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우·관람 주민들, 파독전시관 영상 중 핵심 장면들 왜 삭제했나? '울분'
故 박 대통령 내외와 파독 근로자의 만남 장면이 영상의 핵심인데…
홍성진 선임기자
2025년 10월 17일(금)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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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롭게 편집된 파독전시관의 영상과 관련 본지로 제보해 온 향우와 주민들의 '울분'의 핵심은 대부분 기존 영상이 유지된 채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가 파독 근로자들과 함께 타국에서 눈물을 흘리는 특정 장면을 중심으로 1~2분의 기존 영상이 삭제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이들의 울분의 공통점은 최근 새롭게 재편집된 영상보다 2010년부터 상영되었던 기존 영상이 감동을 주었으며 그 영상 중에서도 가장 가슴 찡한 감동적 장면은 타국에서 대통령과 광부와 간호사의 만남이었는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해당 영상이 삭제되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남해독일마을의 가치는 맥주축제를 통해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적 사실을 온 국민에게 가장 잘 전달해온 지하의 영상관이며 그 영상관의 핵심은 가슴 저린 감동을 주었던 사라진 1~2분 가량 소요되었던 장면들이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기존 영상을 7번 보았고 최근 재편집된 영상을 2번이나 보았다는 군내 한 주민은 "당시 조국 근대화를 위해 차관을 만들어야 했던 고(故) 박정희 대통령과 생명을 담보로 일하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타국에서의 눈물겨운 만남은 그냥 단순한 영상이 아니라 가난한 나라의 설움을 함께 이겨내자는 리더와 국민의 교감이 가장 잘 나타난 장면이었다"면서 "오늘날 남해독일마을이 있게 만든 가장 중요한 한 영상이었기에 왜 굳이 1~2분 가량의 이 장면을 삭제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추석 전 친구들과 고향을 방문해 재편집된 영상을 봤다는 부산의 한 향우 또한 "가난한 나라의 국민으로 태어난 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을 타국으로 국민을 보내야 했던 리더의 복잡한 마음이 타국에서 눈시울을 붉히는 만남으로 표현되었던 언제 봐도 가슴 찡했던 이 영상이 사라져 너무나 안타까웠다"면서 "현재의 남해독일마을은 그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탄생했기에 이런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핵심 장면은 반드시 복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독전시관 재개관 이후 새롭게 편집된 최근 영상물을 관람했다는 한 군민도 "독일마을맥주축제 때마다 친지들이 남해를 찾아오면 매번 파독전시관의 영상물을 관람토록 일부러 권해 왔다"면서 "처음으로 영상을 접했을 때 받은 감동이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기억은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는 축제가 아니라 지하 한편에 마련된 작은 영상관에서 본 '가난했던 나라에서 태어나 살았던 대한민국 1960년대 젊은이들의 이야기였고 영상 중 당시 지도자와 국민들이 타국에서 함께 울먹이는 장면만큼은 지금도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면서 "왜 어떤 이유에서 이 짧은 영상이 삭제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반드시 복원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파독전시관은 지난 2014년 개관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를 보여주는 역사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던 중 문화체육관광부의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으로 선정되면서 파독전시관도 리모델링사업이 추진되었고 지난 9월 5일 재개관했다.
남해군은 리모델링 기간 동안 불편을 감수해준 군민과 관광객을 위해 파독전시관 재개관 기념으로 지난 12일까지 무료개방했다.
△ 남해관광문화재단, 저작료 압박 속에 파독근로자 삶에 집중하는 쪽으로 영상 방향 잡았다
의도적으로 관련 영상을 삭제했다는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본지 취재 결과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가 파독 근로자들과 함께 타국에서 눈물을 흘리는 특정 장면을 중심으로 한 1~2분의 기존 영상이 삭제되었다는 사실과 관련 현재 남해관광문화재단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재단 관계자는 "파독전시관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으로 선정되면서 리모델링사업이 추진되었지만 이 사업내용에는 기존 영상을 재편집하거나 새롭게 만드는 사업은 포함되지 않았기에 그 어떤 의도도 없었다"면서 "그렇지만 파독전시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영상 저작권 문제 등이 불거져 영상 편집사업이 추가로 진행했다. 흑백영상 영구사용권까지 검토하였지만 KBS와 협의 결과 연 단위 사용료보다 3배 이상 비싸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랐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기존 영상은 10~12분 분량인데 대부분의 흑백 영상으로 KBS가 저작권을 가진 영상들이여서 저작료 또한 압박이었는데다 요즘은 8~10분 분량으로 제작되는 트렌드이기에 8분을 조금 넘는 분량으로 편집되었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영상 앞부분에 당시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 흐름이 나오기 때문에 후반부 박정희 대통령과 파독 근로자가 만나는 장면 등 1~2분 관련 소요 영상이 빠진다 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저작권과 저작료 문제 등으로 재편집해야 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파독 근로자의 삶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런 이유로 후반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영상이 삭제된 대신 파독 근로자의 삶과 그들의 생각을 담은 영상이 새롭게 생성되었다"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관련 영상을 삭제했다는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파독 근로자의 삶에 집중하려한 것이지 의도적으로 고 박정희 대통령과 파독 근로자의 만남 장면 등이 삭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