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미래신문 기자수첩] 유명 가수 잠시 머물다 간 자리 무엇이 남는가?
이태인 기자
발행연월일 : 2025년 05월 15일(목) 13:25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수많은 지역축제가 최근 '과도한 연예인 섭외비' 문제로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가수는 빛났지만, 축제는 사라졌다" 는 지역주민들의 목소리 여기 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진정한 축제의 의미와 발전을 위해 이같은 사례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강원도 태백시의 '산나물 축제'에서는 가수 섭외에만 9,800만원이 사용됐으며, 이는 축제 수익(4,500만원)의 두 배를 넘는 금액이다. 태백시 문화재단은 '사계절 축제 발굴 운영비'로 책정된 예산 중 6600만원을 전용하여 연예인 섭외에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 모 가수에게 4000만원, 신 모 가수에게 1500만원, 한 모 가수에게 700만원이 지급된 내역은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세종시 또한 유사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안름동은 가수 A 모씨에게 2200만원, 보람동은 B 모씨에게 1600만원, 한솔동은 C 모씨에게 1600만원을 지급했다. 각 동의 축제 예산이 약 3850만 원임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의 예산이 단 몇 명의 연예인에게 집중된 셈이다.

본질은 예산문제가 아니다. 축제의 목적, 즉 지역 주민과의 소통과 참여, 지역문화의 발굴과 재생산이라는 근본 가치가 희석되고 있다는 데 있다. 유명 연예인의 일회성 공연에 의존하는 구조는 축제가 끝남과 동시에 그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지역 예술가들은 20만~30만 원의 출연료조차 받기 어려우며, 많은 경우 무대에 설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이는 지역문화 생태계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지역예술 기반의 붕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관 주도형 축제의 고질적 한계'로 분석한다. 단기 성과 중심의 기획, 대형 기획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전국의 축제를 획일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지역 고유의 정체성은 희미해지고, 주민의 이야기는 지워진다. 외부 연예인의 무대가 축제의 전부가 되면서 지역 공동체의 유대감과 자긍심은 점점 약화된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행정 오류를 넘는, 하나의 시스템 사고(System Accident)로 해석할 수 있다. <연예인 중심 섭외 → 예산 집중 → 지역문화 소외 → 지역 자립 기반 약화 → 공동체 독립성 약화 → 지속 불가능성>이 고리는 지역문화를 잠식하고, 지역사회의 역량을 축소 시키며, 결국 축제에 대한 주민들의 무관심과 이탈을 불러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는 단순히 '누가 출연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축제를 소유하고 운영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으로 귀결된다. 반면 제주 이호테우 축제, 귀리 전통문화축제, 북촌마을의 '뒷깨 할망 춤추다' 등은 주민들이 직접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한 대표적 성공 사례다. 이들은 외부 연예인의 화려함 없이도 지역 고유의 이야기와 자산을 살려, 높은 만족도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다.

춘천마임축제도 그 상징적인 사례다. 유명 연예인 없이도 12억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를 기록하며, 주민 참여와 창의적 기획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 마임이라는 비대중적 예술 장르조차 지역 콘텐츠와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축제를 '보여주는 것'에서 '함께 만드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진정한 축제는 외부 스타가 아니라 지역 주민이 주인공이어야 한다. 그들의 이야기와 정체성이 녹아든 축제야말로 지속 가능하며, 진정한 의미에서 공동체의 문화를 발전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다.

남해군 역시 예외가 아니다. 남해에서 개최되는 크고 작은 축제들 역시 이제는 단순한 흥행과 이벤트 중심 기획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 주민이 주도하고 참여할 수 있는 구조, 지역 예술가가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 지역 정체성을 담아낸 콘텐츠가 필요하다.

유명 가수가 잠시 머물다 간 자리에 무엇이 남았는가? 그 예산은 과연 남해의 미래에 어떤 가치를 남겼는가? 지금이 바로 남해 축제가 나아갈 방향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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