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 "경남도의회 이미 진행된 사업에 찬물 끼얹나?" 남해군농어촌기본소득 도비 예산안 예비심사 '전액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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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2.05(금) 15:15
군민, "경남도의회 이미 진행된 사업에 찬물 끼얹나?" 남해군농어촌기본소득 도비 예산안 예비심사 '전액 삭감'

남해군, 시범사업 선정 후 전입 인구 폭증 속 '비상'
'주민주도 정책훼손·소멸 위기 외면' vs '경남도 재정악화·형평성 우려'

이태인, 홍성진 기자
2025년 12월 05일(금) 09:12
▲ 경상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회가 경남도 농정국을 대상으로 2026년도 예산안 예비심사를 하고있다. 사진 /경남도의회
정부의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며 최근 '인구 폭등'이라 불릴 만큼 가파른 인구 유입세를 보이던 남해군의 농어촌기본소득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경남도의회 상임위원회가 시범사업에 배정된 도비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사업 자체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경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3일 열린 2026년도 경상남도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남해군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원에 책정된 도비 126억 3600만 원을 전액 삭감하는 수정안을 가결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2027년까지 남해군 모든 주민에게 1인당 월 15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사업 선정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남해군에는 귀촌 문의가 쇄도하고 실제 전입 인구가 급증하는 등, 지방소멸 위기 극복의 실질적인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도의회의 예비심사에서 예산 삭감 결정으로 이같은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예산 삭감을 주도한 장병국(국민의힘·밀양1) 도의원은 경남도의 재정 건전성을 삭감의 주된 이유로 들었다.
장 의원은 "현재 경남도의 재정자주도는 43.6%에 불과하고 1조 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다"며 "광역지자체에 과도한 지방비 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지방재정을 악화시키고 기초지자체 간 형평성 문제와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 의원은 "특정 지역에만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인근 지역의 인구 유출을 가속화시켜 소멸 위기를 전가하는 '풍선 효과' 등의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지역구 류경완(더불어민주당·남해) 도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류 의원은 이번 사업이 관 주도가 아닌, 남해군민들이 오랫동안 준비하고 요구해 온 '상향식 정책'임을 강조했다.
류 의원은 "남해군민들의 자발적인 의지와 참여로 만들어낸 정책을 단순히 도 재정 상황이나 검증되지 않은 부작용을 이유로 삭감하는 것은 주민 자치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이미 시범사업 선정 효과로 남해군 인구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예산 삭감은 지역 소멸을 막을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결정"이라고 성토했다.
류 의원은 항의의 뜻으로 예산안 의결 회의에 불참했다.
문제는 이번 도비 삭감이 국비 지원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예산은 국비 40%와 지방비 60%로 구성되며, 지방비 매칭 비율은 경남도 18%, 남해군 42%다. 경남도가 도비 부담을 거부할 경우, 국비 교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국비 배정마저 보류되거나 사업 지정이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군내 한 주민은 "기본소득 지급 소식을 듣고 타지에서 자녀들이 귀향을 고민하거나, 실제로 이사를 온 이웃들이 늘고 있어 마을에 활기가 돌던 참이었다"며 "도의회의 이번 결정이 이제 막 살아나려던 남해군의 불씨를 꺼뜨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미 진행된 사업인 데다 경남도도 18% 부담을 확약하며 관련 서류를 정부에 올리지 않았냐"면서 "경남도내에서 남해로의 전입은 사실 고향을 다시 찾아오는 남해 출신이거나 남해에 직장을 둔 사람들의 이동으로 보이는데 남해군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인구다. 이들이 인구절벽 남해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오히려 경남도의회가 앞정서 도와야 할 일이다"고 피력했다. 또 다른 주민은 "남해는 타 지자체와 달리 농어촌기본소득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먼저 움직였다. 국회의원 강연회에 이어 유치결의대회까지 대대적으로 벌인 지역이다"면서 "이처럼 타 지역과 달리 남해는 지역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주민들이 발벗고 나섰다.
이제와서 경남도의회에서 수정안을 내놓고 전액을 삭감하는 행위는 용납할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안은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남겨두고 있다. 남해군과 지역 사회단체들이 예결위 과정에서 예산을 되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구 증가'라는 가시적 성과와 '재정 부담'이라는 현실적 난관 사이에서 도의회가 어떤 최종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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