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지족해협 죽방렴, 세월의 지혜로 만든 명품 세계유산으로 우뚝 서다

"남해 지족 죽방렴은 자연의 흐름을 활용한 친환경 전통 어업,
공동체의 협력과 기술전승으로 지속 가능한 어업의 모범"

발행연월일 : 2026년 01월 30일(금) 11:12
▲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
남해의 푸른 바다 위, 갯벌이 아닌 좁은 물목에 대나무 발이 반원형 울타리를 이루고 선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바로 남해 지족의 죽방렴(竹防簾)이다. 현재 지족해협에는 총 23기의 죽방렴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 전통 어업 방식은 대한민국 명승 제71호로 지정되었을 뿐 아니라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신규 등재(2025년)된 귀중한 문화 자산이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물고기를 잡아 온 인류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살아 있는 유산으로, 현대의 기계적·대량 생산 중심의 어로 방식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자연을 해치지 않고 공존하며 살아온 선조(先祖)들의 생명 존중 사상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 전통 어업은 지역 주민의 삶과 정체성을 지탱해 온 생활 문화의 핵심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남해미래신문은 남해, 잊혀져 가는 우리 역사의 흔적들을 찾아 재발견 재발굴하고 그 역사적 의미를 추적, 기록으로 남겨 후대에 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에 기꺼이 뜻을 모아 그간 함께한 연구를 지면으로 소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전 남해해성고· 전 창선고 최성기 교장 선생님께 감사함을 전한다. <편집자 주>



이 글에서는 남해 지족 죽방렴의 역사적 전개와 문화적 가치, 그리고 오늘날의 의미를 여섯 가지 주제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 V자형 죽방렴과 원통에서 멸치 잡는 모습


▲ V자형 죽방렴과 원통에서 멸치 잡는 모습


△ 죽방렴의 고대 문헌 기록과 역사적 자취

남해 지족 죽방렴으로 대표되는 함정어업(陷穽漁業)은 '어살(魚矢), 어량(魚梁), 어전(漁箭), 방렴(防簾)' 등 다양한 이름으로 전해지며,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연안 어업의 중요한 전통 기술로 자리해 왔다. 오늘날 '죽방렴(竹防簾)'이라는 명칭은 비교적 근대에 정착한 것이지만, 그 기원은 훨씬 오래된 함정어업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



1) 삼국시대 : 최초의 어량(魚梁)기록

《삼국사기(三國史記)》 고구려본기(613년)에는 강이나 연안에 나무 울짱을 설치해 물고기를 포획하는 장치인 '어량(魚梁)'이 등장한다. 이는 물길의 흐름과 어류 이동 경로를 활용한 초기 형태의 함정어업으로, 오늘날 죽방렴과 직접 동일하지는 않지만, 기술적 원리의 근원을 보여주는 기록으로 평가된다.



2) 고려·조선 초기 : '어량'과 '어전'의 병용

고려시대 문헌에서도 어량과 유사한 장치가 언급되며, 조선 전기에 이르러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어량' 관련 지명과 어업 기록이 다수 보인다. 또한 물고기의 주요 이동 통로를 차단해 포획하는 장치를 '어전(漁箭)'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이는 죽방렴과 원리적·구조적 유사성을 가진 함정어업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3) 조선 후기 : 정교해진 어살과 '방렴(防簾)'의 등장

조선 후기 서유구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전어지(佃漁志)」에는 어살의 구조와 설치 방식이 매우 세밀하게 기록되어 있다. 특히 영남 지역에서는 정교한 어살을 '방렴(防簾)'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이는 오늘날 죽방렴(竹防簾)의 지역적 명칭과 연결되는 중요한 사례이다. 다만 이 시기에 이미 '죽방렴'이 표준화된 용어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지역적 명칭들이 병용되던 시기로 이해된다.



4) '죽방렴(竹防簾)' 용어의 정착

'죽방렴'이라는 명칭은 조선 말기부터 등장하며, 일제강점기의 어업 행정·지적 기록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표준화되었다. 특히 남해 지족해협과 삼천포 일대의 급류 지형에 맞춰 참나무 말목과 대나무 발을 활용한 특수한 구조가 유지되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고유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와 같은 역사적 흐름을 통해 볼 때, 죽방렴은 삼국시대의 어량(魚梁)에서 시작해 다양한 함정어업(陷穽漁業) 방식과 지역적 특성을 결합하며 발전해 온 전통 어업의 독자적 형태라 할 수 있다.



△ 죽방렴의 역사와 전통어로 방식

'죽방렴(竹防簾)'은 좁은 물목이나 만에 참나무 말뚝을 단단히 박고, 그 사이에 대나무 발을 촘촘히 엮어 V자 또는 반원형으로 설치하는 전통 함정어업 방식이다. '죽(竹)'은 대나무, '방(防)'은 막음, '렴(簾)'은 발을 뜻한다. 지족해협 죽방렴은 이러한 구조와 전통을 가장 온전히 보존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지족해협은 조류가 빠르기로 유명한 곳이다.

하루 두 차례 들고나는 강한 조류는 물고기의 이동 통로가 되는데, 선조들은 이 특징을 활용해 물고기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V자 구조에 가두는 방식을 고안했다. 포획 과정에서 그물이나 기계적 장비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물고기가 상처를 입지 않고, 자연의 흐름에 따라 잡히는 방식은 생태적 지속 가능성이 높다.

죽방렴(竹防簾)을 유지하려면 매년 대나무 발을 새로 엮고 말목을 점검해야 하는데, 이는 상당한 노동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과정은 죽방렴이 단순한 어획 도구를 넘어 공동체의 협력, 경험의 축적, 기술 전승을 기반으로 한 문화적 시스템임을 증명한다.

더불어 계절 변화와 기후 조건에 맞춰 구조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지역 어민들은 자연과 긴밀히 호흡하며 삶의 지혜를 이어왔다. 자연을 소모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얻어 쓰는 죽방렴의 정신은 오늘의 환경 위기 시대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 어업의 한 모델로 재조명되고 있다.



△ 자연과 전통이 만든 명품, 죽방렴 멸치의 가치

죽방렴 멸치는 그 희소성(稀少性)과 품질 덕분에 '명품 멸치'로 불린다. 거센 물살을 역행하며 이동한 멸치는 운동량이 많아 살이 단단하고 탄력이 있다. 또한 그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임통에 모인 멸치를 뜰채로 떠 올리기 때문에 비늘이 벗겨지지 않고 상처도 거의 없다.

이 덕분에 죽방렴 멸치는 최상급 식재료로 인정받으며 지역 경제의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단순한 어획물이 아니라 전통 어업의 가치가 담긴 상징적 자산이 되는 것이다. 현대식 어선과 기계 어업에 비해 생산량은 적지만, 죽방렴이 지닌 생태적·문화적 가치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의미가 있다.

더 나아가 죽방렴 멸치는 지역 브랜드화 전략을 통해 전국적 인지도까지 확보하며, 다양한 가공식품과 관광 상품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멸치회, 멸치쌈 등 지역 특색을 담은 음식은 미식 관광을 촉진하며 지역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또한 친환경적 방식으로 포획된 멸치라는 점은 현대 소비자가 중시하는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소비의 가치와도 맞닿아 있어 미래 경쟁력 측면에서도 높은 잠재력을 지닌다. 죽방렴이 지닌 이러한 다층적 가치는 지역 자원을 재발견하고 이를 새로운 산업적·문화적 자산으로 재해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의 지속적 발전 가능성까지 열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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