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명의 남해시론] 글을 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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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0(금) 18:04
[김재명의 남해시론] 글을 쓴다는 것
2024년 04월 27일(토) 19:09
매주 마주하는 일상이지만 유난히도 오늘은 글자를 채워 가는 여백이 크게 느껴진다.

얼마 전에 좋은 친구가 서른 중반의 아들을 잃었다. 아들 하나 딸 하나, 둘을 두었다. 위가 아들이었는데 유난히도 큰 키에 족히 100킬로가 넘는 거구의 건장한 청년이었다. 죽기 며칠 전까지도 건강했다.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충청도의 어느 병원에 들렀더니 위염이니 별 걱정하지 말라고 했으나 그래도 모르니 서울의 유명병원으로 옮겨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자 병원을 옮겨서 입원시켰다. 진단해보니 암이었다. 이미 손쓸 틈이 없을 정도로 전이가 되어 수술할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병원에서는 더 이상 아무런 치료를 할 수 없다고 손을 놓았다. 호스피스 병동이 나기를 기다리다가 가 보지도 못하고 운명했다. 그리고 아들을 가슴에 묻었다. 장례를 치른 며칠 뒤 내게 메시지가 왔다. "재명아! 봉내(鳳川)를 따라 걷고 있는데 자꾸 눈물이 난다. 그놈의 마지막 말 「아버지 About Time 영화 봤습니까? 저는 참 많이 봤습니다. 아버지, 나의 20대는 아버지가 봐 왔지 않습니까? 아버지의 20대는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야기해 줄 수 있습니까? 아버지 한번 살려주시면 안 됩니까? 그리고 사랑합니다.」라고 죽어가며 했던 마지막 병상의 말이 자꾸 생각난다."잘 먹이고, 대학 보내주면, 스스로 어울려 친구들 틈바구니에서 잘 커 가겠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비의 도리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정작 아들이 바라던 아버지에 대한 기대를 자신은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하는 자괴감에 무너졌다는 말이다. 심지어는 자식의 건강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몰랐다는 충격에 그는 모든 걸 잃었음이 역력하게 보였다. 내가 문병 갔을 때, 병실에서 죽어가는 아들을 같이 바라보면서도 애써 내겐 눈물을 보이진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펑펑 울음을 토하는 그가 보였다. 참 많이 아팠다. 그런 심정을 담은 메시지였다.

About Time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가문의 비밀을 알게 된 주인공이 겪는 사랑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수없이 발생하는 실수를 되돌리기 위하여 시간여행을 거듭하여 상황을 바꾸기도 해 보지만 결국에는 현재의 성공과 실패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것이 옳다는 아버지의 조언을 받은 후 현재의 즐거운 삶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주인공의 삶을 그리며 끝이 난다. 삶이란 애써 바꾸려 해도 꼭 그러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때론 아픔도 슬픔도 받아들이며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그런 영화였다.

아마도 친구의 아들은 죽음을 알은 순간, 그의 가문에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그런 능력이 있다면 나와 아버지, 그리고 가족들과 더불어 건강한 모습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 건데 하는 꿈을 꾸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그 앞에 펼쳐진 현실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는 운명이란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나와 내 친구가 있던 자리에서 그가 눈물로 내게 남겼던 마지막 말! "삼촌, 이런 모습을 보여서 미안합니다."라는 말의 의미를 그땐 몰랐다. 그가 그 영화를 추억하며 얼마나 절박한 마음으로 치열하게 운명과 싸우고 있었다는 것을.

인생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받은 몇 줄의 메시지로도, 꺼져가는 생명 앞에서 저 어린 삶이 주는 무엇인가 의미심장한 인생의 의미가 전해지는 것 같은데 나는 항상 말이 길다. 그래서 내가 싫다. 며칠 전 동창 모임에서 또 다른 친구가 하는 말도 그랬다. 직설적으로 뱉어라. 그리고 간결해라. 맞다. 그럼에도 나는 은유 형이다. 무엇이 두려워서 그러는 것일까? 사람에게 비수가 되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하는 천성일까? 되돌아올 질책이 무서운 걸까? 한없이 비겁해진다. 이번 주도 못내 망설이며 빙빙 에둘러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비약적인 이야기 같아서 인용하는 게 내키진 않지만 사족을 단다. 페이스북에서 모 신문사의 편집국장이 남해읍의 불친절에 대하여 신랄하게 꾸짖었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는 게 맞다고 하며, 돈만 많이 벌고 싶으면서, 공부하고 변화와 발전은 하기 싫고, 최소한의 예의도 없으며 남 탓만 하는 주제에 무슨 배짱인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자기가 불친절하고 판매하는 내용물이 저급한지도 모르며, 손님 접대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용감하다 못해 오만해 보이기까지 한 비판이다.

적어도 그의 기준으로는 관광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친절인데 근본적으로 마음가짐이 되먹질 않아 남해군 행정에서 읍을 관광화 시키려고 해도 소용이 없다는 생각도 전했다. 외지인을 대상으로 친절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가 오래전에 왔는데, 몰상식한 인간들이 남해읍, 남해군의 안 좋은 인상을 심어주어 참 안타깝다고도 했다. 남해읍의 모두를 싸잡는 듯해서 읍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로서는 심히 불쾌한 일이지만 한편으론 그의 충정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젊은 나이지만 그가 나보다 백배 낫다.

해저터널이 완성되고 난 후, 소위 "빨대효과"를 고려하면 우리가 여수에 빨려 들어가느냐? 여수, 여천, 광양의 수십만 자원을 빨아들이느냐? 하는 문제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창선·삼천포연륙교의 개통으로 창선과 남해의 동부가 남해의 경제권에서 멀어져 갔듯이 모 신문사 편집국장의 질타처럼 현재의 상태로 변화가 없으면 남해읍은 서부마저 여수에 내어주고 죽을 수밖에 없다. 이런 외람된 질타를 듣지 않도록 지금부터 변해야 한다.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지금부터 실행에 옮겨야 하는 것이 맞다.

어떤 이가 이 질책에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수박 겉핥기식의 누구나 아는 원론적인 이슈만 건드리고 대안이 없으면 속 알맹이는 없는 어떤 나으리들과 별반 다를 것이 있겠는가"하고 토를 달았다. 맞다. 우리는 지적만 하지 대안을 제시하기엔 서툴렀다. 불친절한 태도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 상인들을 대상으로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을 개설해서 실시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고객 응대, 문제 해결 능력 강화, 커뮤니케이션기술 향상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특히, 실제 상황에서의 롤플레이나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전 상황에서의 대응 능력을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

지역 상인들의 서비스 품질을 평가하기 위해 정기적인 고객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 피드백 시스템도 운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고객들의 의견을 수집하고, 불만 사항이나 개선 사항을 파악하여 사업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또한, 고객 피드백에 대한 신속한 대응 및 개선 조치를 통해 서비스 품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친절한 서비스 제공을 장려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 평가에 따라 상점에 부여되는 등급에 따라 세금 감면 혜택이나 우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불친절한 태도를 보이는 상인들에게는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인들에게는 격려와 보상이 주어 짐으로써 긍정적 시너지를 형성해 가도록 해야 한다.

친절한 서비스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지역 사회에 대한 홍보와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지역 사회의 문화적 가치와 상호 존중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지역 사회 구성원들과의 상호 작용을 촉진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인들을 포함한 모범적인 사례를 홍보하여 친절한 서비스 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법규 위반 사례를 신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 사회 구성원들이 불친절한 행위를 보이는 사업자들에 대해 합리적 제재를 가하는 방안도 강구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대책들을 종합적으로 시행함으로써 불친절한 태도를 가진 사업자들의 행동을 개선하고, 지역 상권과 사회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친절한 서비스, 양질의 제품, 적정한 가격 등 가성비가 확보되는 특성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남해읍의 미래는 없다. 글을 쓴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전혀 예견하지 않은 방향으로 마무리를 하는 경우도 생기는 걸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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