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천면 허증숙 작가의 촌(村)살이◁ "생활미술인들이 남해를 더욱 아름답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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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천면 허증숙 작가의 촌(村)살이◁ "생활미술인들이 남해를 더욱 아름답게 합니다"

2016년 수원서 귀촌, '허구잽이', '내일은 화가' 등 미술교육 앞장
옛 목욕탕 활용한 지역미술관 건립 제안, "설천 더 아름다워 질 것"

김동설 기자
2021년 02월 05일(금) 16:15
▲허 작가는 귀촌과 함께 생활미술 저변확대를 위한 미술동아리 지도활동을 진행 중이다. 설천면 미술동호회 '내일은 화가(설천면 주민자치회 그림교실)' 회원들과 함께한 허 작가 모습과 장충남 군수와 함께한 '내일은 화가' 회원 기념사진
▲설천면에서 살고 있는 허증숙 작가는 지난 2016년 남해로 귀촌한 수채화 화가로 남해출신 남편과 함께 만족스런 남해살이를 진행 중이다.


찬란한 봄의 전령 봄꽃과 여름 한낮의 더위를 식히는 시원한 바다, 가을이면 곱게 붉은 물이 드는 산과 겨울에도 초록빛을 잃지 않는 나무들… 계절별로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우리고장 남해. 그 아름다움을 글과 그림으로 형용하려는 많은 문인과 미술가들이 남해를 찾아와 남해의 사계와 어울려 산다.

허증숙 작가도 그렇다. 설천면에 정착해 여섯 번째 남해의 사계절을 경험하고 있는 그녀는 그럼에도 마르지 않는 그림 소재들을 맘껏 누리며 살고 있다.

허 작가는 남해에서 자신의 작품활동과 함께 미술동호회원들을 지도하며 지낸다. 가르침을 받는 이들의 실력이 나날이 늘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남해살이의 보람을 느끼고 있던 허증숙 작가는 최근 바람이 하나 생겼다.



▲수원서 남해 온 화가, "남해는 그 자체로 작품"

2016년 남해로 들어온 허증숙(65) 작가.

남해에 오기 전에는 40년간 수원에서 살았다. 서양화를 공부한 허 작가는 유화보다는 수채화를 좋아해 수원에서 수채화 작가로 입지를 다졌다. 15년 남짓한 활동기간 동안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정기전, 교류전을 연 바 있다. 또한 나혜석미술대전과 관악미술대전, 세계평화대전, 경기미술대전, 대한민국회화대상전 등에서 입상한 이력이 있다.

그녀가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남해로 들어온 것은 일단 남편으로 인함이다. 허 작가 본인은 남해에 아무런 접점이 없었지만 남편인 박우철(67) 씨는 남해군 설천면 출신이었고 결혼해서 사는 동안에도 "은퇴 후에는 고향에 가서 살 것"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었다. 남해살이는 처음이었지만 이전부터 거주지인 수원과 시댁인 남해를 오가는 것은 특별할 것이 없었고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남해 이주 20년 전인 1996년에 일찌감치 지어둔지라 허 작가는 어렵지 않게 남해 행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남해 그 자체 또한 허증숙 작가가 남해를 선택한 중요한 이유가 됐다.

"저는 서정적인 그림을 좋아해요. 남해는 시댁을 오갈 때부터 서정적인 풍경이 많아 좋았어요.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구상화가로서 잔잔하고 편안한 남해의 사계는 좋은 그림소재가 되지요. 오히려 눈에 들어오는 모든 풍경이 그림이라 이를 다시 화폭에 담는 작업이 더욱 어렵다고 해야겠네요."

남해로 온 허 작가는 그 해 8월 바래길작은미술관 '남해작가展 자연과 함께하는 여행'으로 군민들에게 첫 인사를 올렸다. 당시 작가는 각종 대전 수상작 등 수채화와 유화작품 23점을 선보였었다.



▲허 작가는 귀촌과 함께 생활미술 저변확대를 위한 미술동아리 지도활동을 진행 중이다. 설천면 미술동호회 '내일은 화가(설천면 주민자치회 그림교실)' 회원들과 함께한 허 작가 모습과 장충남 군수와 함께한 '내일은 화가' 회원 기념사진


▲허 작가는 귀촌과 함께 생활미술 저변확대를 위한 미술동아리 지도활동을 진행 중이다. 설천면 미술동호회 '내일은 화가(설천면 주민자치회 그림교실)' 회원들과 함께한 허 작가 모습과 장충남 군수와 함께한 '내일은 화가' 회원 기념사진


▲설천면 생활미술 저변 확대 힘써

허 작가는 남해에서 작품활동은 물론 재능 나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귀촌한 이듬해 '허구잽이'라는 미술동호회를 조직해 5년 넘게 미술지도를 하고 있어요. 허구잽이는 '무슨 일이든지 안하고는 배기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열정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이름이라는 생각에 동아리 이름을 허구잽이로 지었죠. 그림 배우고 싶은 분들이 한분 두분 모여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허구잽이는 연차가 쌓이면서 각종 미술대전 입상자를 배출하는 등 그림을 배우고 싶은 분들의 모임을 넘는 성과를 내고 있다. 허 작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부터 미술동호회 '내일은 화가' 회원들을 지도하며 면내 생활미술 저변을 넓혀나가고 있다.

허 작가는 "미술가로서 남해를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느냐"는 질문에 "남해는 있는 그대로도 아름답기 때문에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가하기 보다는 생활미술 저변을 확대해 지역작가를 양성하고, 이들이 작품을 전시할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남해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 방법일 것"이라고 답했다.

그녀의 이같은 생각은 유휴 공간을 활용한 미술관 건립제안으로 이어졌다.



▲또 다른 미술동호회 '허구잽이' 회원들의 작업모습


▲허 작가는 지역 생활미술인 육성 및 지역 미술관 운영을 통해 더 아름다운 남해 조성은 물론 설천면 관광활성화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은 허 작가가 미술관 리모델링을 제안한 옛 '설천면 목욕탕' 모습


▲허 작가의 바람, "유휴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우리 설천에는 오래된 목욕탕이 있어요. 시설이 낡아 새로 목욕탕이 조성되면서 그 건물을 리모델링해 문화공간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죠. 이에 면장님께 '목욕탕 1층을 리모델링해 미술관을 만들자'라고 제안했어요. 다행히 전·현직 면장님께서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셔서 머지않아 우리 설천에 유휴공간을 재활용한 미술관이 들어설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허 작가의 말에 따르면 유휴공간을 미술관으로 활용한 사례는 세계 이곳 저곳에 많이 있다. 폐쇄된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탈바꿈 시킨 프랑스의 '오르세 미술관(Orsay Museum·1986년 개관)'은 현재 루브르 박물관, 퐁피두 센터와 함께 파리 3대 미술관으로 꼽히고 있으며, 옛 발전소를 개조해 만든 영국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Tate Modern Collection)' 또한 2000년 개관 이래 20세기 이후 현대 미술품 전시에 집중, 지금은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인식되고 있다.

허증숙 작가는 '목욕탕 미술관'이 설천면을 넘어 남해의 명소로 우뚝 설 날을 꿈꾼다.

그녀는 "설천에는 꽃길과 양 목장 이외에는 내세울만한 관광지가 없어요. 양 목장을 둘러본 관광객들은 더 볼 것도 없이 삼동면 독일마을로 가버리죠. 우리 설천에도 미술관을 만들어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제공한다면 지역 생활미술인들도 키우고 신규 관광지도 마련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고 봐요"라며 미술가로서의 의욕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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