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 위기 속 농어촌정비법 개정안 새 대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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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1(금) 10:41
지역소멸 위기 속 농어촌정비법 개정안 새 대안될까?

농어촌의 정주환경 개선과 관계인구 확대 기대
농어촌 공동체를 회복하는 '사회적 재생'의 의미 가져

이태인, 홍성진 기자
2025년 07월 11일(금) 09:21
▲ 본 사진은 참고용 입니다.
▲ 본 사진은 참고용 입니다.

전국적으로 6만 5천 호, 우리 남해군 역시 피해갈 수 없는 농어촌의 고질적인 문제 '빈집'. 인구 고령화와 수도권 집중 현상 속에서 흉물처럼 방치된 빈집은 마을의 경관을 해치고 안전을 위협하며, 나아가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의 고리로 지목되어 왔다. 정부와 지자체가 그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현행법에도 지자체나 농어촌공사가 빈집을 '매입'해 귀농·귀촌인을 위한 임대주택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집주인은 매각 시 발생하는 세금 부담과 복잡한 상속 문제로 매도를 꺼렸고, 지자체는 한정된 예산과 행정 절차의 한계로 적극적인 매입에 나서지 못했다. '소유권 이전'이라는 문턱에 막혀 선한 의도의 정책이 현장에서 겉도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서천호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농어촌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이러한 교착 상태를 타개할 새로운 해법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매입'이라는 단 하나의 선택지에서 벗어나 '임대' 또는 '협약'이라는 유연한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 개정안 핵심은 '소유권'과 '활용권'의 분리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소유권'과 '활용권'의 분리에 있다. 지자체가 굳이 빈집을 사들이지 않더라도 소유주와의 합의를 통해 일정 기간 집을 빌리거나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소유주는 집을 팔지 않고도 세금 부담 없이 자신의 자산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지자체는 막대한 매입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즉시 활용 가능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소유주에게는 '자산 보전'의 길을, 행정에는 '효율성'의 길을 열어준 셈이다. 이렇게 확보된 빈집은 지자체가 직접 또는 위탁을 통해 리모델링한 후, 새로운 가능성을 품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귀농·귀촌 희망자를 위한 안정적인 보금자리 △청년 창업가를 위한 저렴한 사무 공간 △마을 주민들을 위한 공동 작업장이나 쉼터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위한 숙소 등 다양한 수요에 맞춘 '맞춤형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부채'에서 '자산'으로, 남해군에 미칠 영향은?

이번 법 개정은 특히 남해군과 같은 지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까지 마을의 골칫거리이자 경관을 해치는 '부채'로 여겨졌던 빈집이, 이제는 새로운 인구를 유치하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소중한 '자산'으로 재평가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가장 기대되는 효과는 귀농·귀촌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고 남해를 찾았다가도 치솟은 집값과 마땅한 거처를 구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많았다.
이들에게 저렴한 임대료의 주거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면 이는 인구 유입을 위한 가장 확실하고 실질적인 유인책이 될 것이다. 나아가 이는 지역 경제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새로운 주민의 유입은 곧 지역 내 소비 증가를 의미하며, 이는 침체된 골목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또한, 빈집을 수리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서천호 의원은 "농어촌 빈집은 단순한 미관의 문제를 넘어, 공동체의 존립과 직결된 심각한 문제"라며 "이번 개정안으로 방치된 지역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농어촌의 정주환경 개선과 관계인구 확대에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 빈집, 보물섬의 잠자는 자산을 깨우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남해군은 전국 그 어느 곳보다 큰 수혜를 입을 잠재력을 가졌다. 2023년 기준 1,000채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 남해의 빈집은 더 이상 방치된 흉물이 아닌 지역의 미래를 바꿀 '자산'이 될 수 있다. 법안의 효과를 남해군의 현실에 맞춰 지역경제, 관계인구 증대, 공동체 및 경관회복 분야로 나눠 살펴보자.



▲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소규모 건설 경기' 부양과 '신규 관광 인프라' 확충

1,000채의 빈집은 1,000개의 '소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집 한 채를 수리하고 새롭게 단장하는 데에는 목수, 미장, 전기, 설비 등 다양한 지역 기술 인력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는 곧 지역 내 건설·인테리어 업계에 직접적인 일감을 제공하고, 자재 판매점 등 연관 산업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경제적 낙수효과'를 일으킨다. 더 중요한 것은 활용 단계다. 수리가 끝난 빈집은 남해군의 부족한 관광 및 비즈니스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워케이션(Workation) 거점

남해군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워케이션 시티' 전략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수도권 기업들이 마을의 빈집 여러 채를 장기 임대해 '위성 오피스'나 직원용 '복지형 숙소'로 활용한다면, 이는 평일 비수기 경제를 활성화하고 고급 인력의 유입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테마형 숙소 및 청년 창업 공간

단순한 민박을 넘어 '예술가의 집', '작가 레지던시', '청년 셰프의 팝업 레스토랑' 등 특색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이는 남해 관광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초기 자본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저렴한 창업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게 된다.



관계인구 증대'주거문제' 해결 통한 인구 유입의 선순환

남해군이 발표한 인구감소 대응 종합대책에 따르면, 청년층이 남해를 떠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주택' 문제다. 이번 개정안은 이 '주거 병목현상'을 해결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정적인 주거 공간은 IT 개발자, 디자이너, 작가 등 원격 근무가 가능한 전문직 인재들을 남해로 유치하는 강력한 무기다. 이들의 유입은 지역에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전파하고, 기존 주민들과 융화되며 공동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낼 수 있다.



'살아보기'의 기회 확대

귀농·귀촌을 꿈꾸더라도 덜컥 집을 사기는 부담스럽다. 저렴한 임대료로 1~2년 살아볼 수 있는 빈집 활용 주택은 '예비 남해군민'들이 지역에 연착륙할 수 있는 훌륭한 디딤돌이 된다.
이는 단기 체류 관광객을 장기 체류 '관계인구'로, 나아가 정주 '생활인구'로 전환하는 핵심 고리가 될 것이다.



공동체 및 경관 회복 '마을의 구멍'을 '소통의 중심'으로

방치된 빈집은 마을의 '구멍'과 같다. 쓰레기가 쌓이고, 범죄의 우려가 생기며, 마을 전체의 활력을 앗아간다. 빈집의 활용은 이 구멍을 메우는 것을 넘어 마을의 새로운 구심점을 만드는 과정이다.
한 채의 빈집이 깔끔한 주택으로 바뀌면, 주변 경관이 살아나고 마을 전체의 이미지가 개선된다. 나아가 그 공간이 '마을 공동 텃밭', '어르신 쉼터', '아이들 공부방' 등 주민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면, 이는 단절되었던 주민 간의 소통을 복원하고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재생을 넘어, 무너져가던 농어촌 공동체를 회복하는 '사회적 재생'의 의미를 가진다.
물론 법안 통과가 모든 문제의 해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리모델링을 위한 예산의 안정적인 확보, 소유주와 사용자 간의 갈등을 중재할 세부적인 운영 지침 마련, 그리고 무엇보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소유'의 족쇄를 풀고 '활용'의 지혜를 택한 이번 법안은 소멸의 위기 앞에 선 농어촌 지역에 중요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방치된 빈집의 굳게 닫힌 문이, 이제 새로운 사람과 활기를 맞이하는 환영의 문으로 바뀔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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