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탐방◁ 맛과 친절 30년 전통의 그 집…'효야네 삼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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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탐방◁ 맛과 친절 30년 전통의 그 집…'효야네 삼계탕'

전통은 함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효야네 삼계탕'
"30년간 한곳에서 한 메뉴로 장사한 집은 흔치 않습니다"

홍성진 선임기자
2025년 01월 24일(금) 10:09

소상공인들은 국정 전반이 불안정한 상황에다 계속된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임대료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남해군을 포함한 군단위 지자체의 경우 농촌인구 고령화에 따른 절대인구 감소가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며 갈수록 빈 점포가 늘고 있어 지역경제 붕괴까지 우려되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 본지는 남해군소상공인회(회장 유국군)과 함께 지역 소상공인들의 삶의 현장을 들어다 보고 어려운 시기이지만 변함없이 손님을 유지하고 있는 업체들을 찾아 그들의 노하우와 나름의 비법을 들어봤다.
힘겨운 시절이지만 자영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분들에게 앞으로 게재될 이 기사들이 나름의 사업 대안을 찾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힘겨운 경제 상황을 잘 이겨내길 기대한다. <편집자주>


30년 동안 한 곳에서 한 메뉴로 변치 않고 손님들을 모시는 일은 흔한 일도 아니지만 쉽지도 않은 일이다.

농사를 천직으로 생각하며 8마지기 농사를 짓던 '효야네 삼계탕'의 창업주 강금이(74) 사장이 그 흔치 않은 일을 남해에서 30년째 이어오고 있다.

강금이 씨는 30년 전 농사만으로는 아들을 타지 대학에 보낼 수 없어 현재의 터에 효야네 삼계탕을 열었다. 평이하지만 정감이 가는 '효야네'란 상호는 남편의 이름 끝자를 따서 지었다고 한다. 그 간판 또한 30년째 그대로다.

지금은 어려운 시기를 넘기고 자녀 모두 출가했고 둘째 딸은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40대 중후반이었던 강 씨는 진주, 마산, 창원, 울산 등 유명한 삼계탕집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직접 맛보고 재료도 살펴보고 궁금하거나 모르는 것을 주인장에게 여쭤보기도 했다고 한다. 음식 솜씨 좋은 시어머니에게 요리는 배웠지만 손님을 상대로 하려다 보니 '맛에 대한 책임감이나 의무감'에서 전국을 다녔다고 회상한다.
지금와 생각하면 당시 40대 나이로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먹고 살기 위해 그랬다고 말한다. 그런 각오와 절실함에 효야네 삼계탕에는 나름의 비법이 숨겨져 있고, 밑반찬 또한 범상치 않다.

#1 70년 전 옛 모습을 간직한 가옥도 볼거리

사각형의 현대식 식당들이 즐비한 요즘, 70년 전 가옥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식당을 찾기란 쉽지 않다. '효야네 삼계탕'이 자리 잡은 것은 30년 전이다, 그 전에는 '삼보집'이 오랜세월 영업을 했다고 한다. 식당으로만 운영된지 70년이 넘은 집터다. 이전 삼보집 또한 삼계탕 집이었으니 이 터 자체가 삼계탕과 무척 인연이 깊은 곳이다.
부분적으로 손을 보긴했지만 기본 구조나 골격, 그리고 형태는 70년 전 그대로다.
군민들은 '남해군청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한 이 집은 그동안 남해군청의 변천사와 공무원들의 변천사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증언한다.
옛스러움이 묻어나는 이 곳, 경남 남해군 남해읍 망운로9번길 1에 위치한 '효야네 삼계탕'에서 70년 전 선조들이 살았던 보금자리 가옥의 이모저모도 살펴보는 일 또한 여행의 묘미다.

#2 기본에 더한 녹두와 은행, 땅콩, 국산한약재

일반적으로 삼계탕에는 인삼, 대추, 밤이 들어가고 여기에 김치, 양파, 물김치 등이 식단을 장식한다. 그러나 '효야네 삼계탕'에는 다른 집들과는 차이가 나는 나름의 비법이 숨겨져 있고, 내놓는 밑반찬 또한 범상치 않다.
효야네 삼계탕에는 녹두와 은행, 땅콩, 국산 한약재 등등이 추가된다.
더이상 묻지 않아도 한 터에서 한 상호로 한 품목만 30년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로 효야네 삼계탕의 특별한 레시피를 짐작하게 한다.
여기에다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밑반찬이 나오는 점도 '효야네 삼계탕'만의 자랑거리다.



#3 남해 노지에서 직접 농사지어 만든 '효야네' 깨죽, 단호박죽, 남해빼때기죽…'별미'

강금이 사장은 지금도 남해군 광포마을에서 6마지기(약 1200여평) 전답을 의지해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
깨 농사, 단호박 농사, 고구마 농사, 쌀 농사, 고추 농사, 무 농사, 콩 농사, 열무 농사…등등. 힘이 들더라도 이곳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청정 남해 노지에서 생산된 건강한 먹거리로 정성스럽게 끓인 깨죽, 단호박죽, 남해 고구마 빼떼기죽 등은 그야말로 어디에서도 맛보기 힘든 별미다.

직접 농사를 지어 손님들의 식단을 꾸미는 일 또한 번거럽고 수고스러운 일이지만 굳이 농사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강금이 씨는 "전답이 있고 움직일만 하니 전답에 나간다. 내 손으로 직접 지은 믿을 수 있는 건강한 재료로 손님을 대접하니 나도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4 민들레장아찌, 시금치장아찌, 머위(머구)장아찌

’효야네 삼계탕‘이 밑반찬으로 내놓는 장아찌 종류 또한 청정 남해 노지에서 직접 재배해 담은 믿을 수 있는 건강 보양식들이다.
특히 봄철 나오는 민들레 장아찌는 그 옛날 시어머니에게 배운 방법으로 만드는데 봄철 민들레잎을 따다 장아찌를 담근다. 흰민들레를 전답에서 직접 재배해 손수 만드는데 민들레꽃이 피기 전 잎이 났을 때 따서 장아찌를 담그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민들레 장아찌는 항암 효과가 있고 간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리에 사용되는 민들레는 노란민들레가 아니라 흰민들레며 줄기가 아니라 잎으로 담는다고 일러 준다. 밭 언덕에 많이 나는 머위(머구) 또한 호야네 삼계탕에서 장아찌로 맛볼 수 있다.
1200여평의 전답 언덕에 자라는 머위(머구)를 직접 따다 시어머니에게 배운 장아찌 담그는 비법으로 담근 효야네만의 머위(머구)장아찌다.
전국에 맛으로 이미 알려진 남해시금치를 이용한 노지 시금치 장아찌 또한 별미다.
과거 남해에서 촬영한 영화 ’소풍‘의 출연 배우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등이 촬영 중 ’효야네 삼계탕‘을 찾아는데 이 때 밑반찬으로 시금치 장아찌를 내놓았다.
시금치 장아찌를 접해 본 적이 없던 출연진들이 이게 뭐냐며 처음 먹어본다고 말한 에피소드도 전했다. ’효야네 삼계탕‘이 내놓는 밑반찬들은 직접 전답에서 생산해 주인장이 담근 흔치 않은 건강식들이다.

#5 ’소풍‘, ’환상의 커플‘ 출연진이 찾았던 ’효야네‘

남해에서 촬영한 영화 ’소풍‘ 출연진과 드라마 ’환상의 커플‘ 팀들이 어떻게 알고 한날 ’효야네‘를 찾았다.
외관상 허름해 보일수 있는 있는 우리집을 어떻게 알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평소 내놓는 식단대로 ’효야네 삼계탕‘을 대접했다고 강금이 씨는 말한다.
삼계탕도 삼계탕이지만 내놓은 죽과 밑반찬을 맛있게 먹었다는 ’소풍‘ 출연진들은 당시 내놓은 시금치 장아찌를 처음 접해 뭐냐고 묻기도 했다고 한다.
남해는 노지 시금치가 유명한데 직접 농사지은 우리집 시금치로 담은 시금치 장아찌라고 설명해 주었다고 한다. 유명 연예인이 방문한 맛집이라며 홍보를 할 법도 한데 왜 사진이 없냐는 질문에 저기 냉장고 한 켠에 사진이 붙어 있다고 말한다.
손님들이 이 사진을 보고 왜 크게 만들어 벽에 붙이지 않느냐고 자주 묻는다.
그럴 때마다 “맛있게 먹고 간다는 말만으로 충분한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냐”고 말한다.

#6 항상 음식과 친절은 똑같아야 한다

‘효야네 삼계탕’이란 이름으로 30여년 한 곳(터)에서 한 메뉴(삼계탕)으로 정성을 다해 손님을 맞이한 노하우를 이웃과 함께 공유했으면 한다는 말에 강 사장은 “손님을 모시는 데는 별다른 게 없다. 항상 음식과 친절은 똑같아 한다”는 말을 전해준다.
‘맛은 있는데 친절하지 않다’ 또는 ‘친절한데 맛이 없다’가 아니라 ‘맛도 있고 친절해야 한다’는 뜻이라 풀이해 준다. ”그러기 위해 작은 가게라도 주방에서는 맛있고 건강한 식단을 만드는 비법들을 항상 연구해야 하고 홀에서는 어떻게 친절할 것인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농사만 짓다가 ‘효야네 삼계탕’으로 자녀들 교육도 시키고 지금까지 살았으니 삼계탕으로 성공한 셈이라고 자평했다.
”무엇보다 손님이 있었기에 애들도 키우고 지금까지 산 것이다. 효야네를 믿고 찾아와 주신 모든 분들게 고마운 마음뿐이다“며 인사했다.
”남해에서 그것도 노지에서 직접 씨를 뿌리고 생산한 건강한 재료로 ‘효야네’ 식단을 꾸리는 것이 손님들께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해인구 10만일 때 복날이면 찾아온 손님수나 인구 4만인 지금 ‘효야네 삼계탕’을 찾는 손님수가 비슷한 이유는 ‘항상 음식과 친절은 똑같아야 한다’는 강금이 사장의 철학에서 기인한 것이라 생각해 본다.

#7 젊은이에게…“쌀 한톨, 김치 하나 소중하게 생각하길”

앞서 살아온 세대로서 젊은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는 질문에 강 사장은 ”우리 세대는 참 어려운 시절을 견디며 살았다. 세상이 달라진 지금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말하는 것도 옳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 말만은 해주고 싶다“면서 ”쌀 한톨, 김치 하나 뭐든 소중하게 생각하고 살길 바란다. 모든 생물은 누구가의 피땀 어린 정성으로 만들어지고 사람은 그 재료들로 몸을 유지하며 산다. 사회 또한 이웃의 노고가 있어야 유지된다. 항상 작은 것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절약하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마 농사를 직접 지어보신 분들이라면 이 말이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안다“면서 ”나도 효야네 삼계탕을 운영하고 있지만 효야네 삼계탕을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은 논밭에서 건강하게 자라준 소중한 쌀 한톨, 김치 하나, 그리고 우리 이웃들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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