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창과 방패, 모두 빛난 남해군의회 군정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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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창과 방패, 모두 빛난 남해군의회 군정질문
정영식 jys23@nhmirae.com
2021년 06월 25일(금) 12:04
정치권에서 대정부질문이나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흔히 '여야 정면승부', '여야 공방(攻防)', '창과 방패의 대결' 등등으로 표현한다.

국민을 위한 정책과 그 정책을 집행하는 중요한 인사(人事)와 관련된 행위를 두고 마치 전쟁을 치르른 듯한 용어로 비유하는 것에 개인적인 불편함은 있지만 이같은 논쟁을 더 적확하게 표현할 만한 역량이 아쉽게도 필자에게는 없는 듯 하다.

지난 22일, 최근 한 달 새 지역내 논란이 이어져 온 LNG 발전소 유치 논의와 관련한 남해군의회의 군정질문이 있었다.

정영란 의원은 지난 5월 31일 남해군이 남동발전에 유치의향서를 제출한 뒤 지난 18일, 남동발전의 공모 방식 유치 제안의 불합리성을 뒤늦게 깨닫고 이를 철회한 남해군의 행정행위 등에 대해 군정질문을 통해 날카롭게 비판하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정영란 의원은 이같은 성급하고 미숙한 행정행위에 대한 책임을 장충남 군수에게 물었고, 당초 장충남 군수가 군정질문에 직접 답변하는 상황은 예상에 없던 일이다.

역대 의회에서도 군정질문 답변자로 군수를 세우고자 했던 의원들의 요청은 종종 있어왔고, 그 때마다 집행부에서는 지방자치법과 남해군의회 회의 규칙 등 규정을 내세워 '군수가 답변석에 서는 모양새'는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군의회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때로는 이같은 고성이 오가는 상황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장충남 군수는 정영란 의원의 요청에 당당히 응했다.

그리고 답변과정에서 자신의 판단과 결정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군수의 책무', '군수로서의 책임' 등을 언급하며 답변할 부분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답했고,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다.

정영란 의원의 '창'과 장충남 군수의 '방패'가 맞붙은 익숙한 상황.

현실적으로 정파를 달리 하는 양 정치인이 군정질문이라는 공방의 장에서 서로 고성을 퍼붓고, 상대의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 마치 전쟁에서의 승리인양 인식해 온 그간의 구도에서 정영란 의원과 장충남 군수 모두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자세를 보여줬다. 군의원으로 정영란 의원은 실정에 대해 '비난'이 아닌 '비판'을 제기했고, 장충남 군수도 이같은 건전한 비판에 대해 존중의 의미로 '유감'을 표했다.

상대를 면박주기 위한 공격과 이를 막아내기에 급급해 또 다시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과오에 대한 인정', '사과'를 통해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 서로 군민들이 입었을 상처에 대해 우려하고 치유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줬다.

'쿨하게 사과하라'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과는 패자의 언어가 아니라 승자의 언어'라고 했다.

건전한 비판으로 군정의 실수에 대해 지적한 정영란 의원의 '창', '유감'이라는 표현으로 에둘러 '사과'의 의미를 전한 장충남 군수의 '방패', 모두가 빛난 아름다운 군정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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