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5 주는 사람 받는 사람 기분 좋게 하는 것이 ‘꽃다발’
대화 중 화신플라워 단골인 듯한 분들이 커피를 마시다 큰 소리로 뀌뜸(?)해 준다.
“저도 이 꽃집에 자주 오거든요. 참 정도 많은 사람이고 마음이 고운 사람이다. 이 꽃이 마음에 드는데 저 꽃바구니가 마음에 든다고 말하면 통상 하나를 선택하라거나 둘 다 사시라고 권유하기 마련인데 이 집은 수고도 수고지만 경제적 손실도 있을 텐데 원하는 대로 조합해 주는 모습을 봤다. 그러면 남는 게 없을 텐데…”라고 전해준다.
또 다른 손님은 “학교에 가까운 가게다 보니 부모님 또는 선생님에게 꽃을 주기 위해 학생들이 2000원을 내밀었는데, 일일이 응대하며 아이의 요구 조건과 부모님과 선생님의 나이 등을 파악한 뒤 만들는 모습을 보면서…꽃에 대해 남다른 생각을 가진 것같다”며 거든다.
정말 그렇냐는 질문에 박 사장은 “심겨진 것들은 다 정찰제로 나가지만, 핸드타이 꽃다발은 만들기 나름이다. 애들 마음이 이쁘다. 저도 애들 셋을 키웠는데, 주는 사람도 부끄럽지 않고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야 하는 것이 꽃다발이다”고 답한다.
그러면서 “주는 사람 받는 사람의 마음은 꽃보다 아름답다”고 덧붙여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