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당신에게 2020년은 어떤 한 해 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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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0(금) 14:16
[데스크칼럼]"당신에게 2020년은 어떤 한 해 였나요?"
정영식 jys23@nhmirae.com
2020년 12월 31일(목) 14:01
취재처로 이동하는 길에 라디오에서 이런 질문이 내게 주어졌다.

"당신에게 2020년 올 한 해는 어떤 한 해였나요?"

얼떨결에 받아든 질문을 받아들고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매년 이맘때면 흔히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한 단어로 그 해를 평가하고 넘어가기 일쑤였지만 올해는 이 말로는 부족한 한 해였던 것 같다.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끝난, 그리고 아직 코로나19의 길고 어두운 터널에서도 가장 어두운 구간을 지나고 있는 듯한 경자년 연말.

딱 오늘이 경자년의 마지막 날이다. 올해 마지막 마감의 올해 마지막 칼럼을 쓰는 새벽 공기가 유난히도 차갑다. 새벽 어스름이 걷히자 망운산 자락에 쌓인 흰 눈이 눈에 찬다.

평상시 같았으면 좀처럼 보기 힘든 눈에 들뜬 마음이 먼저 들었겠지만 망운산 자락에 쌓인 눈의 유난히 더 차갑게 느껴지는 경자년 마지막 날의 아침이다.

누군가는 경자년 한 해를 '순삭'으로 표현했다. '순간 삭제'의 줄임말인 '순삭', 한 해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삭제된 것 마냥, 마치 한 해가 없어진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입학식을 못한 신입생들에게는 평생에 한 번 뿐인 첫 경험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코로나19로 사상 처음으로 12월에 치러진 수능을 치른 고3 학생들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치른 중요한 시험성적을 얼마 전 받아들었다.

코로나19로 문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한 한 상가 주인에게 2020년은 또 어땠을까.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를 자주 뵙지도 못해 안타까웠는데 결국 어머니가 숨을 거두시는 마지막 순간에도 곁을 지키지 못했다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아들에게 2020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수없이 많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2020년은 모두에게 그렇게 각자의 방식, 그들의 머리에 가슴에 남았으리라. 또 기억되리라.

다시 나에게 돌아온 질문. 필자에게 2020년은?

모두가 그랬겠지만 필자에게도 2020년은 참으로 고되고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웠던 한 해였다. 힘들고 지칠 때 그 어느 때보다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했던 한 해였다.

올해초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을 때만 해도 모두가 불안해했다. 그러면서도 나 자신보다 타인의 안전,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편안하고 손쉬운 일상을 모두가 양보했다.

주변 지자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언제 어디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던 상황에서도 모두가 함께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고되고 힘들었던 한 해 였음에도 내 주변의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감사하고 고마워했던 한 해였다. 경자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내년에는 감사하고 고마워했던 사람들과 조금 더 가까워 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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