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박성욱이수미 씨 부부의 촌(村)살이◁ "구판장처럼 편안한 동네사랑방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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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 박성욱이수미 씨 부부의 촌(村)살이◁ "구판장처럼 편안한 동네사랑방 되고 싶어요"

귀향인 박성욱·이수미 부부 지난달 11일 남상마을에 '남해구판장' 열어
분식집과 펍 겸한 음식점으로 인기몰이 중, '머물러 사는 남해' 희망

김동설 kds1085@nhmirae.com
2020년 10월 16일(금) 14:01
▲박성욱·이수미 부부는 지난 2월 남해로 귀향해 9월 서면 남상마을에 '남해구판장'을 열었다
▲남해구판장은 개업 한 달여 만에 떡볶이와 해물라면 맛집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은 대표메뉴 해물라면


▲남해구판장 차림표. 메뉴도 복고풍이다.


지난 9월 11일, 서면 남상마을 바닷가에 구판장이 문을 열었다.

옛날 마을 구판장은 어머니들이 간단한 찬거리나 아이들 간식을 살 때 요긴하게 이용했던 동네마트였고 또한 농민들이 대포 한 잔을 걸치며 하루의 피로를 풀었던 지역 사랑방이었다.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나 이제는 군민들의 기억 속에 따뜻한 추억으로 남은 마을 구판장. 그런데 21세기가 시작되고도 19년이나 지난 2020년에 구판장이 개업 했다니? 지인을 통해 소식을 접한 후 기자이기에 앞서 인간적인 궁금증이 일었다. 불과 한 달 전 남상마을에 구판장이 생긴 것이 대관절 무슨 까닭인지 구판장 주인 내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남해구판장 차림표. 메뉴도 복고풍이다.


▲레트로 감성을 살려 교련복을 착용한 채 음식을 나르는 부부 모습.


▲박성욱·이수미 부부, 남해구판장 열기까지

2020년 9월 11일, 서면 남상마을 바닷가에 '남해구판장'이 문을 열었다.

이곳 주인은 옛 구판장의 기억을 간직하고 계신 나이 지긋한 중노년이 아니라 30대 남편 박성욱(37) 씨와 20대 아내 이수미(29) 씨다.

부부는 두 사람 다 향우거나 향우 2세다.

남편 박성욱 씨는 남해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출향한 뒤 이수미 씨를 만나 결혼해 양산시에서 살았고 이수미 씨는 부모님이 남해출신으로 외지에서 태어나 공부하고 결혼한 후 양산에서 살았다.

뿌리가 남해여서인지 도시생활이 영 맘에 들지 않았던 두 사람은 귀향을 생각하게 된다.

성욱 씨는 "도시에 사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자녀 교육이라는데 저는 교육 때문에 도시에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 자신이 고등학교까지 남해에서 나왔지만 아무 문제 없었거든요. 그래서 각박한 도시를 떠나 자유로운 곳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지요"라고 말했고 수미 씨 또한 "저는 도시살이의 추억이 별로 없어요. 부모님은 늘 바쁘셔서 추억을 쌓을 시간조차 없었죠.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부모와 교감하고 자연과 어울릴 수 있게 키우고 싶었어요"라고 귀향을 마음먹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부부는 지난 2월 남해로 내려왔다. 떠날 때는 각자의 사연에 따라 나갔지만 돌아올 때는 함께 였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다섯 살 네 살 된 유정이, 주원이까지 총 네 사람이 남해군민이 됐다.

남해에서 할 일을 찾던 부부는 서면 남상마을 소재 수미 씨 조부님이 사시던 폐가를 이용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카페를 열 생각이었는데 궁리 끝에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음식점이 낫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두 사람은 20년간 비어 있었던 집을 수리해 음식점을 냈다.

남상마을 구판장 '남해구판장(서면 남서대로 2197번길 77(남상리 1362-6))'은 이렇게 만들어 졌다. 음식은 캠핑요리에 익숙한 성욱 씨가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분식과 술안주 종류로 정했다.



▲남해구판장은 이수미 씨의 조부가 사시던 빈집을 리모델링해 만든 공간으로 낮에는 분식집, 밤에는 펍으로 이용된다. 사진은 남해구판장 앞에서 포즈를 취한 부부와 남해구판장 실내 모습


▲남해구판장은 이수미 씨의 조부가 사시던 빈집을 리모델링해 만든 공간으로 낮에는 분식집, 밤에는 펍으로 이용된다. 사진은 남해구판장 앞에서 포즈를 취한 부부와 남해구판장 실내 모습


▲편안한 분식집, 머물러 사는 남해 되길…

부부의 기대감과 두려움 속에 남해구판장이 영업을 개시했다. 촌집을 개조해 만든 음식점인 만큼 '레트로(복고)'로 콘셉트를 잡았다. 과거 슈퍼마켓과 포장마차를 겸했던 구판장에서 이름을 따왔고 집 형태는 물론, TV와 VCR, 세탁기 등 오래된 세간도 살릴 것은 살려 이용했다. 근무복은 옛날 열혈청춘들의 기백이 담긴 교련복으로 정했다.

첫 손님은 서울에서 온 젊은 관광객 커플이었다.

"가게는 아직 오픈하지도 않았는데 젊은 서울 커플이 '여기서 식사를 하겠다'고 기다리셨어요. 아직 포스 이용도 잘 못하는 신출내기 음식점인데 기다리면서까지 이용해 주셔서 정말 고맙더군요. 하루 영업을 마치고 나서 어차피 욕심 버리고 시작한거니까 둘이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다만 손님들이 언제라도 와서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연중무휴를 기본으로 하자고 합의했어요."

개업한지 한달 여 이제 남해구판장은 서면 일대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색다른 시골 맛집, 주민들에게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술 한잔 하며 쉬어가는 사랑방으로 인식이 되고있다. 재미있는 것은 성명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도 '참새방앗간'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

두 사람은 "성명초등학교 학생들이 자주 찾아와서 떡볶이를 먹으며 놀다가 가요. 심지어 염해, 작장마을에 사는 아이들이 일부러 남상마을에서 내려 먹으러 옵니다. 멀리 사는 아이들이 와서 놀다보면 부모님들이 애들을 데리러 오세요. 귀가 시간이 지났는데 안 온다 싶으면 '우리 애 거기 갔냐?'고 전화해서 물으시기도 하고요"라며 웃어보였다.

박성욱·이수미 부부는 "앞으로 남해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묻는 말에 "누구나 편하게 왔다 가실 수 있는 분식집으로 자리 잡고 싶어요. 그리고 젊은 귀촌인들이 많이 우리 마을로 내려와 식당과 카페를 운영하며 어우러지기를 바라고요"라고 말하고 "그리고… 처음 남해로 간다니까 양가 부모님들이 반대를 많이 하셨는데 지금은 응원해 주고 계세요. 남해가 떠나야하는 곳이 아니라 머물러 사는 곳, 나갔다가도 언제든지 되돌아 올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됐으면 좋겠네요"라고 바람을 전했다.

남해구판장은 오전 11시 개점해 오후 3시까지는 분식집으로, 오후 5시부터 8시까지는 간단히 술 한 잔을 기울일 수 있는 펍으로 운영된다.

분식 메뉴는 '해물라면'과 '떡볶이', '일본식 유부초밥', '튀김종류(김말이·만두·피카츄·떡꼬치·치킨꼬치)'가 준비돼 있으며 펍으로 바뀌면 맥주와 소주, 서상막걸리 등 주류를 바지락 술찜, 닭강정, 무뼈닭발, 감자튀김, 쥐포, 황도 같은 안주와 함께 즐길 수 있다.



부부는 남해구판장을 연중무휴로 운영할 방침이다. 다만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저녁 메뉴 전환을 위한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다.

아 참, 추석연휴 직전 남해구판장에서 KTV 귀농귀촌 다큐멘터리 '살어리랐다' 촬영이 있었다. 남해구판장 촬영분은 오는 18일 저녁 11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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