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 50년 묵은 남강댐 갈등, 어민들의 눈물 언제 마를까?

기상변화 해마다 대규모 담수 유입…어민 생존권 위협
강진만의 해수염도 변화 어종의 전멸 가능성까지 제기
댐 건설·운영과정에서 야기된 피해 국가나 지자체 공정하게 책임져야

이태인, 홍성진 기자
2025년 07월 25일(금) 09:52
최근 기록적인 폭우는 남강댐과 섬진강댐의 대규모 방류로 이어졌고, 이는 사천시와 남해군 등 하류 지역 어민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를 남겨주었다. 이 피해는 단순한 자연재해로만 볼 수 없다.
1960년대 진주 지역 홍수 예방을 위해 인공 방수로인 가화천을 통해 사천만으로 물을 흘려보내도록 설계된 남강댐은 지난 50여 년간 하류 지역에 고통의 근원이 되어 왔다.
매년 반복되는 어업 피해 속에서 남해군과 인접한 사천, 하동 어민들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하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의 외침은 단순한 금전적 보상을 넘어, 댐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역사적 불균형과 환경적 부담을 공정하게 나누어 달라는 요구이다.

▲ 남강댐 인공 방수, 강진만 사천만 어업인들 해마다 감당?



남강댐은 국내 다목적댐 중 유일하게 가화천 방향으로 인공 방류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수한 구조 덕분에 진주 지역의 홍수 위험은 줄었지만, 그 대가는 사천만 및 남해 강진만 어업인들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최근 집중호우로 남강댐에서는 초당 5,400톤의 물이 방류되었으며, 이 중 약 75%에 해당하는 4,500톤이 가화천을 통해 사천만-강진만으로 유입되었다.
대규모 담수 유입은 사천만 및 강진만의 해수 염도를 절반 이하로 급격히 저하시켰으며, 어민들은 "잉어가 헤엄치며 논다"고 진술할 정도로 심각한 담수화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담수화가 일주일 이상 지속될 경우 해양 어종의 전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실제 피해 사례로 확인되고 있다.
그동안 강진만에서 발생한 새꼬막 집단 폐사 또한 남강댐의 대량 방류가 주요 원인이라는 '신남강댐 어업피해대책위원회'의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대책위는 2018년 6억 6천만 톤, 지난해 7억 3천만 톤의 물이 강진만에 방류되어 새꼬막 등 해양 어종의 폐사가 발생하였다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했다.
사천만과 강진만에는 어류양식 가두리 및 패류양식장 등 385개소, 6,472ha 규모의 양식장이 밀집되어 있어, 담수화로 인한 피해가 광범위할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한국수자원공사의 자체 용역 결과에 따르면, 남강댐에서 초당 3,250톤의 물을 방류할 경우 강진만 어업 생산이 60%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현재의 방류량(초당 4,500톤 이상)을 고려할 때, 강진만 어업 피해는 83% 이상으로 추산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대규모 댐 방류는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 법적 구제의 높은 벽과 계속되는 공방



반복되는 피해 상황 속에서 사천, 남해, 하동 어민들은 개별적 대응의 한계를 인식하고 조직적인 움직임을 전개했다.
2020년 4월 해당 지역 어민들은 '신남강댐 어업피해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피해 보상 및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초당 5,400톤에 달하는 댐 방류 현장을 직접 방문, 피해의 심각성을 확인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2009년 수자원공사의 자체 용역 결과를 근거로 댐 방류가 어업 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임을 주장하며 과학적 및 논리적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대책위는 경남도와 함께 한국수자원공사, 환경부 등 정부 기관과의 지난한 협상 및 대외 활동을 지속해 왔다. 2003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과 어업인 간 체결된 합의서에는 어장 환경 영향 평가 후 피해액 산출 및 항구적 대책 강구가 명시되었다.
어민들은 2019년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어업피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안타깝게도 모두 패소했다. 패소의 주된 원인은 수자원공사가 1970년 어업권 소멸 보상을 실시하였다는 점 때문이다. 심지어 환경부 관계자 또한 "실제 피해를 당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보상을 해주고 싶으나 현실적으로 법적인 틀이 없어 해주지 못하는 것"이라 언급하며 특별법 등 법적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시사된 바 있다.
수자원공사는 1969년 댐 준공 당시 어민들과 맺은 '어떠한 보상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가 여전히 유효하며, 1990년대 이후 어업권을 획득한 어민들에게는 손해배상 청구권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어민들은 당시 보상이 댐 준공 초기 방류량(초당 1,750톤)을 기준으로 이루어졌으며, 이후 방류량 증대(최대 초당 5,400톤)에 따른 추가 피해는 보상되지 않았다고 강력히 반박한다.
 어업권은 10년 단위로 갱신되지만, 사천시 해양수산과 및 어민들은 어업권이 사실상 평생 어업권을 보장하는 부동산과 유사하게 취급되므로, 1970년 보상 이후 어업권을 취득한 현재 어민들도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2022년 5월, 사천수협 및 삼천포수협 소속 가두리양식 어민 816명은 한국수자원공사를 상대로 1999년 이후 방류량 증대로 인한 어업 피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그러나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2022년 8월 17일 1심에서 어민들의 주장을 기각했다.
 어민들은 강력한 항소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며, 남해 및 하동 지역 어업인들도 소송 추이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어 추가 소송 제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강댐 어업 피해 소송에서 계속 패소가 발생하는 것은 1970년대의 보상 합의가 현재까지도 법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특별법 제정 필요성 갈수록 커
 

어민들의 반복적인 소송 패소는 현행 법적 테두리 안에서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현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역설적으로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력히 시사한다.
 환경부 관계자조차 "법적 틀이 없어 보상이 어렵지만, 특별법 등 법적 제도 개선을 통하면 충분히 협의가 가능한 문제"라고 밝혀, 정부 차원에서도 특별법 제정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국민의힘 하영제 전 의원은 남강댐 방류로 인한 가화천 주변 주민들의 피해 보상을 위한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낙동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며 입법 시도에 나선 바 있다.
 2020년 수해를 입은 댐 주변 지역 피해의 진상을 조사하고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5개 댐 하류·연안지역 홍수 피해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안'과 '하천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연이어 발의했다.
 그러나 이 개정법률안 중 일부는 계류 중이고 나머지는 국회의원 임기가 마무리되면서 폐기되었다.
 경남도는 남강댐 방류로 매년 반복되는 하류 지역 어업 피해 최소화 방안 마련을 위해 '남강댐 어업피해대책협의회'를 구성하고 첫 협의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수자원공사는 1969년 어업권 보상을 이유로 여전히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합천·남강댐 하류 수해원인 조사협의회'에서 사천만 어업인 피해 조사가 용역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어업 피해 조사의 필요성이 여전히 강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50년 갈등 종지부를 향한 공동체의 노력 '지속'
 
 사천시와 남해군민들의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움직임은 단순한 개별적 피해 보상을 넘어, 남강댐 건설로 인한 지역사회의 오랜 희생과 불평등한 수자원 관리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이다.
 50년 이상 지속된 이 갈등은 국가가 주요 공공 인프라를 관리하는 방식과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 공동체 간의 암묵적인 '사회 계약'이 근본적으로 훼손되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피해 보상 및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첫째, 기존 법적 틀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고 소송에서 반복적으로 패소한 만큼, 남강댐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가능하게 하는 특별법 제정 또는 기존 법률의 실질적인 개정이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둘째, 댐 방류와 어업 피해 간의 명확한 과학적 인과 관계를 입증하는 추가 연구 및 조사가 시급하다.
 이는 보상 협의 및 소송에서 주민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중요한 객관적 근거가 될 것이다.
 특히, 기존 수자원공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의 대량 방류가 미치는 영향을 재평가해야 한다.
 셋째, 수자원공사, 환경부, 지자체, 주민 대표, 독립적인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다자간 협의체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논의를 지속하고,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기존 협의체에서 어업 피해 조사가 제외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모든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체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합천댐 등 타 댐 사례를 참고하되, 어업 피해의 특성을 고려한 현실적이고 포괄적인 보상 기준과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
 남강댐 사례의 해결은 앞으로 대규모 사업을 계획하고 진행할 때, 지역 주민들의 삶과 환경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법과 제도를 넘어, 우리 공동체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 온전히 반영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주민들의 행복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함을 분명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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