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대 남해캠퍼스 한일 지방창생 심포지엄 현장을 가다

남해의 미래, 단순 현금 지원이 아니라
청년의 삶을 존중하는 긴 호흡에서 시작된다

발행연월일 : 2026년 09월 11일(금) 15:05
▲ 국립창원대학교 남해캠퍼스 글로컬사업단 김석영 단장
남해군은 심각한 인구 절벽과 청년 이탈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 서 있다.
전체 군민 약 4만1천여 명 중 20세 이하 유·청소년 인구는 2,000명이 채 되지 않는 절박한 현실이다. 반면 연간 방문객은 약 700만 명에 달해, '스쳐 지나가는 관광'과 '지역 침체'의 극명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이 주최하고 경상남도, 남해군, 남해군관광문화재단, 남해문화원이 후원한 '한일 지방창생 국제 심포지엄' 및 '글로컬 관광 국제 학생 발표대회'가 7일(월) 남해군 창생플랫폼과 8일(화) 국립창원대 남해캠퍼스에서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한일 양국의 지자체 관계자와 학계 연구진, 청년 연구자 및 대학생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양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청년 인구 유출과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청년들의 창의적 시각을 반영한 '국민쉼터 남해로오시다' 발표대회 및 '남해 로컬 스타일' 교류 프로그램을 적극 진행했다.



[1부. 진단]
현금성 지원과 '청년 뺏기' 제로섬 게임의 한계


전국 지자체들이 청년 유입을 위해 월세 지원, 청년수당, 창업 지원금 등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현금 지원만으로는 청년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다.
학계 전문가들은 지자체 간의 단편적인 주민등록 이전 중심 인구 정책이 소모적인 '청년 뺏기' 경쟁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동명대학교 이지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부산 지역 청년의 타 지역 이주 고려 비율은 2022년 28.8%에서 2024년 39.8%로 급증했다.
전국 평균 대비 월 27만 원가량 낮은 임금 수준 등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지방이 공통으로 겪는 5대 구조적 과제로 청년 여성 유출, 대중교통 감축 및 의료·문화 공간 소멸에 따른 생활 인프라 붕괴, 지역 핵심 거점인 지방대학의 위기, 수도권 일극 집중 구조, 단기 보조금 중심의 지자체 간 소모적 경쟁을 꼽았다.
특히 청년 여성의 유출은 단순한 취업 기회 부족을 넘어 안전한 주거, 긴급 돌봄, 경력 단절 없는 삶, 사회적 존중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며, '청년 여성 정착'을 지역 지속가능성의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2부. 대안 1]
'억류' 대신 '재선택'… 관계·생활인구 연착륙 체계 구축


일본 교토 및 큐슈 지역 등을 연구해 온 카쿠타니 나오후미 교수는 청년을 지역에 묶어두려는 '억류'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이 진학이나 취업으로 고향을 떠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며, 중요한 것은 5년, 10년 뒤 삶의 주체로서 지역을 다시 '재선택(Re-choose)'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카쿠타니 교수는 청년 정주를 위한 4대 필수 요소로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싶은 가치 있는 일자리(Job),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주택과 교통 인프라(Life), 주민 및 또래 간의 따뜻한 인간적 유대감(Relation), 지속적인 성장을 꿈꿀 수 있는 비전(Future)을 제시했다.
관광문화재단 조정인 팀장은 일회성 관광객을 연중 정기 방문자로 전환하는 구독형 여행 상품인 '남해 한 달에 한 번' 사례와, 1인당 2만 5천 원의 참가비를 책정해 자생적 수익 구조를 확보한 주민 주도 마을 축제 유료화 모델을 소개했다.
아울러 창원대 남해캠퍼스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슨트 양성과 정원 산업 인력 교육 등을 실시하여 높은 취업률을 유지하고 외지 청년 유입을 도모한 성과도 공유되었다.
또한 남해로 돌아온 U턴 청년들이 "도시 적응 실패자"라는 부당한 시선에 상처받지 않도록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지역 자원을 활용한 청년 창업을 적극 포용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선대학교 백승헌 교수는 청년 유턴 및 정착을 위한 생활, 관계, 성장, 성공 경험의 '4대 가능성'을 제시하며,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들이 남해의 계절 특산물과 참기름, 돌김 등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해 성공을 거둔 청년 식당 '처갓집' 사례를 우수 로컬 자원형 모델로 꼽았다.



[3부. 대안 2]
특산품은 '매체'다… 로컬 자원의 고부가가치 브랜딩 및 웰니스 투어리즘


지역 자원을 단순한 파는 물건이 아닌, 지역의 기후, 역사,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Media)'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오사카상업대학교 콘도 유진 교수는 교토 특산 채소 브랜드 '교야사이(京野菜)'의 성공 전략을 제시했다.
교토는 영세 농가의 고령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카모나스(가지), 쇼고인 다이콘(무) 등에 교토의 역사와 토양 스토리를 입히고 엄격한 품질 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일반 채소 대비 30~40%의 가격 프리미엄을 형성하며, 교토 농업 생산액 중 쌀을 제치고 연 250억 엔 이상을 달성해 1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에히메현 이마바리시 역시 전통 기술과 최첨단 품질 보증 기준을 결합하여 '5초 이내 수분 흡수'라는 기준을 확립하고 통일된 브랜드 로고를 부여함으로써 '이마바리 타올'을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성장시켰다고 한다.
일본 천리대학교 모리타 미노루 교수가 소개한 나라현 우다시 하이바라 야타키 지구의 사례는 남해군에 직접적인 시사점을 준다.
우다시는 약초 가공의 역사적 배경을 활용하여 약사법 적용을 받는 뿌리 대신 식용 가능한 '야마토 당귀 잎'을 활용한 건강 식단을 개발하고, 버려진 빈집을 개조하여 체류형 민박으로 전환함으로써 청년 고용과 웰니스 투어리즘을 연계시킨 4년 차 치유 관광 상품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4부. 행정 혁신]
1년 단기 평가의 덫… "4년 숙성 기간과 실패용인제 도입해야"


이번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강력하게 촉구한 대목은 '행정 및 예산 구조의 혁신'이었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가 시행 중인 1년 단위의 단년도 예산 집행과 정량적 KPI(단순 방문객 수, 취·창업 건수) 중심 평가는 청년 정책을 망치는 가장 큰 장애물로 지적되었다.
1년짜리 지원사업은 청년들로 하여금 단기 성과를 내기 쉬운 안전한 사업에만 매몰되게 만들며, 보조금이 끊기면 사업이 중단되어 청년이 다시 떠나는 '일회성 정주'의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종합 토론을 통해 도출된 남해군 맞춤형 행정 혁신 과제가 제시되었다. 우선 대학 4년 교육과정 및 청년 창업 안착 주기에 맞춰 단년도 편성의 한계를 극복하는 '지방창생 장기 혁신 기금' 등 4년 단위 다년도 예산 및 기금 구조를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량적 수치 대신 지역사회 내 정성적 관계의 깊이와 시행착오를 통한 경험의 자산화를 평가 지표로 삼고, 정당한 도전 과정에서의 실패를 용인하는 실패용인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창업 실패의 리스크를 청년 개인에게 전가하지 않고 지자체, 대학, 지역사회가 함께 분담하는 위험 분담형 생태계 구축을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국립창원대학 남해캠퍼스를 거점으로 대학-지자체-산업을 연결하고, 대도시를 거치지 않고 일본의 큐슈·나라 등 해외 지방 도시와 직접 교류하는 '글로컬 연대'를 가동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남해의 미래, 청년의 삶을 존중하는 긴 호흡에서 시작된다


조선대학교 김석은 교수는 인구 4만의 남해군이 청년을 유입시키려면 대도시보다 더 높은 삶의 질과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직업군을 제공할 수 있는 획기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해군이 700만 방문객이 스쳐 지나가는 섬에 머무를 것인지, 청년들이 돌아와 스스로의 미래를 개척하는 '지방창생의 메카'로 도약할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단순 현금 지급이나 일회성 행사성 사업을 넘어, 청년의 성장과 관계 형성을 4년 이상 진득하게 기다려주는 행정적 결단과 지역 공동체의 따뜻한 포용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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