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신문기획특집]이동면 화계마을 박형일 선장의 '남해 동강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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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25(금) 11:02
[미래신문기획특집]이동면 화계마을 박형일 선장의 '남해 동강호' 이야기

3대째 정치망 이어온 토박이 어부, 박형일 유튜버 '진솔한 남해 이야기'로 55만명 넘는 구독자 보유
"남해를 알리고 싶다. 고향 남해의 가치와 아름다움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제 아이들이 자랄 곳, 제가 삶을 다 바친 이 땅이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한다."
"제가 만들어가는 이 채널이 누군가에겐 하루의
버팀목이 되고, 작은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저는 그걸로 족합니다"

이태인 기자
2025년 04월 25일(금) 09:33

경상남도 남해군 이동면 화계마을, 이곳은 섬과 물길, 그리고 사람들의 정겨운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바다의 고장이다. 그 한복판에서 삶의 항해를 이어가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박형일(47세) 선장이다. 그는 남해에서 3대째 정치망 어업을 이어온 토박이 어부이자, 55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이다. 그가 운영하는 채널 '남해 동강호 선장 박형일'은 단순한 어업 소개에 머물지 않는다. 해가 뜨기도 전 어둠을 가르고 나가는 배 위의 분주함, 조업 중 선원들과의 유쾌한 소통, 반려견 몽실이와 길고양이들과의 따스한 교감, 외국인 선원들과의 언어를 초월한 협업까지. 그의 채널은 남해바다의 현실과 삶의 깊이를 생생히 전하는 영상 다큐멘터리이자 인생 에세이다. 이번 인터뷰는 남해FM공동체라디오 프로그램 '남해인 초대석'과 '남해미래신문'의 공동 기획으로 이루어졌다.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박형일 선장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그가 왜 이 길을 걷게 되었는지, 또 어떤 철학으로 바다를 바라보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의 말에는 유쾌함 진중함이 공존하며, 그 속에는 세대를 잇는 어업인의 긍지와 지역 사회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편집자 주>








▲ 뼛속까지 남해 촌놈 박형일

박형일 선장의 인생은 말 그대로 '바다와 함께'였다. 그의 고향은 바닷가 마을 이동면 화계마을로 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온 정치망이 그의 삶의 터전이다. 유년기의 기억은 늘 바다와 함께였다. 당시 부모님은 늘 바다 위에 계셨기에 유년기 부모의 손길보다 바다의 냄새에 더 익숙했다. 그는 유학이라는 이름으로 부산으로 떠났고, 그렇게 도시의 삶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다시 남해로 돌아왔다. 도시의 편리함보다 바다의 고요한 아침에 더 이끌였다.

2002년 월드컵 열기로 뜨거웠던 어느날. 부산에서 경기를 보고 귀향한 그는 아버지의 건강 악화로 인해 본격 조업에 뛰어들게 된다. 젊은 나이에 배를 맡아 조타를 하게 되었고, 첫 항해에서 거대한 후리그물에 배를 걸어 대형 사고를 일으켰다. 스크루 축이 휘어지는 정도의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물을 설치한 어장 주인을 나무랐고, 아들을 감싸주었다. 이 일은 박 선장에게 '실패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깊은 교훈을 안겨주었고, 인간적인 길을 걷는 밑바탕이 되었다.

이후 수년간 그는 조업 경험을 쌓아가며 점차 바다의 리듬을 이해하게 된다. 날씨, 물때, 수온, 바람의 방향

까지. 바다는 그에게 단순한 직장이 아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교과서였다. 그러던 중 2017년, SNS에 조업 장면을 촬영해 올리기 시작했고, 유쾌한 말투와 현장의 생생함은 곧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유튜브 채널은 그렇게 탄생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성장기와 조업 일지를 남기는 용도였지만, 이내 전국구 인기를 얻는 채널로 급성장 했다.





▲ 삶의 변화와 그 의미

박 선장이 유튜브를 통해 전하는 이야기는 단지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장면에 그치지 않는다. 그 속에 사람의 삶을 담았다. 새벽 캄캄한 바다 위에서 시작되는 하루는 단순한 일상의 반복이 아니다. 그 속에는 각자의 인생을 묵묵히 살아가는 이주 노동자들과의 문화적 소통, 삶과 죽음이 오가는 바다의 리듬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의 방송에는 현실적인 생계 문제와 더불어 유쾌한 농담, 그리고 바다를 향한 깊은 존경심이 함께 공존한다. 단지 어업 현장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투영하게 만든다. 특히 삶에 지친 이들, 병상에 누운 사람들, 정체된 일상에 매몰된 이들은 박형일 선장의 영상을 통해 대리 만족과 희망을 얻는다. 그들에게 그는 단지 어부가 아니라 '일상의 동반자'이다.

이러한 콘텐츠는 지역 사회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남해의 자연과 문화, 어민들의 삶을 전방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남해에 대해 잘 몰랐던 이들이 그의 방송을 통해 지역에 대한 호감을 갖게 되었고, 실제 남해를 찾는 발걸음도 많아졌다. 유튜브는 이제 박형일 선장에게 생계의 보완 수단을 넘어, 지역 홍보의 플랫폼이자 인생의 또 다른 무대가 된 셈이다.



▲ 위기 돌파와 인간적인 성장

남해바다도 변하고 있다. 온난화와 이상기후로 인해 해양 생태계는 심각한 위협에 놓여 있다. 바닷물의 수온은 매년 높아지고, 예전처럼 멸치 떼가 몰려오는 일은 점점 줄고 있다. 박 선장이 가장 아끼던 가을멸치는 어획량이 현저히 줄었고, 예년의 20분의 1, 30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어민들에게 실존적인 위기를 안긴다. 많은 이들이 어업을 접고 떠나는 가운데 박 선장은 오히려 카메라를 들었다. 그는 바다가 주는 고통과 기쁨, 위기와 회복을 모두 기록하며 공유했다.

특히 새벽 정치망 물보러 나가는 시간의 유튜브 생방송은 그에게 있어 일종의 의식이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는 방송은 시청자들과의 일종의 약속이자 그 자신에게는 삶의 동력이다. 그의 생방송에는 단지 조업 장면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선원들과의 정겨운 소통, 선장으로서의 지휘, 때론 실수와 어설픔까지도 모두 진심으로 담겨 있다. 때로는 외국인 선원과의 소통을 위해 엉터리 영어와 경상도 사투리가 오가며, 이 또한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준다. 그는 "이게 바로 리얼 삶이다"라고 말한다. 그의 방송은 꾸미지 않은 날것의 진심이자, 인간적인 연대의 장이다.



▲ 현재의 삶과 향후 비전

지금도 박형일 선장은 새벽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때론 만선으로, 때론 빈 배로 돌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멈추지 않는 이유는 단순 생계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이 일이,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티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남해군과의 공식 협력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2025년 남해 방문의 해를 맞아 홍보 활동과 다양한 지역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지역특산물 공동구매 수익금을 통한 기부활동이나 지역 숙소·식당 홍보 등 그의 콘텐츠는 단순한 유튜브를 넘어 지역경제를 살리는 실질적인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

그의 바람은 분명하다. "남해를 알리고 싶습니다. 고향 남해의 가치와 이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제 아이들이 자랄 곳, 제가 삶을 다 바친 이 땅이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합니다." 그는 앞으로도 카메라를 들고, 배를 타고, 바다를 기록하며, 이 땅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것이다.


▲ 박형일 선장에게 남해란

"하루하루가 전쟁 같고, 어제보다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날들이 이어질 때, 저는 바다에서 작은 기적을 봅니다. 갑자기 튀어 오르는 물고기 한 마리, 선원들과 함께 웃으며 던지는 농담, 그리고 조용히 옆에 있는 몽실이의 눈빛. 이런 순간들이 제 삶을 붙들어 줍니다. 제가 만들어가는 이 유튜브 채널이 누군가에겐 하루의 버팀목이 되고, 작은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저는 그걸로 족합니다. 저는 늘 그 자리에 있을 겁니다. 남해에서, 바다 위에서, 동강호 위에서. 앞으로도 변함없이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마지막으로 물었다. 박형일 선장에게 남해란?그는 말한다. 나에게 남해는 "어머니의 젖!"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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