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해수욕장 방문객 처음으로 10만명 선 '붕괴'

2024년보다 약 2만 4천 여명 감소한 7만 9천에 그쳐
매년 감소세에도 여름 성수기 대책이나 신상품 '부재'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는 '킬러 콘텐츠'로
특별한 '경험'과 '콘텐츠' 제공해야 한다

이태인, 홍성진 기자
2025년 08월 29일(금) 09:44



한때 은빛 모래 위로 20만 이상의 인파가 찾았던 남해안 대표 여름 피서지였던 군내 해수욕장의 명성이 위태롭다.
텅 빈 파라솔 아래 상인들의 한숨 소리만 깊어진 2025년 여름, 군내 5개 주요 해수욕장(상주은모래비치, 송정, 설리, 두곡월포, 사촌)의 총 방문객 수가 개장일부터 8월 24일까지 7만 9000여 명에 그쳤다.
집계 이후 처음으로 10만 명 선이 무너지는 충격적인 결과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부진을 넘어, 남해 여름 관광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메시지이다.



▲ 곤두박질치는 방문객, 예고된 위기였다



도표에서 보듯 매년 지속적인 감소세를 감안하면 올해의 참담한 성적표는 갑작스러운 사고가 아니라, 수년간 방치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남해군 해수욕장 방문객 수는 2018년 20만 5000여 명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거듭했다.
특히 남해 관광의 상징과도 같았던 상주은모래비치의 몰락은 더욱 뼈아프다.
2018년 11만 5000명에 달했던 방문객은 2025년 4만명 선까지 추락하며 불과 약 7년만에 3분의 2가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친 2020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꺾인 방문객 수는 이후에도 좀처럼 예전의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23년 11만 6000여명에서 2024년 10만 3000여명으로 1년 새 12%가 감소한 것은 이미 시스템 전체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는 위험 신호였다.
그리고 2025년 현재,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올여름 집계된 해수욕장별 방문객 수는 ▲상주은모래비치 40,826명 ▲송정해수욕장 23,349명 ▲설리해수욕장 7,674명 ▲두곡월포해수욕장 3,151명 ▲사촌해수욕장 4,320명으로, 총 7만 9,320명에 불과하다.
이는 불과 2년 전인 2023년과 비교해도 3만 7천여 명, 약 32%가 증발한 수치다.
이에 대해 남해군은 '개장 초기 전국적인 수해와 성수기 잦은 강우 등 외부 요인'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방문객 감소라는 흐름을 감안하면 '날씨'와 경기상황 등 외부 요인을 앞세우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이상기후나 국내외 정세와 경기는 나름 예견되었던 변수이기에 그러하다.
방문객수를 떠나 크게는 과거와 다른 여름 성수기 대비 관광객 유치 정책 존재했느냐, 작게는 여름 성수기 맞이 또는 국민고향 방문을 위한 신상품이 마련되었느냐 등 남해군의 정책적 노력에 대한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다.



▲'가고 싶은 바다' 5위의 역설, 왜 남해를 찾지 않나?



역설적이게도 남해 바다의 매력은 여전히 전국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한 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컨슈머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민 4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남해 바다'는 가고 싶은 바다 5위에 오르기도 했다.
SNS에는 쪽빛 바다와 그림 같은 풍경 사진이 넘쳐난다. 하지만 SNS의 '좋아요'가 실제 '발걸음'으로 이어지지 않는 '인식과 경험의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
이는 관광객들이 남해의 풍경을 '감상'할 대상으로는 여기지만, 직접 찾아와 '즐기고 체험'하며 '소비'할 목적지로는 선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아름다운 풍광과 청정 자연이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관광객들은 남해 해수욕장을 외면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관광 트렌드의 급격한 변화를 지적한다. 단순히 물놀이를 즐기고 백사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1차원적인 해수욕 모델은 더 이상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오늘날의 관광객, 특히 MZ세대는 특별한 '경험'과 '콘텐츠'를 원하기 때문이다.
 강원도 양양이 '서핑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강릉이 '커피와 바다'라는 감성적 코드로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것처럼, 남해 해수욕장에는 방문해야만 하는 '이유'가 없다.
 지금 남해의 해수욕장에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는 '킬러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아름다운 바다라는 최고급 하드웨어는 갖췄지만, 그 안을 채울 소프트웨어는 십수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방문객들이 해수욕장에서 즐기고 체험하며 자연스럽게 지역 상권에서 소비하도록 유도할 매력적인 연계 프로그램 또한 전무한 실정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제언'
 
 이제는 과거의 성공 방식과 결별하고, 남해 해수욕장의 미래를 위한 '3단계 혁신 전략'을 과감히 실행해야 할 때다. 첫째, '콘텐츠 혁신', 둘째, '인프라 혁신', 셋째, '플랫폼 혁신'이 그것이다.
 첫째, '체험형 관광'으로의 과감하고 전면적인 전환이다.
 해수욕장별 자연조건과 입지특성을 분석해 명확한 테마를 부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넓은 백사장을 가진 상주은모래비치와 송정해수욕장은 서핑, 패들보드, 카약을 상시적으로 즐길 수 있는 '해양 레포츠 특화지구'로 지정하고 전문 강습과 장비 대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춰야 한다.
 또한, 프라이빗한 휴양을 원하는 수요를 겨냥해 유료 카바나 존이나 예약제 파라솔 구역을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최근 대형리조트가 들어선 설리해수욕장은 스카이워크와 리조트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리조트 숙박객에게 해양 액티비티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패키지를 개발해야 한다.
 사촌해수욕장은 인근 잘 형성된 펜션단지와 제휴해 '낭만 여행'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두곡월포해수욕장을 포함한 모든 해수욕장은 인근 어촌계와 협력하여 '도시어부 체험', '선상 낚시 및 즉석 회 파티'와 같은 생생한 어촌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차별화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둘째,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 맞춤형 시설'의 확충이 시급하다. 안전 펜스를 갖춘 유아 전용 해수풀이나 그늘막이 있는 모래 놀이터는 이제 기본이다.
 나아가 계절과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소규모 실내 워터파크나, 바다 위에 띄우는 대형 에어바운스 놀이시설(해상 워터파크)을 설치해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광객의 만족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셋째, 지역 상권의 실질적인 소득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연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남해 비치패스'와 같은 모바일 통합 이용권을 개발하여, 해수욕장 편의시설 이용객에게 지역 식당, 카페, 특산물 판매점 할인 쿠폰을 자동으로 발급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는 백사장에서 '남해 로컬푸드 야시장'이나 지역 청년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달빛 버스킹' 공연을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해변을 낮에는 피서지, 밤에는 활기 넘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 내년 여름 성수기 정책 지금부터 마련해야
 
 전국적인 해수욕장 방문객 감소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흐름 속에서도 차별화된 콘텐츠와 전략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곳은 분명히 존재한다.
 남해의 바다는 여전히 아름답고, 그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더 이상 '왕년의 명성'에 기댈 시간은 없다.
 행정 당국의 과감한 정책적 결단, 지역 상인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군민 전체의 공감대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남해 해수욕장은 텅 빈 백사장을 다시 채우고 지속가능한 관광지로서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년 군내 해수욕장의 성과는 지금부터 과거와 다른 여름 성수기 대비 관광객 유치 정책을 차근 차근 고민하며 내실있게 마련하느냐에 달렸다. 방문객 유치를 위한 신상품이 하나둘 지금부터 제대로 준비되고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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