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면 문성주 조각가의 촌(村)살이 남해 돌 깎아 예술섬 남해 꿈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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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면 문성주 조각가의 촌(村)살이 남해 돌 깎아 예술섬 남해 꿈 꾼다

지난 2월 남면 남구마을로 귀촌한 문성주 조각가
자연의 다양성 담는 작품활동, 예술섬 남해 만들고 싶어

김동설 kds1085@nhmirae.com
2020년 08월 14일(금) 13:33
▲지난 2월 남해군민이 된 문성주 조각가는 다양한 자연의 모습을 담은 독특한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작품활동에 몰두하고 있는 문 작가






그의 작품에는 여러 가지 모양이 담겨있다.

어느 작품에는 뾰족한 침엽교목(針葉喬木)의 형상과 아득한 옛날 청동검의 모습이 함께 나타나 있고, 다른 것에는 물 위를 떠다니는 배와 북두칠성의 모양이 혼재해 있다. 사람의 옆 얼굴을 닮은 또 다른 작품에는 얼굴 이외에도 섬과 산, 곤충의 형태가 뒤섞여 있다.

작품을 만든 소재도 다양하다. 자연석은 기본이고 보도블럭과 시멘트기와, 아크릴, 벽돌까지 적당하게 단단한 것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그의 작품 재료가 됐다.

그래서 그가 만든 것들을 보면 다양한 자연(또는 구조물)의 모습이 동시에 보인다. 거기에 조형적 아름다움과 세공의 정교함이 더해져 작가의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작품에 대한 감동과 몰입도가 더욱 높아진다.

여러 가지 소재 안에 다양한 자연의 모습을 담아 작품을 만드는 문성주 조각가. 부산에서 나고 자랐지만 지금은 남해에서, 남해의 돌로 남해의 자연을 형상화하고 있는 귀촌인. 남면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찾아가 그의 조각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문성주 조각가는 이탈리아 유학파로 유럽에서 독특한 작품세계를 인정받은바 있다. 사진은 2001년 노르웨이 우스 국제조각심포지엄 도록 표지를 장식한 문성주 작가 모습






▲문성주, 낯섦과 독특함 추구하는 유학파 조각가

남면 남서대로 994(남면 상가리 495-11). 숱하게 오고갔던 그 길에 문성주 작가의 작업실이 있었다.

'아무리 차려진지 몇 달 되지 않은 작업실이라고는 해도 어찌 이런 건물이 있다는 사실 조차 몰랐을까?' 기자를 맞는 문 작가의 얼굴을 보며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인근의 임진성과 배당소류지에 정신이 팔려 그 반대편에 있는 낡은 작업실 건물에는 시선이 가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모자란 관찰력은 탓하지 않고 죄 없는 배당지와 임진성을 나무라며 기자는 문성주 작가와 마주 앉았다.

조각가와 마주한 만큼 "언제부터 조각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를 제일 먼저 물었다.

"어려서부터 미술을 좋아해서 미술가가 되고 싶었어요. 부모님은 제가 빨리 경제활동을 하기를 바라셔서 공고나 상고 진학을 권유하셨지만 제 의지로 부산공예학교(현 한국조형예술고등학교)에 입학했죠. 거기서 조소를 공부하고 대학도 미술대학 조소과에 들어갔어요."

대학 졸업 후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난 문성주 작가는 그 곳에서 앞으로 펼쳐갈 자신의 작업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안정적이어서 오히려 평범한 것보다는 불안정해서 긴장감이 도는 작업을 통해 다른 작가들이 가려고 하지 않는 길을 걸어가기로 그는 마음 먹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공부하며 많은 것을 깨우치게 됐죠. 안정된 삼각형 구도보다는 역삼각형의 불안한 구도를 통한 긴장감을, 편안한 것 보다는 외나무다리에 선 듯 한 불안감을 작품에 담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낯선 것, 독특한 것, 고정된 것이 아닌 변화하는 것, 이런 것들을요. 지금은 보신 것처럼 자연과 시간, 우주에 대한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들을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선보인 작품들은 유럽에서 인정받았다. 문 작가는 지난 1999년과 2001년, 2005년, 노르웨이 우스에서 열린 국제조각심포지엄에 참여했으며 2001년에는 이탈리아 국제조각심포지엄베로나에서 1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독일에서 열린 국제조각심포지엄에도 작품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2003년에는 독일 스티풍 쿤스도르프 쇄핑엔 초대작가로 5개월간 활동하는 등 왕성한 활동력으로 조각가 문성주의 이름을 알렸다.

그의 독특한 작품 활동은 귀국 후에도 이어졌다. 국내 조각계의 고정관념으로 인해 유럽에서만큼의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지만 2007년 거창국제조각심포지엄, 2008년 부산비엔날레 조각프로젝트, 2016년 거제시청 전시실 개인전 등에 참여하며 한국무대에 자신의 작풍을 꾸준히 각인시키고 있다.









▲남해살이 반년, 예술섬 만들고 싶어

문성주 작가는 지난 2월 남해군민이 됐다.

"귀국 후 부산과 거제 등 몇 곳에서 작품활동을 이어갔어요. 그러던 중, 남해에 사는 친구가 '좋은 작업실이 있다'며 남해로 오라고 하더라고요. 친구가 소개한 곳(현 위치)에 가봤더니 조각 작업실로 아주 좋은 곳이더군요. 진입로가 넓어 대형 트럭이 드나들기 좋고 주변에 민가가 없어서 소음·분진 관련 민원이 들어올 염려도 없고요. 그래서 남해 남구마을로 오게 됐죠."

그는 마을주민들의 소개로 남해유배문학관을 알게 됐고 지난달 유배문학관에서 조각전까지 열었다. 7월 22일부터 8월 7일까지 이어진 문성주 조각전 '남해보물섬이야기'에서는 섬이 간직한 사람과 동·식물, 산과 바다를 조형적 언어로 표현한 작품 100여점이 전시됐다.

문 작가는 남해관객들과의 소박한 첫 만남을 기분 좋은 기억으로 저장해 두었다.

문성주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남해에서 만든 작품들을 포함해 지금까지 제가 했던 작업들을 총망라해 보여드렸어요. 많은 분들이 와주셨고 작품에 대해 전화로 소통한 일도 여러 차례 있었죠. 관객들이 '좋은 전시회였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첫 번째 남해 전시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더 작품활동에 몰입해서 오는 2022년쯤에는 유배문학관 야외전시회를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덧붙여 문 작가는 개인전을 넘어 자신의 작품으로 '예술섬 남해' 조성에 일조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우리 마을을 시작으로 남해가 다양한 조각작품을 만날 수 있는 예술섬이 됐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조각공원도 만들고 싶고 조각관련 체험활동도 추진하고 싶고요. 관광객들이 차를 세울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아지면 사람이 모이고,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고, 남해 관광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겠죠."

돌을 깎아 자연을 표현하는 돌의 연금술사 문성주 조각가. 귀촌인 중견조각가가 남해에서 펼쳐갈 '예술섬'의 꿈이 반드시 대성(大成)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한편 문성주 작가와 소통하고 싶으신 분은 전화(010-2318-7106) 문의 후 그의 작업실(남면 남서대로 994)로 방문하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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