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봄, 남해읍에 '소나무한의원' 문 연 이상윤 원장
내년 남해전입 예정, '환자와 소통하며 재미있는 한의원' 포부
김동설 기자
2020년 08월 21일(금)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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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소개로 찾아간 '소나무한의원'은 일단 젊다는 느낌이 강해 좋았다.
개원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깨끗하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우선 그랬고, 넘치도록 발랄한 안내데스크 직원이 젊은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왠지 원장님도 젊은 분일 것 같았는데 정말 그랬다. 30대로 보이는 젊은 원장님은 톤이 높고 사근사근한 말투로 환자들과 대화하며 '즐겁게' 진료하고 있었다.
'저 원장님은 남해사람 같지 않은데…' 촌살이 담당기자의 감각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기자의 허술한 육체에 침을 놓고 뜸을 뜨는 원장님에게 인터뷰를 신청, 지난 13일 퇴근을 앞둔 이상윤 원장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한의원 식구들을 모아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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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개발자→한의사. 뒤바뀐 소년의 꿈
부산 출신인 이상윤 원장은 고등학교 때까지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장래 희망이었다.
그랬던 그가 한의학으로 방향을 튼 이유는 대학입시 과정에서 만났던 젊은 한의사 선생님에게 홀딱 반해서다.
"입시 준비를 하면서 자주 아팠어요. 치료를 위해 어머니가 잘 아시는 한의원에 다니게 됐는데 30대 젊은 원장님이 설명을 워낙 잘 해주셔서 '한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환상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진로를 변경해 한의대에 진학했죠."
내심 결정해 두었던 진로를 급하게 재탐색했지만 지금 이 원장은 선택의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 양의(洋醫)를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없음은 물론, 양의학을 전공한 친구들과 동등한 의료인으로서 의료서비스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도 자주 갖는다. 다만, 고등학교 때 같은 꿈을 가졌던 친구들이 실제 게임개발자가 되어있는 모습을 보며 '정말 재미있겠다'는 생각은 가끔 한다고.
한의사가 되고 3년째, 이 원장은 공중보건의로 8개월 간 남해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리고 그 짧은 인연의 끈이 그를 남해로 이끄는 동아줄이 됐다.
"2018년 남해군보건소 공중보건의로 처음 남해에 오게 됐어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남해군에 대해 거의 몰랐던 것이 사실이지만 남해에 와서 지내며 참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 이미 '공보의를 마치면 각박한 대도시가 아닌 이 곳에 개원하겠다'고 결심했죠."
그의 결심은 오래지 않아 현실이 됐다. 2019년 3월 14일 남해읍 주원빌딩 건물(화전로 103) 2층에 이상윤 원장의 한의원이 문을 연 것. 한의원 이름은 부인의 뜻에 따라 '소나무한의원'이라고 지었다. "자동차를 타고 남해 드라이브를 즐기던 중 아내가 '소나무한의원' 어때?"라고 제안했다는 이 원장의 말로 미루어 '그의 아내가 해송(海松)이 많은 남해의 식생(植生)을 보고 작명힌트를 얻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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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의 기본은 '대화'와 '소통'
이상윤 원장은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 '대화'와 '소통'이 치료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한의학은 치료의 특성상 환자와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요. 환자의 몸에 직접 침을 놓고 뜸을 뜨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죠. 저는 그것이 한의학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와 대화를 나누며 육체의 질병으로 인해 상한 마음을 풀어드리고 심리적 안정감을 드릴 수 있거든요. 이런 부분이 본격적인 치료와 결합해 병을 고치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라고 한의학의 진료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했다.
이 원장의 말을 들으며 양의학에서 말하는 '인폼드 콘센트(informed consent)'가 떠올랐다. 생명윤리적으로 의사가 환자나 보호자에게 치료방법 또는 처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치료를 진행함을 의미하는 말인데, 기자의 개인적인 경험상 인폼드 콘센트는 생사와 직결되는 중대한 질병치료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적용 되나 그 외에는 제대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무튼 이런 이상윤 원장의 방침 때문인지 한의원 스텝들도 환자와 대화를 많이 한다.
환자와의 소통이 선제적 치료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이 원장이나 애교스럽고 발랄해 어르신들의 예쁨을 받았던 안내 데스크 권하연 선생은 말할 것도 없고, 손이 빠르고 정확한 진료 보조원 신영숙 실장(남해)과 박남일 선생(진주)도 환자와 말을 섞는 빈도가 높다. 권하연 선생의 경우 지금은 집안 사정으로 남해를 떠나 강원도로 이사를 했지만 지난 18일부터 근무를 시작한 후임자 정나리 선생이 한의원의 얼굴 역할을 잘 해주리라 소나무 식구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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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전입 예정, 재미있는 한의원 만들 것
이상윤 원장은 현재 남해군민이 아니지만 곧 남해로 전입할 생각이다.
"2018년 공보의로 남해에 올 당시, 남해에 아파트를 구하고 싶어서 부동산 중개소에 갔다가 실패했어요. 결국 삼천포에 집을 구했는데 그 계약이 내년에 만료됩니다. 2021년에는 남해군민이 될 생각이에요. 공기가 맑아서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조만간 남해군민이 되겠다는 예비군민 이상윤 원장. 그는 젊은이와 어르신들이 모두 재미있게 이용할 수 있는 한의원을 만들고 싶다.
이 원장은 "언젠가 한의원 건물을 하나 마련해 군민들에게 필요한 놀이시설을 갖추고 싶어요. 예를 들면 어르신들을 위해 건물 내에 게이트볼 장을 만든다든지, 젊은이들을 위해 당구대나 콘솔게임기를 배치한다든지 말이죠. 그러면 한의원에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재미있겠어요?"라고 소나무한의원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공보의로 시작해 남해에 눌러앉은 소나무한의원 이상윤 원장. 그는 오늘도 군민이 행복한 한의원을 만들기 위해 '옆집 아지매'같은 하이 톤의 목소리로 군민과 소통하고 있다.
소나무한의원(055-862-1447)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진료하며 점심시간은 오후 12시 30분부터 2시까지다.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은 휴진한다.
한편 이상윤 원장은 의료인으로서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국민들을 향한 팁을 전했다.
그는 먼저 "한의학에서는 임상적으로 '청폐배독탕'과 '은교산' 등이 covid19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었고, 이에 현재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코로나에 대응한 한의학계의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바이러스 시대를 맞아 국민 스스로의 면역력 강화노력이 매우 중요해졌어요.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식단입니다. 찌개와 밥 뿐 만 아니라 생선과 육류, 채소 등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과 무기물이 충분히 어우러진 식단을 꾸리셔야 합니다. 또한 지금과 같이 더운 여름에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탈수로 지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다니시고 외출 전후에 꼭 손을 씻는 등 정부에서 지시하는 생활방역지침을 적극적으로 따라주셔야 합니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