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천면 고민철 씨 가족의 촌(村)살이◁ 여유 있게 살 수 있고, 조용히 쉴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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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천면 고민철 씨 가족의 촌(村)살이◁ 여유 있게 살 수 있고, 조용히 쉴 수 있는…

지난해 2월 울산에서 남해로, 번잡함 피해 한적함 찾아와
지금은 주말부부, 머지않아 양가 부모님까지 남해행 예정

김동설 kds1085@nhmirae.com
2023년 06월 09일(금) 15:14
▲설천면에 살고 있는 (오른쪽부터)고민철, 은제·현성, 정선화 씨 가족은 지난해 울산에서 남해로 내려왔다. 민철 씨 직장 관계로 아직 남해에 100% 정착하지는 못했지만 남해에 잘 적응해 재미있게 살고 있다고


'이런 곳도 있었구나. 참 좋네…….'

민철 씨는 오랜만에 '마음의 여유'가 찾아옴을 느꼈다.

회사에 문제가 생겨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간을 보낸 뒤 휴식을 위해 찾아온 남해. 자연을 벗 삼아 조용히 쉬고 있는 이 시간이 이렇게 달고 신선할 수가 없다.

본래 '한국기행'이나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한국의 비경과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조명한 TV프로그램을 좋아했고, 덕분에 화면에 자주 비춰지는 남해를 추체험 하는 일이 많기도 했는데, 이렇게 직접 와서 보니 남해로 캠핑 가는 길에 자신을 끼워 준 지인에게 감사한 마음이 절로 우러났다.

그 후 민철 씨는 주말마다 남해를 찾아왔다. 진교 톨게이트를 지나 남해대교가 가까이 다가오면 가슴이 설레어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 정도로 그는 남해가 좋았다.

민철 씨의 머리에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이 떠올랐다. 가족들에게 대도시의 번잡한 삶 대신 조용하고 여유 있는 남해의 삶을 살게 해주고 싶었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을 설득해 남해군 설천면에 집을 마련했다. 집을 장만한 시기는 2021년 5월이었고 남해로 이사 온 날은 이듬해 2월이었다. 직장 문제로 민철 씨는 아직 남해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휴일이면 가족이 있는 남해로 달려오고 있고 언젠가 남해에 완전히 눌러앉을 생각도 갖고 있다.







남해는 고민철 씨 아내 정선화 씨와 두 자녀 은제, 현성이를 따뜻하게 품어주었다.

'남해로 이사하자'고 가족 간에 합의가 이뤄지긴 했지만 사실 자녀 교육이나 의료시스템 부분에서 걱정이 있었고, 울산에서 좋은 직장 다니고 있는 이들이 남해로 가겠다고 하니 아이들 조부모님의 염려도 많았다.

남해는 그런 걱정들을 기우로 돌려놓았다.

처음에는 경계심을 보이던 마을 어른들이 남해살이 1년이 넘은 지금은 참기름 같은 먹거리를 가져다 주시고 아이들에게 용돈을 쥐어주실 정도로 민철 씨 가족을 예뻐하신다. 또 학교(설천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적은만큼 선생님과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살피기 좋았고 방과 후 수업 프로그램도 아주 실했다.

민철 씨네 네 식구는 모두 남해를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딸 은제(설천초교 5년)가 남해를 매우 좋아해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 한다고. 처음 남해로 이사 왔을 때는 아빠와 매일 못 만난다며 칭얼거리던 아이가 달라지는 모습에 엄마아빠도 놀랄 정도다.

고은제 양은 "울산은 학생 수가 많아 같은 반 친구들도 다 친해지기가 어려운데 남해는 학생들이 적은데다 체험학습이 다양해 전교생 모두와 친해질 수 있어요. 또 도시는 건물이 많아서 막힌 느낌이 들지만 이곳은 산과 바다가 많아서 시원하고 마음도 넓어지는 것 같아요"라며 남해가 울산보다 좋은 이유에 대해 또박또박 설명했다.

그러자 누나가 인터뷰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현성이(설천초교 2년)가 "나도"하며 인터뷰를 자처하더니 "남해에서는 자전거도 마음대로 탈 수 있고 학교 근처에 카페가 두 개나 있어서 놀러갈 수 있어서 좋아요"라며 남해가 비교적 안전하고 지역 어른들이 어린이들을 잘 돌볼 수 있는 곳임을 어린이답게 표현했다.

은제·현성이 엄마 정선화 씨는 "남해가 농어촌이기는 해도 찾아보면 있을 것은 다 있고 방과 후 수업 시스템도 잘 돼 있어요. 은제는 바이올린, 색소폰을 배우고 있고 현성이도 드럼과 승마를 배우는 등 오히려 울산이라면 하기 힘들었을 경험들을 쌓아가고 있지요"라며 "은제가 말하는 '마음이 시원해졌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자장가 같다.' 는 시적인 표현들이 아이들이 남해에서 정서적으로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라고 봐요. 은제가 졸업 후 진학할 설천중학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요"라고 전했다. 이어 "사실 저는 연고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농어촌 살이가 부담이 많이 됐었는데 아이들이 금방 적응하고 남해를 좋아하니까 저도 금방 녹아들게 되더군요. 지금은 마음 편히 살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고민철 씨네 가족은 시간이 날 때마다 함께 자전거를 타고, 모닥불 피워놓고 불멍도 하고, 승마도 배우면서 여유 있는 남해살이를 즐기고 있다


이처럼 선화 씨와 은제·현성이가 남해에 적응해 잘 살고 있는 가운데 정작 가장 재미없게(?) 지내는 사람은 "남해로 가자~~"고 주장했던 고민철 씨다.

울산에서 바쁘게 지내다 남해로 와도 남해를 즐기기 위해 크게 하는 것이 없다. 남들이 '남해'하면 생각하는 낚시는 할 줄도 모르고, 바래길을 완보한다거나, 해양레저를 즐긴다거나, 그런 활동들은 전혀 하지 않는다.

민철 씨는 남해에 오면 그냥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해변을 걷고,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불멍에 취하거나, 조금씩 텃밭을 가꾸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것이 그의 행복이고 재충전의 방법이다.

고민철 씨는 "저는 그냥 번잡스러운게 싫고, 그래서 남해의 한적함에 끌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남해에 오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게 참 좋아요. 인생 뭐 있나요? 100년도 못사는데 가족과 함께 즐겁게 살다가 가면 되는 거죠. 아이들도 목표를 정해놓고 숨 가쁘게 달리는 것이 아니라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중요한 거고요"라며 여유 있게 살 수 있고, 조용히 쉴 수 있는 것이 남해가 가진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기자와 민철 씨 가족은 참 기묘한 인연이 있다. 지난 2021년 6월 펼쳐진 플리마켓 '눈냇골 흙이야기' 취재를 위해 문항마을에 방문했을 때 방파제에 나란히 앉은 가족의 뒷모습이 예뻐 보여서 카메라에 담았었다(그때는 민철 씨 네가 남해로 이사하기 전이다). 그리고 딱 2년 만에 그 뒷모습의 주인공들과 만나 앞모습을 찍었다.


민철 씨네 네 식구가 남해에서 나름대로 만족하며 지내자 걱정이 한 가득이시던 양가 어르신들도 마음이 달라지고 있다. 걱정을 내려놓은 것을 넘어 적당한 시기에 남해로 내려오실 생각까지 하고 계시다고. 양가 부모님들이 내려오시면 은제와 현성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네 분과 가까이서 살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민철 씨 네는 더 재미있는 남해살이가 가능할 것이고, 남해로 들어오며 대교를 바라보는 민철 씨의 가슴은 더 많이 두근거리게 되겠지. 아내가 있고, 자녀가 있고, 부모님이 계신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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