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는 매운탕을 참 많이 잡수러 오신다!!"
14년을 한결같이 남해전통시장 한켠을 지키고 있는 거북식당
계절별 제철 음식 제대로 음미할수 있는 곳, 추억의 음식 주문요리 가능한 곳
홍성진 선임기자
2025년 02월 28일(금)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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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들은 국정 전반이 불안정한 상황에다 계속된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임대료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남해군을 포함한 군단위 지자체의 경우 농촌인구 고령화에 따른 절대인구 감소가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며 갈수록 빈 점포가 늘고 있어 지역경제 붕괴까지 우려되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 본지는 남해군소상공인회(회장 유국군)과 함께 지역 소상공인들의 삶의 현장을 들어다 보고 어려운 시기이지만 변함없이 손님을 유지하고 있는 업체들을 찾아 그들의 노하우와 나름의 비법을 들어봤다.
힘겨운 시절이지만 자영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분들에게 앞으로 게재될 이 기사들이 나름의 사업 대안을 찾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힘겨운 경제 상황을 잘 이겨내길 기대한다. <편집자주>
남해전통시장에서 거북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강두례씨.
음식을 맛깔스럽게 잘하기로 이웃에 소문이 자자했던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로부터 나름의 요리비법을 전수 받았다.
25년 전 음식 솜씨에 반한 이웃의 권유로 이동에서 막내 시누이와 함께 초가마을을 열며 본격적으로 손님을 상대로 식당을 운영했다. 외진 곳이지만 방문한 손님들의 입소문으로 멀리서도 많은 손님들이 일부러 이 식당을 찾았다. 심지어 읍내 사람들이 그릇을 가지고 와서 동태찌개를 사서 가지고 가기도 할 정도였다.
손님이 끊이지 않았던 이동면 소재 '초가마을'을 사정상 넘기고 남해읍 전통시장에 터를 잡고 현 거북식당 상호로 문을 연 것은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이다.
'거북식당'이란 상호 아래 오로지 정성과 맛으로 14년 째 손님을 맞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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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옛 어른에게 배운 정성과 맛!!
거북식당의 맛은 옛 어른들에게 배운 그 손맛이다.
친정어머니뿐 아니라 시어머니 두 분다 음식을 잘했다. "기억하기로 두 분 다 음식을 그냥하는 법이 없었기에 한 가지 한 가지 묻고 배웠다, 눈에 익고 손에 익을수록 딱 어른들의 그 손맛이 났다"현재 거북식당에서만 사용하는 막걸리초도 두 어른에게 배운 전통 방식이다.
전어회무침이나 서대회무침에 반드시 사용되는 거북식당의 막걸리초는 지금도 강두례씨가 직접 담는다.
거북식당 회무침에 사용되는 막걸리초는 숙성이 될 때까지 보통 한달 보름이 걸린다.
그 옛날 어른들이 부뚜막에서 만들든 전통 방식으로 담그다보니 그냥 식초를 사용하는 회무침과 그 맛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강씨는 "톡 쏘는 맛에 향도 다르기에 사라져 가는 이 방식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 내 집에 오신 손님이 내 음식을 맛있게 잡수고 가면 그 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다. 그럴 때 이 일에 보람을 느낀다" "사라져 가는 전통방식으로 만든 막걸리초로 담는 회무침, 거북식당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별미기에 꼭 대접하고 싶다"고 말한다.
#2 우리집에는 매운탕을 참 많이 잡수러 오신다!
"제철이 되면 쏨뱅이 매운탕, 삼식이 매운탕, 물메기탕… 등등 우리집에는 참 많은 분들이 매운탕을 잡수러 오신다" "모든 매운탕 재료는 냉동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시장에 가까이 있다보니 활어만을 사용한다" 거북식당 바로 앞이 전통시장(어시장)이기에 신선한 재료만을 엄선해 요리한다는 이야기다.
"찬바람이 나면 별미인 대구탕, 아구탕, 물메기탕을 주로 많이 찾는다. 우리집은 냉동을 절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대구탕의 경우 맛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4분 이상 오셔야 대구탕을 맛볼 수 있다"고 말한다.
"대구탕은 끓이면 맑은 물이 나와야 제 맛인데 금방 잡아온 싱싱한 대구여야만이 맑은 국물이 나오기 때문이다"면서 "아무리 요리를 잘 하더라도 냉동 대구는 확실히 국물이 텁텁해 차이가 있다"고 이유를 말한다.
거북식당에서는 멸치쌈밥 또한 멸치가 나는 제철 4월부터 7월까지만 맛볼 수 있다.
멸치 또한 제철 신선한 멸치가 아니면 기름내, 비린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란다.
봄철에는 도다리쑥국도 많이 먹는다.
도다리를 경매 받아 해달라는 주문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갈치철에는 남해만의 갈치국을 기억하는 남해분들이 많아 메뉴에 없어도 갈치국을 주문받는다.
"남해사람들은 어장갈치가 날 때 조선호박을 넣고 갈치국을 해 먹었다. 조선호박을 넣고 신선한 제철 멸치를 넣어 끓이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그 맛을 기억하는 분들은 항상 그렇게 끓어달라"고 별도로 주문하단다.
전어철에는 전어초무침도 인기다.
특히 거북식당의 내놓은 쌈장은 재래된장을 사용해 내놓기 때문에 다른 식당들과 차이가 있다고 한다.
"사실 재래된장은 몸에는 좋지만 일반 마트 된장보다 짠 성분이 많기 때문에 짠 성분을 희석시켜 내놓아야 한다. 거북식당의 쌈장 맛을 아시는 분들은 쌈장이 맛있어 오신다는 말씀까지 하신다"고 거북식당 쌈장맛을 자랑한다.
거북식당은 메운탕이 전문이지만 이처럼 옛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즉석 주문도 많은 것이 특징이다.
맛깔 나기로 소문나 메뉴판에 적힌 요리외 주문요리가 많은 이곳이지만 사시사철 항상 준비되는 요리도 있다.
갈치조림이나 갈치구이가 그것이다.
제철 원료만 사용하는 곳이지만 갈치만은 예외란다.
“갈치는 급냉해 놓아도 괜잖은 재료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거북식당이 사용하는 갈치는 남해갈치나 제주갈치만 사용한다. 남해갈치와 제주갈치가 맛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곳 거북식당의 손맛은 정해진 메뉴 외 옛 맛을 기억하는 현지인들의 까다로우 주문요리를 많다는 사실이 증명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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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거북식당 레시피 남해대학 요리 교육자료(책)에도 등재
남해에서 초·중·고를 나온 창선면 부윤 출신 강두례 사장은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는 제중의원, 중앙의원에서 간호사로서 일했다. 25년 전의 일이다. 사정이 있어 간호사를 그만두고 당시 모 횟집에서 드문 경우지만 바로 찬모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요리 경험이 없는 사람이 바로 찬모로 일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음식 솜씨를 인정받았는지 주인장이 바로 찬모로 고용했다는 이야기다. 그 뒤 평생 요리를 천직으로 삼고 부모님을 모시며 두 아들을 키웠다. 요리가 천직인지 남해대학 요리 교육자료에 거북식당 레시피가 실렸다.
어른들에게 배운 대로 집에서 먹는 대로 요리를 해 왔는데 몇 달 연속으로 남해대학 권오천 교수(호텔조리제빵과)가 거북식당을 계속해 찾아 왔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변함없는 맛이라며 거북식당 갈치조림 레시피를 책에 실어 학생들의 요리교재로 활용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어째서 변함없는 이런 맛이 나오는지 묻고 또 묻길래 ‘내가 갈켜 주면 장사는 어쩌라고 하니 농담반 진담반 내가 계속 오지 않느냐는 말씀에 결국 레시피를 알려주었다고 한다. 그 뒤 거북식당 갈치조림 레시피가 남해대학 요리교재에 음식사진과 함께 게재되어 지금도 학생들의 교육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4 “핸드폰 좀 내려놓고 맛있게 먹고 가족과 대화 하이소”
강두례 사장은 오랜세월 식당을 운영하며 가장 보기 싫은 장면이 음식이 나와도 대화도 없이 핸드폰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가장 눈에 거슬린다고 말한다.
보통 손님들이 무얼하던 상관하지 않는 것이 장사의 기본일텐데 이 모습만은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고 한다.
강씨는 “여행와서 식사를 하면 대화를 해야 할텐데 모두 핸드폰만 들고 만지작 거리고 있으면 어떻하냐”면서 “손님~ 핸드폰 내려놓고 아이들과 대화도 하고 해야 즐거운 여행이 되지 않겠냐”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대부분 손님들이 아이들보고 “너희도 핸드폰 놓고 밥먹자”고 한다.
“장사속이 아니라 멀리 오신 손님들이 남해에서 이것도 먹어보고 저것도 먹어보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니 손님 대부분이 웃으며 받아 주신다”고 말한다.
또 한가지 거북식당의 잔소리가 있다.
오랫동안 장사를 해봐서 다 드실 수 있는 양인지 그렇지 않은지 가름이 가기 때문에 이것 저것 함께 시킬 때는 이것 먼저 드시고 나면 추가로 다른 음식도 해 올리겠다고 말한다.
장사를 위해서는 손님들이 먹는 양까지 고려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음식이 소중한 줄 알아야 한다. 다 드시지도 못하는데 가지수만 늘여 놓으면 결국 남기게 되니 아이들에게도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면서 “팔아 주는 것은 좋지만 자녀들에게 음식의 소중함을 가르켜 주는 것이 더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5 우리집 음식 잘 드시고 가는 게 행복이다
거북식당의 앞으로 희망이 무엇인지 묻자 강 사장은 “평생 식당 일을 해오며 부모님을 모시고 자녀를 키웠다. 앞으로 희망이라면 매사에 감사하며 노부부 건강하게 지내고 자녀들도 잘 사는 것 뿐이다”고 말한다.
식당을 하며 어떨 때가 가장 행복한지 궁금하다는 질문에는 “이 일을 하며 행복을 느낄 때는 손님들이 기분 좋게 드시고 인상 안 찌푸리고 잘 먹고 같다고 인사할 때와 우리집에서 먹고 가신 손님들의 소개로 왔다고 말할 때 행복하다”고 답한다.
손님과 나눈 대화 중 기억나는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거북식당인데 음식은 토끼처럼 빨리 나온다”면서 “거북이란 상호를 누가 지었느냐”는 손님의 질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거북이란 상호 진짜 누가 지어 주었나요?라는 질문에 “아는 지인이 나하고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한날 즉석에서 지어 주어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인들도 맛있는 식당으로 인증하는 식당, 옛 음식이 그리울 때 주문요리가 가능한 식당, 결백증이 있을 정도로 정갈하고 깨끗한 식당, 그곳이 14년 동안 한결같이 남해전통시장 한 켠을 지키고 서 있는 거북식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