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학술 연구 넘어서… 이제는 '실질적인 국제 관광 자원화' 절실

(사)남해서복회, 28일 2025 남해서불과차 학술심포지엄 개최
'서복 로드' 트레킹 코스· '웰니스 프로그램' 개발
서복의 여정 되짚어 크루즈 해상 항로 개설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등 제시
불로초와 노인성 스토리 연계 '남해 노인성 별빛축제' 등 제안

2025년 10월 31일(금) 09:25
'서불과차'.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심, 남해 금산(錦山)에 새겨진 이 신비로운 석각은 2,200여 년 전 진시황의 명을 받은 서복(徐福) 일행의 여정을 증명하는 핵심 유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간 학술적 논의의 대상이었던 이 전설이 이제 남해의 미래를 책임질 '관광 동력'으로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남해군 서복회(회장 정윤권)를 중심으로 이어져 온 서복 전설 연구가 '학술'의 틀을 넘어 '실질적인 관광 자원화'라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최근 열린 '서불과차 학술 심포지엄'에서는 서복 스토리를 남해군의 핵심 관광 콘텐츠로 삼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공개되었다.
이날 행사에는 남해군 서복회를 비롯해 서복의 흔적을 공유하는 제주, 함양, 거제 등 전국의 관련 단체 회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또한 박영규 남해군 부군수, 류경완 경남도의원, 장행복 남해군의원 등 행정과 의회 관계자들이 참여해, 서복 콘텐츠의 실용화 가능성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 30년 학술 연구 넘어... '서복 웰니스 빌리지' 제시


심포지엄의 문을 연 정윤권 남해군 서복회장은 "지난 30년간 우리는 학술대회에 집중하며 서복의 역사적 의미를 고찰해왔지만, 이제는 군민과 관광객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발전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강력한 변화를 촉하했다.
그는 "서복 공원이 거창하게 조성된 제주와 비교할 때, '원산지' 격인 남해는 금산 석각이라는 상징성 외에 관광객을 유인할 구체적인 거점이 부족했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이어 "단순한 기념관을 넘어, 남해의 청정 자연과 서복의 불로초 전설을 결합한 '서복 촌' 조성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이는 서복을 테마로 한 역사 체험 공간이자, 명상, 약초, 치유 프로그램이 결합된 체류형 관광 단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행정과 의회, 그리고 군민 모두의 전폭적인 지원과 협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박영규 부군수 역시 축사를 통해 "서복의 여정은 남해만의 것이 아니라 한·중·일 3국이 공유하는 귀중한 역사문화 자산"이라며 "남해 양아리 석각이 지닌 무한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오늘 이 자리가 남해군 관광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도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 서불과차의 현대적 해석과 관광 자원화

▲ 정성호 전 동명대 교수가 '서불과차의 현대적 해석과 관광 자원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사)남해서복회 정윤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정성호 전 동명대 교수의 '서불과차의 현대적 해석과 관광 자원화' 발표였다.
정 교수는 서복 스토리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요구했다.
그는 "이제 서복을 '불로초'라는 신화적 프레임에 가두는 것에서 벗어나, 2,200여 년 전 선진 문물을 싣고 동방으로 향했던 '문화 교류의 선구자'로 재조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재해석은 서복을 단순한 전설이 아닌, 고대 동아시아 해상 교류사의 실체적 인물로 격상시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정 교수는 "오경석 선생이 중국 금석학자에게 검증받은 석각 기록의 존재만으로도 남해는 이미 강력한 역사적 정통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 새로운 관점을 토대로 한 구체적인 관광 자원화 4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첫째 ▲'서복 로드' 트레킹 코스 개발이다. 이는 서복의 상륙 지점으로 추정되는 벽련-두모-설리-양아리 일대를 잇는 이야기 중심의 도보길이다. 단순한 해안 둘레길이 아니라, 각 지점에 스토리텔링 표지판, 증강현실(AR) 체험존 등을 설치해 관광객이 서복의 여정을 따라 걷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 ▲금산 일대 자연환경을 활용한 '웰니스 프로그램'의 도입이다.
서복이 찾던 '불로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금산의 수려한 자연 속에서 명상, 치유, 약선(藥膳) 음식 체험 등을 제공하는 고급 웰니스 관광 상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국제 크루즈 관광'이라는 대담한 구상이다. 서복의 이동 경로인 중국 낭야-인천-남해-거제-제주-일본을 S자로 잇는 국제 크루즈 항로를 개설하자는 제안이다.
그는 "남해의 항만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조항이나 원천항 인근에 '플로팅(부유식) 터미널'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해 주목받았다.
넷째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라는 최종 목표다. 정 교수는 "남해, 제주, 거제, 함양 등 국내 유적지는 물론, 중국, 일본의 관련 도시들과 국제적 연대를 구축해 '서복의 길'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공동 등재하는 장기적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서복 스토리를 지역 전설에서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격상시켜, 지속 가능한 보존과 세계적인 관광 마케팅의 발판을 마련하는 전략이다.



△ 남해 '장수 별' 노인성 관측... 천문 스토리텔링 강화



이어 발표에 나선 윤봉택 (사)탐라문화유산보존회 이사장은 서복의 '무병장수' 키워드를 '천문(天文)'과 연결하는 독창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윤 이사장은 "동양에서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별인 '남극노인성'은 위도상 서복의 출발지인 중국 산둥성에서는 관측이 불가능하고, 오직 남해 보리암이나 제주도 같은 남쪽 지방에서만 겨울철 잠시 볼 수 있는 귀한 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해는 예부터 '생명의 땅'이라는 상징성을 지녔으며, 서복이 이곳을 찾은 이유가 불로초뿐만 아니라 이 '장수 별'의 기운을 받기 위함이었을 수 있다"는 흥미로운 가설을 제기했다.
윤 이사장은 "서복의 불로초 전설과 노인성 관측 스토리를 연계한 '남해 노인성 별빛 축제' 등을 기획한다면,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전국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강력한 테마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김정식 거제 서복회 회원은 거제 해금강의 서복 전설을 소개하며 "서복의 여정은 단순히 불로초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본에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려던 치밀한 '예행연습'이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불로초는 특정 식물이 아니라,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과 개척의 노력' 그 자체를 상징하는 은유"라며, 이는 현대인에게도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서사라고 덧붙였다.



△ 금산 석각... 도 차원 보존 대책 시급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남해 서복 전설의 심장부인 금산 '서불과차' 석각의 보존 문제도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류경완 경남도의원은 "남해의 가장 중요한 역사 자산인 금산 석각에 이끼가 두껍게 끼고 풍화작용이 심해 글자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이 심각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대로 방치하면 수년 내에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류 의원은 "조속히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이 귀중한 유산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경남도 차원의 긴급 보존 처리 및 체계적인 관리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30년의 깊이 있는 학술적 토대 위에 '관광 자원화'라는 실천적 청사진이 덧입혀진 남해 서복 스토리. 이번 심포지엄이 학계의 깊이 있는 연구와 행정·의회의 과감한 지원, 그리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어우러지는 '실천의 장'이 되어, 남해의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태인·홍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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