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의 소임은 하심(下心)의 여정… 이제 선묵(禪墨)으로 대중의 상처 보듬을 것"
홍성진 선임기자
발행연월일 : 2026년 03월 13일(금)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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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이라는 오랜 세월 남해군 불교계를 이끌어온 성각스님은 그 소임을 최근 용문사 주지 승원스님에게 물려주었다. 남해불교사암연합회는 지난 5일 법흥사 대웅전에서 남해불교사암연합회장 이·취임식과 남해연합불교신도회 창립법회를 개최했다. 성각스님은 남해군사암연합회장직을 마무리하며 8년의 소임은 하심(下心)의 여정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이제 선묵(禪墨)으로 세상의 상처를 더욱 더 치열하게 보듬어 안을 것이라는 말로 향후 계획을 대신했다. 남해의 명산 망운산에서 선화(禪畵)의 꽃을 피운 성각스님은 현재 동의대학교 석좌교수로 학생들에게 '마음 다스리는 법'과 '행복의 본질'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남해와 부산을 오가며 망운산에서 완성한 선화(禪畵)의 세계를 젊은 MZ세대와 공유하며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도리를 실천하고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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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년간 남해군사암연합회장으로서 쉼 없이 달려오셨습니다. 퇴임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 돌이켜보니 8년이라는 시간은 남해라는 커다란 도량에서 군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봉사의 시간'이었습니다.
부족한 저를 믿고 화합해 주신 각 사찰의 대덕 스님들과 불자님들 덕분에 무사히 소임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남해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 속에 사는 군민 한 분 한 분이 제게는 모두 하심(下心)의 세계를 설해 주신 부처님이었고 스승이었습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제 선묵(禪墨)으로 세상의 상처를 더욱 치열하게 보듬어 안는 소임이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을 꼽으신다면 무엇입니까?
=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특히 매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 점등식을 통해 군민들에게 희망의 불빛을 전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단순히 종교적 의례를 넘어, 남해유배문학관 광장에서 온 군민이 하나 되어 평안을 기원하던 그 마음들이 남해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고 믿습니다.
또한, 작으나마 '자비의 쌀'과 장학금을 통해 지역의 어려운 이웃과 청소년들에게 부처님의 온기를 전하려 노력했던 시간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불가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일중일체다중일 (一中一切多中一 / 하나 속에 전체가 있고, 많은 것 속에 하나가 있다), 일즉일체다즉일 (一卽一切多卽一 /하나가 곧 전체이며, 전체가 곧 하나이다)이라는 말입니다.
이와 같은 화엄사상은 '타인'을 돕는 것은 곧 '나'를 돕는 것이란 뜻입니다.
지난 8년은 자타불이(나와 남이 둘이 아니다) 정신과 나와 남이 하나라는 동체대비심(同體大悲心)의 마음을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어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 남해와 부산을 오가며 동의대학교 석좌교수로서 강단에 서시느라 여전히 바쁘시다고 들었습니다.
= 강단과 화실, 장소만 다를 뿐 모두가 수행의 연장입니다.
동의대학교 동의지천융합대학 기초교양학부 석좌교수로서 청년들을 만나는 일은 저에게도 큰 활력이 됩니다. 취업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마음 다스리는 법'과 '행복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강의실은 제게 또 다른 법당입니다.
MZ세대 청년들의 고민을 듣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현대적인 포교이자 수행이라 생각하며 즐겁게 임하고 있습니다.
△ 남해 망운산에서 꽃핀 선화(禪畵)의 세계가 최근 대중들이 사는 제도권에서 인정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선화(禪畵)의 세계는 세계일화((世界一花)에 근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즉 세상은 한송이 꽃입니다. 너와 내가 하나의 꽃이듯 일체 만물과 우주도 하나의 꽃이기에 둘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곧 우주 만물은 서로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하나가 곧 전체이고 전체가 곧 하나라는 화엄(華嚴) 세계를 설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세계는 '억겁의 미소'(스님의 선화작품)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선화(禪畵)는 제 삶의 이유이자 대중과 소통하는 언어입니다. 새벽 예불 후 붓을 잡는 시간은 오롯이 나와 우주의 장엄한 세계가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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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주요 언론에서 스님의 선서화를 '치유의 예술'로 새롭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망운사 선서화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 선서화는 기교로 그리는 글이나 그림이 아닙니다. 찰나의 집중을 통해 내면의 본성을 끄집어내는 '무심(無心)의 발현'입니다.
불교신문에서 언급했듯이, 제 그림 속 동자의 미소나 일원상이 현대인들에게 위안을 준다면 그것은 그림 실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세계일화(世界一花), 원융무애(圓融無碍/막힘과 분별과 대립이 없으며 일체의 거리낌이 없이 두루 통하는 상태), 그리고 '비움의 에너지'가 전달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선서화를 만나시면 망운사 선서화의 본질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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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의 계획과 남해 군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 회장직은 내려놓았지만, 망운사 주지로서 그리고 남해의 한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은 변함이 없습니다.
앞으로는 교육과 예술을 통해 남해의 문화를 알리고, 선서화를 통해 대중의 마음을 치유하는 일에 더 집중할 계획입니다.
망운사가 세계일화((世界一花)의 장엄한 세계를 선서화를 통해 보여 주는 사찰이 되도록 더욱 마음을 기울이겠습니다.
아울러 제 남은 여정에서 꼭 매듭짓고 싶은 숙원이 있다면, 바로 '고려대장경 판각지, 남해'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성역화 사업을 제대로 이뤄내는 일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남해는 국난 극복의 상징인 고려대장경이 판각된 역사적 현장입니다.
과거 종정 성파스님을 모시고 남해에서 학술 세미나를 개최하며 '남해 판각설'의 학술적 근거를 공고히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당시 불교계와 학계가 머리를 맞대어 남해 고현면 일대가 대장경 판각의 중심지였음을 확인하며 성역화라는 큰 원력을 세운 바 있습니다. 고려대장경 성역화는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복원하는 일이 아닙니다. 이는 남해를 진정한 '불국토(佛國土)의 고장'으로 장엄하는 일이며, 나아가 우리 남해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적인 문화적 먹거리가 될 것입니다.
대장경에 담긴 호국안민의 정신을 현대적 콘텐츠로 승화시켜 전 세계인이 찾는 정신문화의 성지로 만들어야 합니다.
앞으로도 이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
보물섬 남해가 늘 평온하고, 군민 모두의 가정에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하시길 매일 기도하겠습니다. 성원해 주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