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마늘한우축제 현주소를 묻고 변화 모색하다

남해군, '남해마늘한우축제 발전전략 2026 심포지엄' 개최
발제자뿐 아니라 각계각층 현실적인 고민과 갈등 여과 없이 분출

이태인, 홍성진 기자
발행연월일 : 2026년 10월 30일(금) 16:37
지난 25일 류경완 군수의 진행으로 농업기술센터에서 '남해 마늘·한우축제 발전전략 2026 심포지엄'이 열렸다.
2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남해군의 대표 농특산물 축제로 자리매김해 온 행사이건만, "6만여 명의 인파가 다녀가고 6억 원의 현장 매출을 올렸다"는 행정기관의 표면적 성과 이면에는 차갑게 식어가는 지역 상권과 생산 기반 붕괴라는 뼈아픈 현실이 도사리고 있었다.
남해군은 지난 23일 농업기술센터 대회의실에서 '남해마늘한우축제, 새로운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축제 발전전략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지역축제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남해마늘한우축제의 성과와 한계를 돌아보고, 변화하는 관광 환경과 소비자 수요에 대응할 새로운 축제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행사에는 류경완 남해군수, 군의원, 축제 추진위원, 농수축산업 관계자, 관광·문화 분야 전문가, 지역주민 등 70여 명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21년, 남해군 대표 축제의 현주소


이날 심포지엄의 발제자로 나선 세 명의 전문가는 남해 마늘·한우축제가 직면한 구조적 한계와 정체성 부재를 매섭게 질타했다.
축제의 화려한 외형 뒤에 감춰진 행정 편의주의와 목적의식의 상실이 낱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축제가 바뀌지 않는 구조적 이유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총감독인 임재진 호원대학교 교수는 지역 축제가 혁신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으로 '변화보다 강한 현상 유지의 힘'을 지목했다.
임 교수는 "행정의 책임 회피, 공무원의 단기 순환 보직, 그리고 지역 내 기득권 세력의 이권이 얽혀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성과 측정의 중대한 오류를 비판했는데, 방문객 수나 예산 집행률과 같은 '숫자 중심의 평가'가 축제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자체들이 발표하는 10만 명이라는 숫자는 잠실 야구장을 네 번 채우고 남해군 전체 인구의 두 배가 넘는 허수"라며, 이러한 인원수 부풀리기가 당해 연도의 실적으로 포장될지언정 장기적으로는 축제의 질적 성장을 갉아먹는 맹독이 된다고 경고했다.
임 교수는 이를 타파하기 위해 행정은 공공 예산 지원에 머물고, 전문 기획자가 콘텐츠를 주도하며, 실패를 용인하고 점진적 혁신을 실험하는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체성 부재 비판 및 남해 밥상 미식 박람회 제안


두번째 발제자인 김미숙 남해문화원장은 현재의 마늘·한우축제가 지닌 모호성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관광객 유치, 주민 화합, 특산물 판매, 문화 공연 등 모든 것을 한 바구니에 담으려다 보니 "누구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축제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남해 축제의 한계를 일곱 가지로 분류하며, 그중에서도 동선의 충돌과 임시 시설 의존도, 그리고 축제장 안에서만 소비가 이뤄지는 '외딴섬 구조'를 비판했다.
그는 고사리, 시금치, 멸치 등 남해군 전역에 산재한 개별 특산물 축제를 하나로 묶어 '남해 밥상'이라는 공공 브랜드 아래 통합할 것을 강력히 제안했다.
이는 단순한 원물 판매 행사를 넘어, 남해의 풍부한 식재료와 향토 음식, 생산자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가칭 '남해 밥상 미식 박람회'로의 전면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성공하는 축제의 조건과 명확한 목적 설정


세번째 발제자인 전병권 남해시대 편집국장은 "왜 남해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화두를 이었다.
전 국장은 과거 1회부터 8회까지의 초기 축제가 마늘 공예, 마늘 수확 체험 등 마늘이라는 소재의 우수성을 끈질기게 파고들었던 반면, 현재는 버튼 한 번 누르는 개막식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유명 트로트 가수 공연에 매몰되어 정체성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장수 한우랑사과랑 축제, 의성 슈퍼푸드 마늘 축제 등 타 지자체의 성공 및 한계 사례를 직접 현장 취재한 그는, "마늘은 본질적으로 대중적인 주재료가 될 수 없고, 한우 역시 횡성 등 타 지자체 대비 독보적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냉정한 현실을 짚었다.
무의미한 연예인 섭외 비용과 인원 동원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마늘과 한우의 정체성을 현대적인 체험과 미식 콘텐츠로 명확히 풀어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현장의 엇갈린 시선, 무엇을 담을 것인가


발제자들의 날 선 진단에 이어 진행된 지정 토론에서는 생산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와 축제 운영 방식, 장소 문제를 둘러싼 각계각층의 현실적인 고민과 갈등이 여과 없이 분출되었다.
뼈아픈 대목은 축제의 근간이 되는 생산 기반의 붕괴 속도였다. 질의자로 나선 이세규 농민 대표는 "과거 1,500ha에 육박하던 마늘 재배면적이 현재 360~380ha 수준으로 내동댕이쳐졌고, 1만5천 두를 상회하던 한우 사육 두수 역시 1만1천 두 아래로 무너질 위기"라며 벼랑 끝에 선 농촌의 절박함을 토로했다.
김종준 전국마늘생산자협회 남해군지회장 역시 "8억 4천만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쓰이는데, 농민들이 가져가는 실질적 혜택은 전무하다"며, "비싼 가수를 부르고 먹고 마시는 위안 잔치가 아니라, 농가 소득보전과 직불제 도입 등 생존을 위한 본질적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늘과 한우의 결합 방식에 대해서도 파열음이 일었다.
 류창봉 위원장은 "마늘은 양념이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주력 메뉴가 아니다"라며, 한우 축제는 별도로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김성찬 남해축협 조합장은 "여름철(6월) 뜨거운 뙤약볕과 아스팔트 위에서 고기를 굽는 것은 노동 강도가 지나치게 높아 환자가 발생할 정도"라며 축제 시기를 봄이나 가을로 옮기고 종합 미식 페스티벌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해 밥상 미식 박람회' 구상에 대한 우려도 터져 나왔다.
 창선 고사리축제 김문권 추진위원장은 "지역축제는 스스로 기획하여 연간 100억 원대의 농가 수익을 창출하며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며, 각 특산물의 수확 시기와 고유의 문화적 가치가 다른데 이를 행정 편의적으로 통합하려 들면 지역민의 거센 반발과 역효과를 부를 것이라며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반면 박세봉 창선농협장은 "수많은 소규모 축제들이 재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한 '축제 다이어트'가 시급하다"며 통합론에 힘을 실었다.
 접근성과 공간 인프라를 둘러싼 장소 논쟁 역시 평행선을 달렸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 읍내(유배문학관 등)를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과, 스포츠파크나 새롭게 조성될 입편 매립지로 이동해 주차 및 쾌적한 인프라를 확보하자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장소나 접근성보다 중요한 것은 관광객이 2시간을 달려와서라도 기꺼이 겪고자 하는 '킬러 콘텐츠'의 유무"라는 성찰이 제기되며,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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