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스튜디오 '오실재' 김진선 씨의 촌(村)살이◁ 차를 사랑한 사람, 남해 유자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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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스튜디오 '오실재' 김진선 씨의 촌(村)살이◁ 차를 사랑한 사람, 남해 유자에 빠지다

티 스타일리스트 김진선 씨, 남해읍 북변리에 '오실재' 열어
차·유자·꽃 조합된 블랜딩 티, 건강한 다식으로 방문객 '호평'

김동설 kds1085@nhmirae.com
2023년 06월 30일(금) 15:19
▲오실재는 아늑한 분위기와 세련된 상차림, 좋은 차와 다식으로 방문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귀촌인 티 스타일리스트 김진선 씨는 지난 2월 남해읍에 다실 겸 티 스튜디오 '오실재'를 열었다. 사진은 차를 내리고 있는 김진선 씨

"본래 다실로 운영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차와 관련한 다양한 문화와 작품을 선보이는 '티 스튜디오(Tea Studio)'가 당초 계획이었죠. 그런데 테이블을 가져다 놓았더니 차를 마시러 오는 손님이 생기고 이제는 찻집이 되었네요."

남해읍에 차 전문점이 새로 생기면서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결코 목 좋은 곳에 자리잡았다고 말할 수 없고, 간판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 눈에 띄지 않는 찻집이지만, 아늑한 분위기와 세련된 감성의 상차림으로 지역민은 물론, 관광객들의 관심까지 받고 있다.

남해읍 지역은 남해군 정치·경제의 중심지이나 이렇다 할 볼거리가 없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기는 쉽지 않은데 이것을 해내고 있는 남해읍 찻집.

'오실재(五實齋·남해읍 화전로 122번가길 4)'. 귀촌인 차 전문가 김진선 씨가 만든 다실 겸 티 스튜디오의 시작은 이렇게 절제된 가운데 화려했다.



▲오실재 실내전경

▲오실재의 간판 상품인 '유채꽃돌담길', '은모래비치', '바래길노을', '남해얼그레이'. 녹차와 백차, 우롱차, 홍차를 기반으로 남해유자와 꽃 등이 블랜딩 돼 있어 다양한 향을 즐길 수 있다.

▲육아와 티 룸, 두 마리 토끼 잡으러

김진선 씨는 조금 남다르게 차와 인연을 맺었다.

20년 전 뉴질랜드 여행 당시 이용한 JAL 항공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이 '재패니즈 티(Japanese Tae)'라며 가져다 준 음료가 그냥 '녹차'였던 것. 이에 '이것이 왜 그린 티(Green Tea)가 아니고 재패니즈 티인가?'라는 궁금증이 차에 대한 학구열로 이어졌다.

그때는 '티 룸'이나 '티 하우스'가 귀해서 서울에도 5~6곳에 불과했다. 홍대나 대학로에 자리잡은 티 룸들을 찾아다니며 차를 공부하기 시작한 진선 씨는 서울 모 대학 차문화경영학과에 입학·졸업할 정도로 차에 깊이 빠져들었다.

차를 공부하는 가정주부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 살던 그녀는 시골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뉴질랜드에서 보았던 작은 학교와 자연친화적인 교육을 받으며 사는 그곳 아이들의 모습이 내 아이의 모습이 되기를 그녀는 바랐다.

본래 경남 출신인 진선 씨는 귀촌지를 찾아 하동, 산청, 함양, 남해 등 경남도 곳곳을 돌아다녔다. 차 전문가인만큼 녹차의 고장 하동으로 갈 만도 했지만 그녀의 선택은 남해였다.

"남해는… 경치가 좋았고 무엇보다 아이가 다닐 학교(고현초)가 매력적이었어요. 학생 수가 적어 이상적인 소규모 그룹수업이 가능했고 방과 후 프로그램도 태권도, 승마, 미술 등 다양했죠.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정확하게 이어지는 학교 하루 일과는 제가 시간을 쓰기 좋게 만들어주었고요. 그렇게 시간을 내서 읍에 티 스튜디오 오실재를 열게 된 거죠."

진선 씨는 오실재를 열 때 차를 마시는 '다실'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 티 스타일리스트인 그녀는 꽃과 과일, 채소 등 차와 블랜딩(Blanding·조합)할 수 있는 재료를 찾아 더 예쁘고 몸에 좋은 차를 만들어 내놓고 싶었다. 그런데 매장에 테이블을 가져다 두었더니 손님들이 차를 마시러 오기 시작하고 그러다보니 다실을 겸하게 됐다.



▲오실재 실내 전경. 오실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열려있으며 휴무일은 일요일이다. 또한 원데이클래스와 취미반 등 차 수업도 가능하다

▲오실재 외부 전경. 오실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열려있으며 휴무일은 일요일이다. 또한 원데이클래스와 취미반 등 차 수업도 가능하다

▲차+남해유자+꽃. 다양한 향이 한 잔에

지금 진선 씨가 차와 접목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재료는 남해삼자 가운데 하나인 '유자'다.

"유자는 한·중·일 삼국 정도에서만 자생하는 과일로 남해 특산물이기도 하죠. 다른 나라에서는 레몬과 오렌지 등 시트러스 계열 과일들을 다양하게 이용하는데 유자는 활용성이 떨어져요. 이에 남해유자를 차와 접목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현재 진선 씨가 선보인 차는 홍차를 기본으로 한 '남해얼그레이', '바래길노을(우롱차)', '은모래비치(백차)', '유채꽃돌담길(녹차)' 등 네 종류가 대표적이며 모든 메뉴에 건(乾) 유자가 포함돼 있다. 이와함께 유채꽃돌담길에는 유채꽃, 남해얼그레이에는 수레국 등 꽃들도 들어있어 다향과 유자향과 꽃향기까지, 차 한잔으로 다양한 향을 느낄 수 있다. 김진선 씨는 이후 노량과 앵강, 북변리 등 남해 지명을 이용한 신상품을 개발해 총 10종의 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오실재의 차 가격은 일인당 7000원 선부터 시작하는데 차를 주문하면 다식이 함께 제공된다. 다식은 쌀 가루와 아몬드 가루, 국산 현미유, 조청을 사용해 만드는 '미니 파운드'로, 딸과 함께 귀촌한 진선 씨의 아버지가 만든다. 그녀의 아버지는 손자들에게 간식을 만들어주려고 제과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미니 파운드 레시피도 직접 만들었다. 오실재에서는 유자향 나는 차들과 할아버지의 파운드케이크까지 2대가 함께 만든 먹거리들을 맛볼 수 있다. 이후 단호박과 콩 등 남해 농산물을 이용한 먹거리들도 더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김진선 씨는 "블랜딩 티는 역사가 아주 깊습니다. 우리나라도 삼국시대에 찹쌀, 생강, 과일류를 차와 함께 끓여 마셨다는 기록이 있어요. 또 남해는 유배객들이 많이 왔었던 고장인데 그들 중에도 다인이 많고 노량에서 순국하신 이순신 장군도 차를 즐기는 분이셨죠. 저는 차를 블랜딩하는 사람이고 남해와 정서적으로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제가 차를 만드는 정성이 드시는 분들에게 닿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지금까지 선보인 블랜딩 티들에 이어 다양한 신메뉴와 차문화를 함께 선보여 '오실재' 브랜드를 큰 나무로 키우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김진선 씨는 오는 8월, 또는 9월에 차 관련 전시회를 열어 직접 만든 티 웨어(다포)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하나, 오실재에서는 차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차 수업은 원데이클래스와 취미반으로 나뉘는데 수업 요일과 시간은 김진선 씨와 상의해 결정하면 된다.

오실재. 영업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일요일 휴무. 관련 문의 010-4746-4519 https://www.instagram.com/osil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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