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 예산 씀씀이 줄이고 경제에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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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10.30(금) 17:03
"남해군 예산 씀씀이 줄이고 경제에 투자하라"

남해군, 2027년 예산편성 설문조사 실시
설문 응한 155명 군민이 제시한 '군정 생존 지표'
자체재원 비율 7.48%의 재정 위기 속,
'경제·일자리(25%)' 및 '청년(41%)' 투자 요구
신규 사업 억제와 과감한 구조조정 촉구 등

이태인, 홍성진 기자
발행연월일 : 2026년 10월 30일(금) 16:35


지자체마다 고물가와 경제위기, 그리고 인구소멸이라는 거대한 해일에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현시점에서 남해군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냉철한 재정 운용이 요구되고 있다.
표면적으로 남해군의 2025회계연도 총결산액은 8,176억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일반회계 결산액 역시 5,829억 원이라는 거대한 외형을 갖추었다.
그러나 화려한 숫자 이면을 들여다보면 남해군이 스스로 벌어들인 자체재원 비율은 단 7.48%(590억 원)에 불과하며, 의존재원 비율이 56.7%에 이르는 위태로운 재정 자립 구조를 노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남해군이 지난 9월 21일부터 10월 21일까지 한 달간 주민e참여 홈페이지를 통해 '2027년도 남해군 예산편성에 바란다'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총 155명 참여)는 2027년 본예산 편성에 한 지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청년'과 '일자리'에 쏠린 민심


2027년 남해군 예산편성 시 가장 확대가 필요한 분야를 묻는 질문에 군민들은 주저 없이 '경제·일자리(39표, 25%)'를 1위로 꼽았다.
향후 5년간 확대해야 할 분야를 묻는 중장기 지표에서도 '경제·일자리(137표, 24%)'는 압도적인 최우선 과제로 지목되었다.
이는 단순한 경제 활성화의 염원을 넘어, 침체된 지역 경제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민생의 절박한 외침으로 해석된다.



경제회생 열쇠, 소상공인과 창업 지원


경제·일자리 분야 내 세부 투자 항목을 살펴보면 군민들의 요구는 더욱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응답자들은 '전통시장·골목상권 등 소상공인 지원(44표, 28%)'과 '창업 지원(31표, 20%)'에 가장 많은 표를 던졌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남해군의 뿌리 상권이 붕괴 직전에 몰려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지역 상권이 무너지면 지역 내 자본 선순환 고리가 끊어지게 된다.
따라서 소상공인의 판로 개척이나 영세 창업자를 위한 실질적 자금 및 컨설팅 지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 되었다.



지역소멸 막기 위한 '청년' 투자 요구


무엇보다 이번 설문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예산을 집중적으로 편성해야 할 대상 1위로 '청년(64표, 41%)'이 지목되었다는 점이다.
그 뒤를 이은 것 역시 '중·장년층(40표, 26%)'이었다.
남해군의 60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54.7%를 차지하는 역삼각형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예산 집중 타깃으로 노년층(20표)이 아닌 청년과 중장년층이 꼽힌 현상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는 남해군의 핵심 노동력인 생산가능인구(만15세~64세) 비중이 49.0%대로 무너진 뼈아픈 현실을 반영한다.
젊은 피가 수혈되지 않고 생산가능인구가 계속 붕괴한다면 현재의 부양 구조조차 지탱될 수 없다는 군민들의 냉혹한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지난 2025년 11월 농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의 영향으로 단 한 달 사이 1,046명의 외지인이 남해로 전입하는 폭발적 증가세가 있었으나, 군민들은 단순 현금성 유입을 넘어 청년들이 남해에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실질적 '경제적 자립 기반'에 세금을 투입하라고 강력히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농수산업, 생산에서 '판로 개척'으로 전환


남해군의 근간 산업인 농·림·수산 분야의 설문 결과도 행정에 깊은 시사점을 던진다.
해당 분야 우선 편성 항목으로 '(판로 개척) 농림수산물 마케팅 및 유통 인프라 확충, 농산물 가격 안정 관리(47표, 30%)'가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첨단산업 육성(29표)이나 소득개선(24표)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는 그동안 주도해 온 '생산성 향상 중심'의 지원을 넘어, 유통망 부재와 산지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한 '판로 마케팅 지원'으로 과감히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신규사업 보다 구조조정 요구


경제 위기 속에서 남해군민들의 시선은 행정의 '방만한 씀씀이'를 향해 매섭게 질타했다.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향후 5년 중장기 재정 운용 방향이다.
군민들은 '유사·중복사업 조정 등 지출구조 효율화(39표, 25%)'와 '재정 건전성 유지 및 채무관리(38표, 25%)'를 나란히 1, 2위로 선택했다.



대규모 사업에 대한 경고 메시지


특히 '대규모 지역 현안사업 추진 재원 부족 시 해결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6.4%가 '신규 사업을 보류·포기하고 기존 사업을 강력하게 구조조정(72표)'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지방채(빚)를 발행하여 적기에 추진하겠다(18표)'는 응답은 11.6%에 불과했다. 이 통계 이면에는 남해군이 직면한 위태로운 재정 현실을 걱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5년 1월 개관한 '남해군 꿈나눔센터'의 경우, 건립비 359억 6,000만 원이 투입되었으나 인건비 등 연간 14억 8,000만 원의 막대한 운영비가 지출되고 있다.
 반면 실제 운영수익은 1,100만 원에 그쳐 연간 14억 6,9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신청사 건립 사업은 당초 695억 원이던 사업비가 1,200억 원 규모로 500억 원 이상 폭증해 행정안전부 재조사까지 의뢰되었다.
 군민들은 거대 건축 및 토목 인프라 비용의 늪을 경계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복지예산 축소요구에 담긴 역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예산 축소가 필요한 분야로 '양성평등(29표)'과 '복지·보육·돌봄(24표)'이 최상위권에 올랐다는 점이다. 중장기 축소 분야에서도 '복지·보육·돌봄'은 31표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복지가 필수적인 초고령화 지역에서 왜 이런 역설이 발생했을까?현재 남해군의 2025년 일반회계 세출결산(5,829억 원) 중 가장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곳이 사회복지 분야(1,305억 원, 22.39%)로 타 지자체 평균을 상회한다. 반면 국토 및 지역개발 투자는 323억 원(5.54%)으로 밀려나 있다. 또한 민간단체에 교부된 499억 1,800만 원 규모의 지방보조금 중 자체 평가에서 29개 사업이 '미흡', 13개 사업이 '매우 미흡' 판정을 받는 등 관행적 지출이 낳은 폐해를 군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금성 복지와 실효성 없는 민간 보조금을 과감히 도려내어, 그 재원을 일자리 창출 및 청년에 투입하라는 군민들의 재정 인식이 입증된 셈이다.
 


주민참여예산제, 인지도 81% 이면의 '참여 절벽'
 

 예산은 곧 권력이며, 이를 감시하는 가장 민주적인 제도가 '주민참여예산제'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무려 81%(124명)가 이 제도를 알고 있거나 들어봤으며, 75%(116명)가 제도의 유지 및 확대를 지지했다.
 그러나 높은 인지도가 실질적인 참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제안 공모에 참여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무려 114명(73.5%)이 '없음'이라고 답했다.
 10명 중 7명 이상이 실제 예산 편성에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은 현상은 소수만의 탁상행정 기구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행정혁신 분야에서 '군민참여 및 소통 창구 확대(27표)'가 높게 꼽힌 것 역시 이 벽을 허물어 달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실질적인 지방재정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면 행정안전부 우수사례로 꼽힌 은평구나 대구시처럼 예산 집행 과정부터 모니터링, 차년도 반영까지 전 과정을 공개하고 참여시키는 강력한 '환류(Feedback)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철저한 지출 구조 효율화 '요구'
 

 155명의 군민이 남긴 메시지는 단호하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눈먼 보조금과 방만한 신규 인프라 사업을 정리하고, 아낀 혈세를 경제와 청년 정착에 최우선으로 투입하라는 신호다.
 자체재원이 7.48%에 불과한 상황에서 외부 수혈에만 의존해서는 거대한 위기의 파도를 넘을 수 없다. 2027년 남해군 예산은 팽창 예산의 관성을 버리고, 철저한 지출구조 효율화를 통해 지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 치열한 '생존 예산'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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