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한국전쟁 73주년 기획특집◁ 6.25&월남전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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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한국전쟁 73주년 기획특집◁ 6.25&월남전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사업

3045점 흔적, 일반 전쟁기념관에서는 볼 수 없는 소중한 기록과 전시물

홍성진 선임기자
2023년 06월 23일(금) 15:47
▲남해군 6.25&월남전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사업 추진위원회 최준환 위원장(우), 서상길 사무국장(좌)
남해군 6.25&월남전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사업 추진위원회는 지난 2020년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웃 영웅들의 흔적남기기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숭고한 희생을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고 후대에 알리기 위해서다. 역사의 부름에 기꺼이 자신의 젊음과 생명을 바친 이들 영웅들의 서사를 담아내는 작업들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당초 이 사업은 군내 6.25&월남전참전유공자 흔적을 남기기 위해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전국에서 참전용사들의 흔적들이 속속 남해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할아버지, 아버지의 희생과 헌신을 공적기관에서 제대로 보존 전시해 그들의 정신을 이어가길 원해서다.

본지는 6.25 한국전쟁 73주년을 앞두고 6.25&월남전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사업 추진위원회 최준환 위원장과 서상길 사무국장을 찾아뵈었다. 남해유배문학관 한 켠 협소한 공간에 전시된 3045점의 흔적들은 일반적인 전쟁기념관에서는 볼 수 없는 소중한 기록과 전시물이다. 전쟁기념관의 전쟁역사, 주요전투, 유명지휘관 등에 관한 흔적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 영웅 할아버지, 아버지 등의 사연과 그들이 남긴 소중한 흔적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휘봉이 아니라 생사를 넘나드는 전장에서 총을 들고 싸운 흔적들 속에서 현재의 우리나라와 경제가 이들의 희생을 딛고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남해인은 그 소중한 흔적을 기억하며 담아내고 후대에 물려 주는 역사를 실현하고 있다.

<편집자 주>



▲관람객이 전시된 훈장을 살펴보고 있다

▲ 정부를 대신한 남해군 6.25&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사업 추진위원회의 역사기록 작업

전국에는 많은 전쟁기념관이 있다. 역사를 기억해 교훈을 얻고자 함이다. 그렇지만 이들 기념관에는 전쟁의 역사, 주요 전투, 유명 지휘관 등에 대한 전시나 기록물들이 주를 이룬다.

전투에 직접 참여한 사병들에 대한 전시물이나 기록들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월남전 사령관인 최명신 장군은 장군들의 묘소가 아니라 그의 유언대로 사병들과 묻혀있다.

장군에게는 전쟁 영웅은 자신과 같은 지휘관이라기보다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를 치른 사병들이 그의 영웅이었기 때문이라 유추해 본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에는 영웅들(사병들)의 역사기록물들이 수집되어 전시된 공간이 없었다는 사실에 그동안 우리는 역사를 조명함에 있어 진정한 영웅들을 잊고 산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본다. 늦었지만 남해군내에는 전국에서도 유일하게 그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남해유배문학관 한 켠에는 영웅들(사병들)의 역사 기록물들이 수집되어 전시되어 있다.

누가 어떻게 이들 영웅들의 소중한 흔적들을 채록 수집하고 전시하게 되었을까?

남해군은 2020년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남해군 특수시책으로 6.25전쟁&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운동을 시작했다.

6.25&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사업 추진위원회 최준환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 사업이 시작하게 된 것은 2020년 모 행사장에서 장충남 군수에게 6.25전쟁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청춘을 바친 노병들이 이름 없이 참 많이도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참 안타깝습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말한 뒤 "보훈단체의 건의를 수렴, 남해군이 특수시책으로 이 사업이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남해군은 2020년 11월 특수시책사업 추진, 이듬해 2월 사업추진위와 함께 6.25&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조사에 착수, 2022년 2월부터는 이들 자료를 기반으로 현재까지 유배문학관 한 켠에 특별전시실을 마련, 영웅들의 흔적을 전시해 오고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몸으로 안았던 군내 한 노병이 희미해져 가는 역사 속에 사라져 가는 전우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이 사업의 시작이었다.



▲방명록을 작성하는 모습


▲ 6.25&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사업 현황

6.25&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사업 추진위원회(위원장 최준환, 사무국장 서상길)와 남해군은 지난 2021년 2월부터 군내 371명(6.25참전용사 200명, 월남전 참전용사 171명)의 영웅들을 찾아 육성녹음, 자료수집, 촬영 등으로 그들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이같은 사업내용이 알려지자 전국에서 참전용사뿐 아니라 유족들이 남해로 자료들을 보내왔고 그 결과 현재 추진위는 3045점(훈장 37점, 앨범 29권, 귀국박스 6개 등)의 자료를 확보해 전시하고 있다.

2022년 2월 유배문학관 특별전시실에서 전시를 시작한 이후 2023년 5월 현재 약 6만명이 관람했다. 이 기간 동안 보훈단체 전적지관광이 28건이었으며 각급학교 안보체험교육 16건 등 총 단체관람 건수는 134건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도 전국에서 마을단위 관람이 계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18회 남해마늘한우축제 당시 많은 관람객이 찾아왔고 방명록에 나름의 감회를 기록했다.

이 사업으로 추진위는 60~70년 전의 소중한 역사 자료를 확보했고 전시를 통해 전후 세대의 안보체험 교육에 나섰고 참전유공자의 자긍심과 이들에 대한 사회적 예우 분위기를 조성했다.

특히 전시내용을 앨범으로 제작, 유공자나 그 유족에게 전해 우리사회가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있음을 알렸다.

서상길 사무국장은 "많은 분들이 이 일은 국가 차원에서 이미 진행되었어야 할 일들인데 남해군과 추진위에서 나서 기록들을 찾아 정리하고 전시까지 여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전해오고 있다"면서 "6.25참전용사 평균 나이는 90세 이상이고 월남전 참전유공자 평균나이는 75세 이상인 현실에서 한 분이라도 더 계실 때 최대한 살아있는 자료를 찾아 후세에 전하고 헌신에 대해 최대한의 예우가 실현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내 6.25참전유공자는 2021년 1월 기준 271명이었지만 2023년 4월 기준으로는 13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남전 참전유공자도 계속 줄어 올 4월 기준으로 224명이 생존해 계신 것으로 조사됐다.




지휘봉이 아니라 총을 들고 생사를 넘나들었든
우리 이웃 할아버지, 아버지 영웅들의 서사 남해서 되살아 나다



▲6.25&월남전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사업 추진위원회 최준환 위원장(94)
▲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전용사를 찾아 흔적들을 담아내고 있다.

▲ 우리의 이웃, 할아버지, 아버지 영웅들의 눈물겨운 사연
 
6.25&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전시회에는 국가에 헌신한 우리의 영웅 할아버지, 아버지들의 눈물겨운 사연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나라를 지키고 국가에 헌신한 그들의 발자취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숭고한 희생정신과 보훈정신을 가르친다.

자신들을 희생해 자유민주주의를 지켰고, 이 나라 경제를 이룩했다. 지휘봉이 아니라 실제 총을 들고 생사를 넘나들었든 우리의 이웃, 영웅들의 서사가 남해에서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학생들은 국가보훈부에게 그들에 대한 예우를 다해달라는 편지를 보냈고 정부는 이런 사실을 추진위와 남해군에 알리며 관계자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한 바 있다.

흔적전시회에 가면 방송을 보고 전국 각지에서 어른의 훈장 등 유품을 가져온 사연, 붓으로 기록된 표창장, 타자기로 작성된 표창장, 해병대 창군 1기 유품, 월남촌장이 새겨준 감사 표창장, 귀국 기념패, 수통, 녹슨 철모, 탄띠, 자서전, 전역증, 추억록 등등 전쟁기념관에서는 볼 수 없는 이웃 영웅들의 사연과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월남전에서 전사 처리된 전우의 마지막 모습을 보러 영안실을 찾았는데 체온이 남아 있는 전우를 확인하고 다시 살린 사연, 적으로 만났지만 무덤과 나무십자가를 만들어준 사연, 아산에서 어른의 훈장을 보내온 사연 등등 전쟁영화에서나 접할만한 생생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이들 사연들이 남해 흔적전시회에 소개될 수 있었던 것은 개별적으로 보관하기보다 영웅들의 이야기가 담긴 유품들이 앞으로도 잘 보존되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다시 한번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래서다.

서상길 사무국장은 "우리나라를 지탱해온 영웅들은 높은 곳이나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늘 우리 곁에 계셨다. 그 사실을 남해 흔적전시회에 오시면 너무나 잘 확인할 수 있다"면서 "국가나 지자체를 통틀어 6.25전쟁과 월남전 참전유공자의 사라져가는 흔적들을 담아내는 작업은 남해군에서 처음으로 진행되었다. 20대 청춘을 오로지 국가를 위해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을 감내해야 했던 우리의 이웃, 진정한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전시회를 찾은 가족, 아이들에게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 남겨진 이들의 책무 '6.25&월남전 참전유공자흔적전시관 건립'

2020년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남해군 특수시책으로 6.25&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사업이 시작되었다.

남해군내 거주하고 계신 참전유공자들을 일일이 찾아 그들의 흔적을 수집하고 그 희생에 감사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이 뜻깊은 사업이 여러 언론에 회자 되자 전국 각지에서 어른의 유품을 길이 잘 보관하고 전시해 그들의 희생을 되새기는 귀중한 역사교육 자료로 활용되었으면 한다며 보내온 자료들이 어느덧 3045점에 달한다.

3045점 중에는 남해로 여행 왔다가 유배문학관에 전시된 흔적전시물을 보고 감명받은 이들이 그간 소중하게 보관해온 어른들의 유품들을 사연과 함께 남해로 보내온 것만해도 적지 않다.

지금도 역사의 흔적이 가정에서 혹 유실되거나 분실될 것을 우려해 남해 흔적남기기사업추진위로 자료들이 들어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남해군과 6.25전쟁&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추진위는 '흔적전시관 건립'에 나서고 있다.

유실, 분실 걱정 없이 제대로 참전유공자의 희생을 알리는 여러 사업들을 수행하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흔적전시관 건립 관련 국가보훈부는 보훈사업은 대부분 국가사업으로 추진해왔고 지자체 보조금사업으로 추진할 항목이 없다는 입장을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는 듯하다.

복지기획팀 김혜화 팀장은 "지난해 남해군(군수)에서 보훈부를 방문, 관련 예산을 요청했고 올해도 요청했지만 지자체 보조금사업으로 추진할 항목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경남도에 발전사업으로 신청해 놓은 상태다. 경남도는 긍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해군은 당초부터 유배문학관 옆에 부지를 확정해놓은 상태이며, 올 7월 기본계획수립 및 타당성 용역에 착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또한 "지자체 중 최초로 흔적남기기사업을 추진했고 많은 성과를 남겼다"면서 "지금까지 답지한 소중한 자료들을 잘 보관하고 전시해 후대에 알릴 의무가 있다. 남해군에서는 사명감을 가지고 '흔적전시관 건립'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보훈부(國家報勳部)는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사무 △5·18민주유공자·특수임무유공자에 대한 예우에 관한 사무 △보훈보상대상자·고엽제후유의증환자·제대군인에 대한 지원에 관한 사무 △ 그 밖에 법령으로 정하는 보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그럼에도 6.25전쟁&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전시관 건립'을 두고 지자체 보조금 지원사업으로 추진할 예산항목이 없다는 입장은 이해할 수 없다. 국가보훈부는 예산 항목을 따지는 부서라기가 아니라 사업취지와 목적을 따져 해당 사무를 관장하는 기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가보훈부는 보조금 사업이 아니라면 자체 보훈사업으로 남해군에 '흔적전시관 건립'에 나서야 한다.
 

▲남해마늘한우축제시 방문한 관람객들이 전시된 흔적들을 살펴보고있다.

▲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 전시회에 다녀간 6만명 발자취

추진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18일부터 현재까지 흔적남기기 특별전시회를 다녀간 관람객 수는 약60,000명에 달하며 1,000여명의 관람객이 방명록에 가슴 뭉클한 관람 소감을 남겼다.

약 1년 3개월만에 거둔 성과다.

이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본지는 관람객이 남긴 3편의 글(원본)로 대신하고자 한다.

『장한님들의 흔적들을 바라보면서 가슴이 아립니다. 자료들을 바라보기도 아깝습니다. 고운미들의 숭고한 정신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현재 생존하신분들의 건강과 건투를 빕니다.』

『월남전 참전기념사업은 국가가 해야 함에도 여기 남해군에서 이 사업을 하는 것은 정말 세계사적 뜻깊은 일입니다. 그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저는 월남전에 파병되어 약 9개월 정글속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각종 작전속에서 한번도 비겁하지 않고 세계 평화와 자유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복무를 마치고 귀국해 현재 살고 있습니다.』

『자랑스런 6.25참전 용사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 거주하는 6학년입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저희 나라를 지키기 위해 6.25전쟁에 참여하신줄 몰랐습니다. 전쟁에 참여하실 때 얼마나 큰 두려움과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얼마나 슬프셨을텐데 기꺼이 저희 나라의 싸움에 참전하셔서 저희 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약 저였다면 전쟁에 참여할 때 아무리 나라를 사랑하고 좋아해도 저희 나라의 전쟁에는 참여하기 꺼려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 참전용사 분들처럼 그런 사람이 있었기에 저희 나라가 있었습니다. 저도 저희 나라의 위기가 찾아오면 저희 한 몸 바쳐 꼭 저희 나라를 지키겠습니다. 다시한번 저희 나라를 지켜주신 참전용사님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7월 28일 부산 최준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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