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최근에는 적조 '사중고'에 내몰린 어민들
남해 강진만, 서면, 남면 일대 바다 27일 현재 '적조 발생'
어민, 남강댐 방류 영양염류 유입도 영향 있는 듯
조류 흐름 느려 연안 정체…피해 확산 우려
이태인, 홍성진 기자
2025년 08월 29일(금)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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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대자연의 역습이 시작됐다. 지난 7월 9일 남해안 전역에 고수온주의보가 발령된 이후, 연일 30도에 육박하는 수온이 지속되더니 결국 모두가 우려하던 적조가 붉은 모습을 드러냈다. 27일 현재 강진만, 서면, 남면 일대 바다에 적조가 발생, 폭염과 고수온에 이어 적조라는 자연재난까지 겹치면서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 남해바다는 지금 '거대한 온탕'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7월 9일부터 우리 남해안에 발령된 고수온 주의보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7월 중순, 일부 해역의 수온이 28℃ 이상으로 3일 이상 지속되는 '고수온 경보' 단계를 넘어, 한때 30도에 육박하며 최고 단계인 '심각1' 단계까지 발령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는 사실상 바다가 양식 어류의 생존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하는 적신호였다.
최근 폭우로 남강댐과 섬진강댐이 방류되면서 수온이 다소 하락해 현재는 '주의'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이는 잠시 숨을 고르는 것일 뿐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남해군이 직접 측정하여 국립수산과학원에 제공하는 관내 2곳을 포함해서 5곳의 수온 정보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을 보여준다.
(8월 25일 기준) 상주 앞바다는 전날 최고 27.9도를 기록했으며, 강진만 역시 26.9도까지 올랐다.
기상청은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벳 고기압의 확장으로 폭염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언제든 다시 수온이 급등할 수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물때는 달과 지구의 인력이 약해지는 '조금' 물 때 시기라 조류의 흐름이 매우 느리다.
이 때문에 발생한 적조가 먼바다로 빠져나가 섞이지 못하고 연안에 정체되면서, 적조 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심해져 피해가 확산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남강댐 방류 영양염류 유입도 영향 있는 듯
이번 적조의 주범은 유해성 와편모조류인 '코클로디니움'으로, 이 생물이 폭발적으로 증식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 바로 지금 남해안에 갖춰졌다.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이 작은 단세포 생물은 25~27℃의 높은 수온에서 세포 분열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져 가장 왕성하게 번식하며, 여름철의 강한 햇빛은 광합성을 촉진해 증식에 필요한 에너지를 무한정 공급한다.
여기에 어민들의 주장대로 최근 남강댐과 섬진강댐 방류로 육지에서 다량의 영양염류(질소, 인 등)가 바다로 유입된 것도 기폭제가 된 듯하다. 농경지와 축산 농가, 도심에서 흘러나온 생활 하수 등에 포함된 이 영양염류는 적조생물에게는 '성장 촉진제'가 되어, 대규모 증식의 발판을 마련해준다. 높은 수온, 풍부한 먹이, 강한 햇빛 등으로 남해 바다는 거대한 '적조 배양장'이 되어버린 셈이다. 이는 기후변화가 가져온 이상 고온과 인간의 활동이 만들어 낸 부영양화가 가져온 재앙이다.
▲ 어민들, 잠이 오질 않는다 '노심초사'
"밤에 잠이 오질 않습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바다만 쳐다봅니다." 가두리 양식장을 운영하는 한 어민의 목소리에는 깊은 절망감이 묻어났다. 특히 지난해 고수온으로 조피볼락(우럭)이 집단 폐사하며 수억 원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던 어민들은 올해 또다시 같은 비극이 반복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피해를 막기 위해 남해군은 최근 조피볼락을 선제적으로 방류하며 피해 최소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적조가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바다색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적조는 연안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첫째, 엄청난 수의 적조생물이 밤에 호흡하면서 바닷물 속 용존산소를 고갈시킨다. 또한, 수명이 다한 적조생물의 사체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양의 산소가 소모된다. 결국 바다는 산소가 없는 '죽음의 물덩어리(빈산소수괴)'로 변하고, 어류는 숨을 쉬지 못해 집단 폐사로 이어진다.
둘째, 적조생물의 밀도가 높아지면 어류의 아가미에 달라붙어 물리적으로 호흡을 방해한다. 이는 마치 사람이 미세먼지로 가득한 방에서 숨을 쉬는 것과 같아 질식을 유발한다. 일부 적조생물은 신경계를 마비시키는 독소를 내뿜기도 한다.
이러한 피해는 가두리 양식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동이 불가능한 전복, 소라, 해삼 등 저서생물부터 자연산 어류까지, 연안 생태계의 모든 구성원이 적조의 위협 앞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다.
물고기가 사라진 바다는 새들의 먹이터를 빼앗고, 결국 바다의 먹이사슬 전체를 파괴하는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진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 남강댐 방류로 떠내려온 막대한 양의 쓰레기는 조업 활동마저 방해하며 어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폭염, 고수온, 쓰레기, 그리고 적조라는 사중고에 내몰린 어민들은 그야말로 '사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 남해군, 대피장 등 대책 마련했지만…
남해군은 지난 6월, 유해성 적조 발생에 대비해 해상가두리시설을 옮길 수 있는 대피장(안전해역)을 미리 지정하고 공고하는 등 사전 준비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주 물때는 조수간만의 차가 약하고 연일 폭염이 이어져 적조는 더욱 확산할 것으로 우려된다.
황토 살포와 같은 단기적인 방제 대책을 넘어, 피해 어민들을 위한 재해복구비 지원, 저금리 대출 연장 등 현실적인 보상과 금융 지원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연안 생태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수온에 잘 견디는 돔류나 능성어 같은 양식 품종 개발 및 보급을 서두르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 모색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매년 반복되는 재앙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발 빠른 대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