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리 카페 루프탑 하귀수 제빵사의 촌살이◁ 43년 경력 제빵사가 주는 선물같은 '감동' 베이커리 카페 '루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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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27(토) 21:47
▷베이커리 카페 루프탑 하귀수 제빵사의 촌살이◁ 43년 경력 제빵사가 주는 선물같은 '감동' 베이커리 카페 '루프탑'

다랭이마을 앞바다를 달콤한 향기로 물들여
부산서 제빵만 43년, 남해의 눈부신 풍경에 반해 다랭이마을에 정착

백혜림 기자
2023년 10월 06일(금) 13:53
 방금 갓 구워진 빵이 뿜어내는 향기는 정말 자극적이고 매혹적이다.
 밀과 쌀, 곡물 가루가 가진 고유의 고소함과 은은한 단 맛은 고온의 열이 가해지면서 버터의 부드러운 향긋함, 설탕의 달콤함과 어우러져 그 풍미는 마치 첫사랑을 마주한 듯한 설렘의 극치를 안겨준다.
 남면 항촌에서 가천으로 이어진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화려하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펜션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다랭이마을 펜션촌 한가운데에는 관광객들이 편의를 위해 찾을 법한 편의점이 있고, 바로 위 언덕길을 따라 오르면 말 그대로 꼭대기처럼 우뚝 서 있는 2층 건물에 위치한 베이커리 카페'루프탑'이 보인다.
 '빵 카페'라고 적힌 작은 스탠딩 간판이 계단 옆에 자리하고 있었고 계단을 올라 카페의 문을 열었다. 탁 트인 다랭이마을의 예쁜 바다의 빛깔에 시선을 뺏길 찰나에 실크 원단처럼 부드러운 바닷바람이 테라스를 거쳐 카페 안에서 나오는 달콤하고도 강렬한 향기를 가득 머금은 채로 코끝을 스쳤다.
 향기를 따라 시선을 옮기니 이날 갓 구워져 나온 따끈따끈한 빵들이 애기궁뎅이마냥 토실토실 살찐 채로 트레이에 담겨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가장 자신있는 메뉴? 빵맛이라면 뭐든 자부심 있지만, 잘 나가는 빵은 대파빵"
 점심을 먹고 온 터라 요기할 생각조차 없었음에도 시장기를 확 돌게 하는 갓 구운 빵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여기 제일 잘 맛있는 메뉴가 뭐예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커피를 내리시던 '카페 사장님'께선 웃으시면서, "여긴 다 맛있어요. 모든 빵들이 사랑받는 메뉴들이랍니다. 저는 카페를 담당하는 '카페 사장님'이고, 빵 담당하시는 '제빵 사장님'이 계세요. 우리 '제빵 사장님'께서 만드는 모든 빵은 빵맛으론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요"라며, "제일 잘 팔리고 제일 잘 나가는 빵은 '대파빵'"이라고 추천했다.
 '카페 사장님'의 말씀에 따르면 대파빵은 남해 대파작목반에서 직접 대파를 공수해서 재료로 썼고, 크림치즈를 비롯한 치즈 3종류를 아낌없이 넣었다고 한다.
 그렇게 추천받은 '대파빵'과 '바질토마토빵'을 접시에 담고 인터뷰를 진행하며 빵을 맛보았는데, '대파빵'이란 단순한 이름에선 어떤 맛일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허나 빵을 입에 넣는 순간 곧 대파 슬라이스의 본연의 알싸한 단맛이 크림치즈 특유의 무게감 있는 산미, 달콤함과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혀끝을 감싸안아 춤을 추는 듯 했다.
 또한 쫄깃하면서도 퐁신한 빵의 식감이 대파와 크림치즈라는 굵직한 재료들의 개성을 살려주는 훌륭한 조연 역할을 해준다고 느끼자마자 어느새 손에 들려있던 빵은 사라지고 없었다.
 카페 사장님은 까르르 웃으시면서 "빵이 참 맛있죠? 대파빵은 택배 배송이 이뤄질 만큼 인기예요. 전화로 대파빵 남아있냐고, 순식간에 다 팔려서 남겨놓으라는 요청들도 제일 많이 들어와요."
 
 
▲"손님들이 드시는 빵 하나에 제 철학, 자부심, 정체성, 제 인생을 담습니다"
 대파빵을 맛보고 난 후, 문득 빵을 담당하시는 '제빵 사장님'께서 직접 반죽하고 빵을 굽는 일련의 과정들이 궁금해졌다. 카페 사장님께선 빵 만드는 것을 흔쾌히 보여주겠다고 말씀하셨고, 뒤이어 반죽기와 빵 트레이들이 차곡차곡 들어찬 '루프탑'의 빵 구움터에 들어서자 거대한 오븐과 반죽 테이블 사이에서 깔끔하고 절제된 동작으로 반죽들을 다루는 이른바 '제빵 사장님', 하귀수 사장님을 뵐 수 있었다.
 이날은 공갈빵을 반죽하고 굽는 과정들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 사장님의 투박한 손에서 빚어진 둥글둥글하고 작은 반죽들이 설탕이 담긴 소를 품은 채 밀대로 얇고 납작한 모양을 이뤄 오븐 트레이에 가지런히 담기고 있었다.
 "공갈빵은 이렇게 오븐에 들어가기 전엔 납작한 접시 모양이죠. 우리가 먹는 공갈빵은 가운데가 텅 빈 부푼 모양인데, 제가 굽기 전에 반죽에 넣었던 설탕이 끓어오르면서 안에 공간을 만들게 되고 이스트같은 효모 없이도 반죽이 부풀게 되면서 과자같은 식감을 가진, 우리가 아는 공갈빵의 형태가 만들어지는 거랍니다. 이렇듯 빵은 '과학'이예요."
 다소 과묵한 인상의 '제빵 사장님'께선 이날 구우시는 공갈빵의 원리를 설명해주시면서 자신이 만드는 '빵의 철학'에 대해서도 덧붙이셨다.
 "빵의 모양은 누구나 다 흉내낼 수 있고 그럴싸하게 만들 수 있죠. 하지만 맛은 천차만별이예요, 왤까요? 저는 반죽과정에서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온도, 재료… 아까도 말했듯이 빵의 모든게 과학이기 때문에 아주 작은 차이점이라도 결과물은 크게 다를 수 있어요."
 루프탑의 '제빵 사장님'인 하귀수 사장님은 43년 동안 오로지 빵 하나만 보고 살아오셨다고 한다. 이러한 긴 제빵 경력에서 얻은 노련함과 노하우는 사장님의 빵 하나, 반죽 한 덩이, 제빵 기구들을 깔끔하게 관리하는 애티튜드 등에서도 엿보였다.
 자신의 빵을 먹는 손님들에게 소화도 더 잘 되고 맛도 있는 빵을 제공하기 위해 유산균을 사용한 공법 등을 도입하고, 보다 좋은 재료를 공수하기 위해 대파빵의 대파작목반에서 재료를 구해 오는 것처럼 남해 지역의 특산 농산물인 마늘, 시금치, 단호박을 사용한 메뉴와 레시피를 주기적으로 개발하며 때로는 부산까지 직접 가셔서 재료를 구해오시기도 하신다고 했다.
 
 
▲"어쩌다 남해에서 빵을 만들게 됐냐면, 다랭이마을의 이 바닷가가 너무 맘에 들었거든요"
 향긋한 커피와 담백한 소금빵을 곁들이며 하귀수 사장님의 '루프탑'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카페 루프탑의 '제빵 사장님'이 되시기 전, 사장님께선 다른 직업에 몸 담은 적 없이 부산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시고 제빵기술자로써의 삶을 사셨다고 했다. 도합 43년 동안 '빵의 외길'만을 걸어온 셈이다.
 부산에서의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여가 생활도 즐기고 싶어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을 찾아보니 여기 남면 다랭이마을이 딱 마음에 꽂히셨다고 한다. 날마다, 계절마다 다른 하늘의 빛깔이 비치면서 같이 바뀌는 남해바다의 매력에 매료됐다고.
 "남면 앞바다의 눈부신 풍경과 맛있는 빵을 먹는 즐거움을 같이 느끼는 것,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 제가 느끼는 선물과 같은 감동을 드리고 싶어 올해 7월에 오픈했죠."
 허나 오픈 초반에 장마 대목이었던 것과, 남해읍과는 다소 떨어져 군민들과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펜션촌 한가운데에 있는 지리적 불리함이 있어 처음엔 손님이 뜸했다고 한다. 지금은 주 고객층인 젊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알게 되고 찾아오기 시작했다며, 아무래도 펜션들이 즐비한 곳에 자리한 장소이다 보니 찾기 쉽지 않아 검색을 통해 찾아오신다고 덧붙였다. 또한 베이커리 카페의 희소성 때문에 외국인 손님들도 적지 않게 찾는 추세인데 외국인 손님들의 픽은 '바질토마토빵'을 많이 선호한다고 한다. 요즘 젋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바질을 이용한 메뉴들이 지금은 생소하지 않지만 외국인 손님들에게는 익숙한 식재료이기에 더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메뉴인 듯 했다. 젊은 고객층들과 외국인 손님들이 선호하는 메뉴들답게 요즘 유행하는 베이글, 소금빵, 다이어터들이 부담을 덜고 먹을 수 있는 크랜베리와 견과류가 들어간 호밀빵 등 메뉴 선정에 꽤나 신경쓰고 공을 들이신다고.
 
 
▲"남해의 명물, 명소로써 기억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남해 빵의 퀄리티도 올라갔으면 하구요"
 남해, 그리고 카페 '루프탑'을 찾는 손님들께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카페 사장님'과 '제빵 사장님' 두 분을 모시고 질문을 해보았다.
 "남해를 오기 전부터 '여긴 꼭 가봐야지' 하는 베이커리 카페, 그리고 찾아왔을 때 '역시 여길 오길 잘했어' 하는 만족감을 주는 남해의 명소로써 성장하고 싶죠. 빵의 맛과 퀄리티로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루프탑의 빵이 남해의 명물로써 알려지고 인정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남해를 대표하는 빵, 남해의 특산물을 사용한 레시피를 계속 개발하고 연구하면서 만들어나갈 것입니다"라고 야심찬 포부를 밝히며, "우리가 만드는 빵들로 인해 남해 빵의 퀄리티가 높아졌으면 하고, 남해를 위해서는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도 덧붙였다.

 
▲"앞으로도 남해스러운 빵을 많이 만들고 싶다. 특색있으면서도 맛있게!"
 재료부터 깐깐하게 선별하고 당일 구운 빵이 아니면 팔지 않는다는 사장님들의 철저한 신념 아래, 베이커리 카페 '루프탑'은 매일 25종의 빵을 매일 손수 구워 진열한다. 뿐만 아니라 제철에 맞는 남해 특산물을 비롯한 직접 공수한 식재료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짜내어 매일 메뉴 개발을 한다고 한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추석이나 명절 선물용으로 좋은 롤케이크나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은 수제 양갱들도 판매하며, 휴무는 매주 화요일이라고 한다. 이날 인터뷰를 마치고 빵 굽는 향기를 뒤로 한 채 다랭이마을의 은은한 바닷내음을 한껏 들이키며 해안도로를 걸어나왔다.
 빵과 커피, 그리고 남면 해안도로의 평화로운 풍경들을 품은 이 작은 카페는 파도소리와 해풍을 머금은 채 휴식을 찾는 손님들에게 남해의 작은 '한 조각'을 선사해줄 것이라 기대하며, 사장님들의 굳건한 프라이드와 신념이 루프탑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그대로 전해지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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