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명의 남해시론] 균형 잡힌 사회에 대한 소고(小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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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30(금) 11:28
[김재명의 남해시론] 균형 잡힌 사회에 대한 소고(小考)

"극단적인 좌익이나 극단적인 우익은 역사적으로 많은 부작용을 낳았으며,
대부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중도적 경향의 이념이 현실정치를 주도하고 있다"

발행연월일 : 2026년 01월 30일(금) 11:18
헌법 전문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명시되어 있듯이, 임시정부가 외세에 의해 강제된 통치가 아닌, 자주독립을 향한 민족의 의지를 대표하는 기관이었다는 점에서 정통성의 출발점으로 봐야 하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물론 임시정부의 수립일이나 계승 방식에 대한 학술적 논쟁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3.1운동과 임시정부가 표방했던 자주독립,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정신적 기반이다.

해방 이후 국민주권주의에 입각한 민주공화국의 수립과정은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정통성을 다지는 과정이었다.

1948년 제헌국회가 국민의 대표로 구성되어 헌법을 제정하고, 자유 총선거를 통해 정부를 수립한 것은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민주주의 국가로 출발했음을 의미한다.

비록 분단의 비극 속에서 이루어진 정부 수립이란 한계는 있었으나, 국민의 자유로운 의지에 기반한 보통선거와 여기서 선출된 대표를 통해 헌법이 제정되었다는 점은 "국가 권력의 정당성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근대 민주주의의 원칙에 충실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국내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UN 총회의 결의를 통해 그 합법성과 정통성을 인정받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그리고, 민주화 운동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시켜 온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 역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권위주의 통치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4.19 혁명, 부마항쟁, 5.18 민주화운동, 6월 항쟁 등 수많은 민주화 투쟁을 통해 국민 스스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쟁취하고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은 대한민국이 단순한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인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는 가치를 내면화했음을 증명한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임시정부로부터 이어지는 민족의 자주독립 정신, 국민주권에 기반한 헌법적 민주공화국의 수립, 그리고 이를 끊임없이 발전시켜 온 민주화의 역사적 경험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형성된 것이다.

이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인식하고 계승할 때, 우리는 비로소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굳건히 하고, 이념적 대립으로 인한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국가적 역량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두 축, 보수와 진보. 이 두 가치 지향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며, 사회의 발전과 변화를 이끌어가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이 둘은 종종 '좌파'와 '우파'라는 이념적 프레임에 갇히거나, 심지어 특정 집단에 대한 비난의 언어로 오용되면서 본질적인 의미가 퇴색되곤 한다. 과연 보수와 진보는 명확하게 구별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 경계는 어디에 놓여야 할까?

먼저, 보수(保守, conservative)의 핵심 가치는 '지키는 것'에 있다. 여기서 '지키는 것'은 단순히 과거에 얽매이거나 변화를 거부하는 퇴행적인 의미가 아니다.

보수는 공동체의 전통, 기존 제도, 사회적 가치, 그리고 안정성을 중시하며, 이러한 기반 위에서 점진적인 변화와 발전을 추구한다. 보수주의는 오랜 시간 검증되어 온 질서와 규칙, 자유시장 경제 체제를 옹호하고,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며, 국가의 개입보다는 자율과 경쟁을 통해 사회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믿는다.

국가 안보와 사회적 안정 유지는 보수의 주요 관심사이며, 급진적인 변화가 가져올 혼란보다는 기존 질서 유지를 통한 발전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요컨대 보수는 '전통과 안정을 바탕으로 한 점진적 개선'을 추구하는 세력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진보(進步, progressive)는 '나아가는 것', 즉 '변화와 개혁'에 방점을 둔다. 진보는 기존 사회의 불평등, 불합리한 구조, 차별과 모순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며, 이를 개선하고 개혁하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 복지 확대를 통한 사회 안전망 강화, 분배 정의 실현, 인권 및 환경 문제 해결 등을 주요 의제로 삼으며, 이를 위해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과 개입을 긍정적으로 본다. 진보는 더 큰 평등과 자유, 그리고 참여를 통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존중받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따라서 진보는 '기존 사회의 모순을 개선하여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고자 하는 세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보수와 진보의 명확한 구별은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와 사회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관점, 그리고 변화를 대하는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보수가 '전통과 안정을 통한 질서 있는 발전'을 추구한다면, 진보는 '불합리한 구조 타파를 통한 사회 정의와 평등 실현'을 지향한다. 보수가 '기존 체제의 유지 및 점진적 개선'에 무게를 둔다면, 진보는 '개혁을 통한 새로운 대안 제시'에 적극적이다. 즉, 보수는 '지켜야 할 가치'를 우선하고, 진보는 '바꾸어야 할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정책과 의제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양 극단에 위치한 순수한 보수와 진보를 찾기는 쉽지 않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보수가 개혁을 주장하기도 하고, 진보가 어떤 부분에서는 전통적 가치를 옹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뿌리 깊은 지향점, 즉 사회를 운영하는 핵심 원리를 무엇으로 삼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반면에 좌익과 우익은 정치적 이념 스펙트럼의 더욱 근원적인 축을 형성하며, 종종 국가의 체제와 사회 구성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견해차를 드러낸다.

이 두 용어는 단순한 정치적 선호를 넘어, 인류가 걸어온 현대사의 궤적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기에 그 기원과 의미를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좌익(左翼, Left-wing)과 우익(右翼, Right-wing)이라는 용어의 기원은 프랑스 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89년 프랑스 혁명 당시 국민의회에서 의장석을 기준으로 왼쪽에 앉았던 이들은 왕정 폐지, 공화정 수립, 사회 불평등 해소 등 급진적인 변화와 개혁을 주장하던 세력이었다.

이들은 주로 하층민과 급진적 사상을 가진 이들로 구성되었고, 사회적 평등과 민중의 권리 신장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 이로부터 좌익은 기존 질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바탕으로 사회 변혁과 개혁을 추구하며, 특히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 평등한 자원 배분,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복지 실현을 강조하는 이념적 흐름을 대표하게 되었다.

19세기 이후에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등 사유재산 제도에 비판적이고 계급 해방을 주장하는 사상과 강하게 연결되면서, 경제적 평등과 노동자의 권리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경향을 보여왔다.

반대로 의장석의 오른쪽에 앉았던 이들은 왕정 유지 혹은 입헌군주제, 교회의 특권 존중 등 현상 유지를 주장하며 온건하고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던 세력이었다.

이로부터 우익은 기존의 사회 질서와 전통적 가치, 개인의 자유로운 재산권 행사를 옹호하며, 국가의 안정과 질서 유지를 중요시하는 이념적 흐름을 대변하게 되었다. 우익은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며, 자유시장 경제를 통해 사회 전체의 효율성과 번영을 도모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국가 안보와 국수주의적 가치를 중시하고,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점진적 발전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특히 한국의 맥락에서는 반공주의가 우익 이념의 강력한 축으로 작용해왔으며, 국가의 안보와 체제 수호를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특징을 보였다.

정리하자면, 좌익은 평등과 분배를 강조하며 사회 변혁을 통해 약자를 위한 이상적인 공동체를 지향하는 반면, 우익은 자유와 질서를 강조하며 전통과 안정을 통해 국가의 발전과 개인의 재산권을 옹호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이념적 스펙트럼은 더욱 복잡하고 미묘한 양상을 띠며, 특정 정당이나 인물을 단순히 좌익 또는 우익으로 단정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극단적인 좌익(공산주의)이나 극단적인 우익(파시즘)은 역사적으로 많은 부작용을 낳았으며,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중도적 경향의 이념들이 현실 정치를 주도하고 있다.

좌익과 우익이라는 근본적인 이념의 뿌리를 이해해야 하는 것은, 특정 정책이나 정치적 현상을 단순한 선악의 이분법으로 보는 것을 넘어, 그 이면에 담긴 가치와 지향점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통찰력을 가지기 위함이다.

따라서 지금의 한국 정치나, 우리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제주 4.3사태'와 박진경 동상 철거와 같은 이념적 충돌문제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어느 일방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승자 독식이라는 차원에서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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