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넘어야 할 산과 건너야 할 강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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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2.12(금) 11:06
"아직 넘어야 할 산과 건너야 할 강이 많습니다"
정리 홍성진 선임기자
2025년 12월 12일(금) 09:20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남해군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군민들은 이 사업이 인구소멸을 막고 침체된 지역경제를 다시 살릴 마중물이 되어주길 기대했다. 2년에 걸쳐 약 1.400억 원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오롯이 우리 지역에 풀리기 때문이다. 상주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한계에 갈수록 빈 점포에 늘고 면 지역에는 인구 부족으로 한의원을 비롯 약국조차 문을 닫는 현 시대 군단위 농어촌 문제는 남해군도 예외는 아니다. 많은 군민들은 선정된 농어촌기본소득을 이를 극복할 마중물로 여겼고 실제로 향우들도 전입해 들어왔다. 그러나 3일 경남도 예산 126억 원이 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되었다. 이유가 있지만 남해군은 이 사업이 남해군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경남지역 인구소멸 위기 지역 11개 시군의 미래, 대한민국 농어촌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도전으로 보고 군민과 함께 예산을 복원시켜야만 했다. 결국 고비였던 경남도의회 예결위가 10일 예산 복원을 결정했다. 본희의는 남았지만 기본소득사업 실현을 위해 군민과 함께 당면 위기를 극복한 군정의 노력은 이유를 떠나 평가받아야 한다. <편집자 주>




△ 농어촌 기본소득 경남도 예산이 예결위에서 다시 복원된 데 대한 소감을 부탁드린다.

= 먼저 저를 믿고 차분하게 기다려주신 군민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도의회 상임위에서 경남도 예산이 삭감된 순간부터 긴박하게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사업이 무산되는 거 아니냐', '기본소득을 받지 못하는 거 아니냐'는 걱정과 불안감을 표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 공모 절차에서부터 보여주신 군민들의 성원과 열의를 충분히 알고 있기에 두렵거나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반드시 예결위에서 예산을 복원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물론, 만에 하나 예산 복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를 상정한 향후 대책까지 생각해야 했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제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반드시 예산을 복원 시키겠다는 각오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변함없는 군민 여러분들의 관심과 성원 덕분에 예결위에서 예산이 복원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 도의회 예산 복원 활동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 상임위 예산 삭감 소식이 전해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가 가장 먼저 당부드린 점은 '정치적 쟁점화로 비화되거나, 도의회나 특정 도의원을 비난하는 방향을 나아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문제가 자칫 정파 싸움으로 치닫거나 상호간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격한 언쟁으로 이어지게 되면 이 문제를 더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대신, 차분하게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의 취지를 잘 설명드리고 종국에는 남해군 뿐아니라 경남의 모든 농어촌 지자체가 더 큰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부각해 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남해군민들의 염원을 진솔하게 전달하고, 농어촌 소멸위기 극복을 위해 다 함께 힘을 모으자고 호소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군민들께서 상실감과 걱정을 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항의성 규탄 집회나 기자회견을 계획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도의회 설득 노력을 이어가면서 갈등이 커지지 않도록 감정의 불씨를 누그러뜨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지금은 자극이 아니라 차분함이 필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드렸고, 많은 군민들께서 이 취지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 예결위 심의 중 류경완 도의원은 삭발을 단행하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 류 의원님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합니다. 농해양수산위 소속으로서 무거운 책임감도 가지셨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또 어떻게든 예산 복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간절함의 표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자칫 정치적 쟁점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다행스럽게도 예산 복원이 이루어졌고, 류 의원님의 도의회에서의 활동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 상임위에서 예산을 삭감할 때 가장 주요하게 거론되었던 문제가, 인근 시군 인구를 흡수한다거나, 위장전입 우려 등이었습니다.

=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결정 난 이후 전입인구가 대폭 늘어난 건 맞습니다. 매월 평균 전입자 수 200∼300명 수준이었고, 전출자는 200∼400명이었습니다.
그런데 10월에 전입자 수가 596명, 11월에는 1089명을 기록했습니다. 실제 통계자료를 살펴보니 10∼20대와 부산 등 대도시와 인근 시 지역에 거주하는 향우들의 전입률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남해에서 사실상 실거주를 하지만 학교나 주택 문제 등으로 외지에 주소지를 두고 있던 분들이 농어촌 기본소득을 계기로 남해로 전입한 것이죠. 사실상 남해에 사는 분들이 정식으로 남해군민이 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지금과 같은 인구 증가 추세는 단기적인 현상일 확률이 높습니다. 기본소득 제도가 정착하게 되면 예전보다는 전입률이 높게 나타겠지만, 해당 상임위의 우려대로 인근 시군의 인구를 빨아들이는 풍선효과는 기우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기본소득 지급 과정에서 실거주자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할 계획입니다.



△ 재정 부담 우려도 많이 제기됐습니다.

= 이제부터는 전국의 시범사업 지자체와 연대해 국비가 확대될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이어가야 합니다. 우리 군으로서는 기본소득 지급에 필요한 군비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보통교부세 확대분 338억 원 중 일부 금액을 비롯해, 생활인구 보정수요, 재정안정화기금 등이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추진해 오던 대형 인프라 사업과 사회 복지 사업은 차질없이 진행됩니다. 다만, 불요불급한 사업들을 조정하는 건 불가피합니다. 우리 군의 재정건전성을 향상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 마지막으로 군민들에게 드리는 말씀이 있다면?

=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자체로 선정된 것도, 이번에 도의회에서 예산 복원이 이루어진 것도, 모두 군민 여러분들의 힘과 성원 덕분이었습니다. 저를 믿고 차분하게 기다려 주신데 대해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과 건너야 할 강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도의회 본회의 의결이 남아 있고,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경남도의회, 경남도, 농림축산식품부와도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가야 합니다. 다시 한번 군민 여러분들의 단합된 힘이 필요합니다. 남해군을 믿고 하나된 마음으로 똘똘 뭉쳐야 합니다.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행동보다는 차분하게 상대를 설득시켜 나가겠다는 소통과 협치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통해 농어촌이 처한 구조적 위기를 넘어, 사람이 돌아오고 머무는 남해, 대한민국 농어촌의 새로운 희망 모델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바다와 농토를 가꾸며 묵묵히 남해를 지켜온 모든 군민들께서 기본소득의 혜택을 즐겁게 누리실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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