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스토리 펜션 이정구 씨의 촌(村)살이◁ "할아버지의 인생, 시(詩)로 들려줄 생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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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스토리 펜션 이정구 씨의 촌(村)살이◁ "할아버지의 인생, 시(詩)로 들려줄 생각이죠"

귀촌 7년 이정구 씨, 남해스토리 펜션 운영하며 시 작업
'길 위의 인문학' 2년, 시집·자서전 발간해 물려주고 싶어
가윗소리
/이정구

김동설 기자
2020년 12월 24일(목) 11:06
▲귀촌 7년차인 이정구 씨는 서면 '남해스토리 펜션'을 운영하며 지난 2년간 '남해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을 통해 시를 공부해 왔다. 그는 '남해에는 천개의 봄이 핀다', '모든 꽃은 남해에서 온다', '맞장구 치는 봄꽃들', '모두가 사랑 아닐까' 등 4권의 시집에 모두 참여, 26편의 시를 선보였다.
▲지난 11월 열린 '모두가 사랑 아닐까' 시집 출판기념회 및 시낭송회 모습


남해에 온 지 벌써 7년.

혼자뿐인 남자의 남해살이에 벗이라고는 시(詩)와 문우(文友)들이 전부였다.

그 몇 안 되는 벗들조차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만날 수밖에 없었다. 끝 모르게 이어지는 이놈의 전염병 때문에…

시를 시작한지 이제 2년인데 그 이전에는 어떻게 외로움을 견뎠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제 글쓰기는 남자가 살아있는 동안 이뤄야하는 목표이자 노년을 불태우는 정열의 불꽃이 됐다.

후손에게 대물림 할 삶의 지혜를 문서로 만들어 넘겨줄 수 있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팬션 안에 자리 잡은 숙소 안에서 이정구 씨는 오늘도 시로 새벽을 맞았다.



남해스토리 펜션은 5개의 객실을 갖췄으면 상남마을 앞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바다 뷰 펜션이다. 펜션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이정구 씨와 펜션 객실 모습


▲남해서 시 배워, 후손에게 물려줄 '문집' 계획

소년 이정구는 글쓰기를 좋아했다.

국민학교 때부터 열심히 일기를 써왔고 사회생활로 바빴던 20여년을 제외하고는 74년 평생 일기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남해에서도 그의 일기쓰기는 계속됐다. 남해의 아름다운 자연과 밤 하늘, 상남마을 앞바다 모두가 그에게 좋은 글제가 됐다.

그랬던 그였기에 남해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은 이정구 씨에게 만학의 의지를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정말 기뻤죠. 글쓰기를 좋아했고 배우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어 배우지 못하고 살았잖아요. 2019년 남해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시 창작반 활동을 시작했고 세 분의 선생님에게 배웠어요. 박지웅 시인을 만나 시의 방향을 봤다면 송인필 시인에게서는 시를 쓰는 방법을 배웠죠. 서정홍 시인을 만나고 나서는 그 분의 부드럽고 인자한 느낌을 시에 담을 수 있었어요."

이정구 씨는 남해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4권의 시집 작업에 모두 참여했다. 시집들은 2019년 5월 <남해에는 천개의 봄이 핀다>, 10월 <모든 꽃은 남해에서 온다>, 2020년 6월 <맞장구 치는 봄꽃들>, 11월 <모두가 사랑 아닐까>라는 제목으로 각각 출판됐다.

그는 시집 속에서 총 26편의 시를 선보였다. <남해에는 천개의 봄이 핀다>에서는 '자주빛 거짓말'과 '봄 출석부', '외할머니' 등 3편을, <모든 꽃은 남해에서 온다>를 통해 '등대', '행복', '가윗소리', '나는 용서한다' 등 4편, <맞장구 치는 봄꽃들>에서 '목단꽃 핀 빈집', '연', '저녁노을', '나를 보았는가', '정적은 흐르고', '꽃비', '탈피', '새보기', '벚꽃 잔치', '마음의 창', '그대는' 등 11편, <모두가 사랑 아닐까> 에는 '장도리', '노모의 편지', '청보리', '애호박 사연', '거미줄 유감', '접도 구역', '보름달', '나의 시' 등 8편의 시가 수록됐다.

본인의 시 가운데 그가 가장 아끼는 작품은 친구들과 뛰어놀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쓴 '가윗 소리<기사 왼쪽>'다.

이정구 씨는 "시를 쓴다는 것은 창작의 기쁨을 느끼는 일이에요. 기쁨은 보람이 되고 보람은 자부심으로 성장하죠. 좋은 시를 쓰려면 스스로 절제하며 모범적인 삶을 살아야하기 때문에 생활도 더 건강해지고 생각을 많이 해야 하니까 정신건강에도 좋고요.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치매예방에도 그만 입니다"라며 시작(詩作)의 매력에 대해 설명했다.

소원하던 시 쓰기에 눈을 뜬 이정구 씨. 그는 노년에 목표 하나가 생겼다.

"자서전과 시집을 하나씩 써서 아들, 딸과 손주들에게 물려주고 싶어요. 저는 6.25를 겪었기 때문에 전쟁의 참상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삶을 통해 나름대로 깨달은 것들을 모아 후손들에게 교훈이 되게 하려는 거죠. 이를 통해 세 자녀와 네 명의 손주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시집과 자서전은 이르면 2년, 늦어도 5년 내에 완성할 생각입니다."





남해스토리 펜션은 5개의 객실을 갖췄으면 상남마을 앞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바다 뷰 펜션이다. 펜션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이정구 씨와 펜션 객실 모습


▲'남해스토리 펜션' 운영, 새벽에 시 작업

이정구 씨는 1946년 충남 공주시에서 태어났다.

고향 공주에서 23년을 지낸 그는 부산으로 거주지를 옮겨 25년간 사회생활을 이어간다.

그가 남해행을 선택한 이유는 퇴직을 한 그에게 남해의 지인이 자신의 펜션을 대리운영 해 줄 것을 제안했기 때문.

이정구 씨는 남해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남해에 온 시기가 2013년쯤이니까 벌써 7년이 됐네요. 남해스토리 펜션을 운영하던 지인이 대신 펜션을 운영해달라고 제안해 오게 됐는데 와 보니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림처럼 아름다운 산과 바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 깨끗한 공기… 이 모든 것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어서 남해에 정착했습니다. 남해는 제게 공주와 부산에 이어 제3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죠."

'남해스토리 펜션'은 서면 남서대로 1976-9(작장리 682-2)에 자리 잡았다. 10년 전 5개의 객실을 갖춰 문을 열었는데 그때도 지금처럼 '남해스토리 펜션'이었다. 객실은 12평 원룸 2실과 18평 투룸 2실, 투룸독채 등으로 숙박비는 5만원~11만원 선이다. 펜션 건물에 세월의 흔적은 좀 묻어 있지만 대신 상남마을 앞바다가 펼쳐진 곳에 자리 잡고 있고, 운영자 이정구 씨에 대한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아 '가성비 괜찮은 펜션'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정구 씨는 펜션을 운영·관리하는 시간을 빼고는 대체로 시를 공부하며 지낸다.

"시를 쓴다는 것은 참 어려운 작업이에요. 저는 보통 새벽 1시에서 2시 정도 아주 조용한 시간에 시를 씁니다. 그 정도로 몸부림을 쳐야 시가 나오거든요. 남해에서 훌륭한 세 분 시 선생님을 만나서 정말 행복합니다. 시 쓰기는 남해에 왔기 때문에 누리는 호사지요. 남해에 오기를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해요."

이정구 씨가 쓴 여러 시 중에서 그가 가장 아끼는 작품은 '가윗 소리'다. 공주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쓴 시라고. 이 시를 읽으며 나이 지긋하신 독자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젊은 독자들은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의 삶과 소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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