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해미래신문 지역사회 진단-민자유치와 지역사회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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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미래신문 지역사회 진단-민자유치와 지역사회 조화

대형 민자유치 사업에 따른 일회성·소멸성 보상, '마을공동체 공동수익형 인프라 구축'으로 전환해야
주민들, 준공 후 변하는 기업태도, 지역사회 융화는 뒤전 '그들만의 철옹성' 지적
"지역행사에 향토기업, 소상공인들은 어렵지만 공동체를 위해 후원에 협찬,
그리고 직접 참여까지 그러나 준공 후 대형 민자유치 기업은…"

이태인, 홍성진 기자
2025년 11월 21일(금) 09:13

남해군이 '천만 관광 시대'를 표방하며 대형 민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화려한 청사진과 경제 효과가 연일 보도되지만, 그 개발의 그림자 속에 신음하는 원주민들의 목소리는 묻히기 일쑤다. 대형 자본이 지역에 진입할 때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개발 피해, 그리고 이를 무마하기 위한 보상금 문제는 수십 년을 동고동락해 온 마을 공동체를 일순간에 파괴하는 뇌관이 되고 있다. 본지는 남해군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대형 민자 사업들의 사례를 통해, 현행 민자 유치 방식의 구조적 모순을 진단하고 상생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돈' 앞에 장사 없는 마을 인심

대규모 토목 공사가 시작되면 소음, 분진, 조망권 침해 등 주민들의 생활 환경은 급격히 악화된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기업은 '피해보상금'을 제시한다. 비극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기업과 주민 간의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타결된 보상금이 마을로 들어오는 순간, 공동체는 '돈'을 둘러싼 전쟁터로 변한다.



△"민민 갈등일 뿐"... 행정은 책임없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갈등을 바라보는 지자체의 태도다. 예나 지금이나 남해군은 대형 사업 유치 성과를 홍보하는 데는 적극적이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민 갈등과 피해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기업과 민간 사이의 사적 계약"이라며 한발짝 물러서 왔다.
지자체의 이러한 방관적 태도는 결과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회피를 묵인하는 면죄부가 되고, 주민들을 거대 자본 앞에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자체가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할 때, 정보력과 자금력을 앞세운 기업은 주민들을 각개격파하거나 회유하기 쉽다. 행정이 유치 단계에서부터 주민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마을 공동체는 회복 불능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 준공 후 변하는 기업태도, 지역 사회에 융화는 뒤전인 '철옹성'

많은 주민들은 대형 민자사업의 경우 공사가 끝나고 영업이 시작되면 기업의 태도는 180도 달라진다고 지적한다. 지자체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유치한 이들 대형 민자 기업들의 행태는 지역민들에게 깊은 모멸감을 안겨주고 있다.
남해사회는 전통적으로 크고 작은 마을 축제나 체육 행사가 열리면,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영세한 소상공인들조차 십시일반으로 협찬하고 직접 참여하며 정을 나누는 따뜻한 공동체 문화가 있다.
하지만 정작 지역의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하며 수익을 올리는 대형 기업들은 이러한 지역 정서에 철저히 등을 돌리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나 단체가 소박한 지원이나 행사 참여를 요청하면, 이들은 마치 귀찮아하며 위에 보고하고 알아보겠다는 말로 마무리한다. 어는 정도 보상이 끝나면 '본사 규정' 내세워 공동체 참여와 융화 노력은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경험이다. 나아가 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의도적 배제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그들만의 '철옹성'을 쌓고 지역사회에 융화를 거부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일부 주민들은 지역의 자산을 이용해 돈은 벌어가면서, 정작 지역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를 거부하는 이들의 이중적인 모습은 오히려 공동체의 정서를 파괴하는 것같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 현금살포·소멸보상보다 '자립형 인프라' 구축 보상을

이제는 민자 유치 사업의 피해보상 방식을 근본적으로 고쳐나가야 한다. 일회성 또는 소멸성으로 지급되어, 결국 주민 간의 불화만 남기는 '현금 보상'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피해보상금을 개개인에게 나눠주는 대신, 마을 전체가 공유하는 자산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마을 공동 자산화(Community Asset)'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기업이 보상금 명목으로 마을에 상가 건물을 건립해주거나, 펜션, 식당 등을 운영할 수 있는 마을 기업 설립 자본을 대는 방식이다.
이렇게 마련된 공동 소유의 인프라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매년 마을 기금으로 적립되거나 주민들에게 배당될 수 있다. 이는 일회성 위로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지속 가능한 복지 재원이 된다. 또한, 마을 주민들이 함께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공동체 의식이 회복되고, 기업 역시 일시적 비용 지불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파트너로서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 개발 논리에 밀려 공동체가 파괴되는 비극 끝내야

지자체는 민자 유치 MOU(양해각서) 체결 단계부터 강력한 '상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법적 요건만 따질 것이 아니라, ▲피해 보상의 구체적 방식(현금 지양, 인프라 구축 권장) ▲준공 후 지역사회 기여 방안(행사 지원, 지역민 고용 의무화 등) ▲갈등 발생 시 지자체의 중재 권한 등을 협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기업이 들어와서 돈만 벌어가는 구조가 아니라, 기업의 이익이 지역 공동체의 이익으로 환원되는 시스템을 행정이 강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개발 논리에 밀려 공동체가 파괴되는 비극이 더 이상 남해에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남해군은 이제라도 투자 유치의 성과표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드리운 주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무너진 공동체를 다시 세우는 '적극 행정'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지방소멸 시대, 남해를 지키는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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