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인 기자

2025년 06월 04일(수) 13:28

최근 남해군의 한 펜션에서 발생한 '노쇼 사기' 사건이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이는 단순한 예약 부도를 넘어선, 철저히 계획된 금융 사기 수법이 동원된 사건으로, 디지털 정보에 취약한 고령 자영업자들을 노린 신종 범죄 유형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해당 사건은 지역 경제와 사회안전망에 심대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 '신뢰'를 이용한 정교한 범죄

피해자는 70대의 펜션 운영자다. 그는 국회의원 보좌관을 사칭한 인물로부터 14명 규모의 단체 예약 요청을 받았다.
예약자는 정식 사업자등록증을 요구하며 신뢰를 형성했고, 국회의원 이름이 명시된 결제 승인 공문까지 제출했다. 피해자는 이 공문을 진짜로 믿고 예약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예약 전날 밤, 예약자는 프랑스식 코스요리를 준비해달라고 요구했다.
피해자가 이를 거절하자 예약자는 외부 출장뷔페 업체를 통해 요리를 세팅할 수 있다며 고액의 출장 비용을 대신 결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인카드 사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선결제를 요구했고, 피해자는 객실 공실에 대한 불안감과 문서의 신뢰성에 대한 오해로 인해 밤늦게 택시를 불러 은행으로 향했고 240만 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이후 예약자는 연락이 두절 되었고, 피해자가 사기를 인지했을 때는 이미 자금이 인출된 상태였다.

▲ 디지털 취약 계층 노린 '기획 사기'

이 사건은 익숙한 '노쇼(No-Show)' 행태를 가장한 악의적 범죄로, 단순한 고객 부재를 넘어선 기획 사기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욱 부각된다.
범죄자들은 숙박업소의 빈 방에 대한 불안 심리와 예약 취소로 인한 손실 우려를 악용해,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디지털 보안이나 금융 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낮은 고령층일수록 이런 수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쉽다.
남해군과 같이 고령화가 진행된 관광 지역에서는 특히 치명적인 구조적 취약점이 된다.

▲ 고령 소상공인의 디지털 정보 격차

남해군은 펜션, 게스트하우스, 소형 음식점 등 관광업 기반 소상공인이 지역 경제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들 사업장의 운영자 상당수가 60세 이상 고령층이며, 이들은 스마트폰 활용, 디지털 인증, 가짜 문서 감별 등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실제 지역 상인들 사이에서는 "공문처럼 보이는 서류에 도장이 찍혀 있으면 믿게 된다", "고객이 예약을 취소할까 봐 반박을 못 하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보 부족을 넘어선 디지털 정보 격차 문제로,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

▲ 전문가 및 지자체의 대응 방안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차원의 구조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예약 단계에서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거나 일부 또는 전액 선결제를 유도하는 시스템이 확대되어야 한다.
또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디지털 사기 예방 교육이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피해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플랫폼 구축도 필요하다.
지역 공동체라디오인 남해FM과 같은 매체는 이러한 교육과 캠페인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사기 수법을 소개하고 피해 사례를 방송함으로써 지역민들에게 실시간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다.
또한 남해군, 지역 대학, 시민단체 간 협업을 통해 정보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 프로그램 운영도 제안되고 있다.

▲ 신뢰 기반의 지역 경제를 지키기 위한 과제

디지털 사기의 고도화와 함께, 정보 격차 해소와 공동체 중심의 대응 시스템 마련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노쇼 사기는 단순히 약속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의 생계를 위협하고 지역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범죄다.
남해군이 이 같은 사기 범죄에 어떻게 대응하고, 디지털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 소상공인들을 보호할 수 있을지, 지역 구성원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