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몸이 편찮으실지라도 자손들 바라보시고 걸어오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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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0(금) 18:04
당신 몸이 편찮으실지라도 자손들 바라보시고 걸어오셨겠지요…
백혜림 기자
2024년 02월 08일(목) 11:40
"아이고, 어데 편찮으셔서 오셨습니까?"

입춘이 지났건만, 아직도 바람이 차다. 시끌벅적한 남해전통시장 한가운데 자리한 작은 한의원, 많은 어르신들께서 으레 찾으신다는 곳이다. 허리가 불편하신 듯 구부정한 자세의 어르신들께서는 조심조심 느리고 좁은 보폭의 걸음을 내딛으시며 병원에 들어오셨다. 인자한 미소를 띄시며 맞아주시는 진료실의 원장님, 바삐 움직이는 간호사들, 노곤하리만치 따스한 의원의 분위기에 잠시나마 숨을 고르시고 언 몸을 녹이신다. 이윽고 진료가 끝나고 농사일이 많이 고되셨는지 거칠고 앙상한 손으로 쌈짓돈을 꺼내 진료비를 계산하시고 다시 조심스럽고도 느릿한 걸음들을 서둘러 떼신다.

설 명절을 맞아 장성한 아들딸들이 볼이 오통통한 귀여운 손주들을 안고 방문해올 것이다. 오늘도 어르신들은 한의원을 나서자마자 시장거리로 향하신다.

당신 몸이 편찮으실지라도, 보고 싶은 얼굴들을 맞이할 들뜨신 마음을 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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