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우 에세이 - 정정길 재부이동면향우회 고문] "꼰대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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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05(금) 15:19
[ 향우 에세이 - 정정길 재부이동면향우회 고문] "꼰대라떼"
2025년 09월 05일(금) 10:39
꼰대라떼? 요즘 커피숍에 가면 이름도 어려운 커피의 종류가 많이 있다. 그 중에 '~~라떼'라고 하는 커피가 여러 개가 있다. '꼰대라떼', 이 말을 처음 들을 때는 커피 이름으로 머리에 떠올렸다가 알고 보니 젊은 사람들, 소위 말하는 MZ세대가 늙은이를 향해 쓰는 은어(隱語)였다. '꼰대'는 '꽉 막힌 늙은이'를 말하는 것이고, 꼰대 뒤에 붙는 '라떼'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옛날이야기를 하면서 "나 때는 말이야"라고 하는 '나 때'를 붙여 만들어 낸 말이었다.

같은 시대를 살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이가 조금 아래라고 생각되는데 세대 차이가 많이 난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별생각 없이 어린 시절의 이야기나 지난 과거를 말하면 너무나 생소하게 아주 먼 옛날이야기로 듣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근대 우리의 역사가 빠르게 변화하고, 경제가 급속히 성장함으로 인하여 GDP 100불 미만을 경험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다 간 사고(思考)의 차이라 생각된다.

6·25가 발생했을 그때의 일이 아주 조금 생각난다. 가족과 함께 피난을 가서 냇가 언덕 아래 나무 밑에 돌을 깔고 앉아 있었다. 그 후 자라면서는 열 살도 되지 않는 내 또래의 꼬마들이 두, 세 명씩 짝을 지어 깡통을 들고 집 대문 앞에 서서 "밥 좀 주이소"하는 것을 보았다. 그럴 때면 어머님은 사발에 밥을 퍼서 그들의 깡통에 나누어 주었다. 그들은 6·25 때 아버지가 전사한 아이도 있고 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진 아이들이다. 그 때는 그런 애들뿐 아니라 온 국민 모두가 무척 어렵게 살았고, 심지어는 양식이 없어 끼니를 거르거나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것도 보았다. 하는 일이 대부분 농사일인데 죽도록 일을 해도 목에 풀칠하기 어려웠다. 그것도 논마지기나 있는 사람 이야기이고 자기 논밭이 없는 사람은 정말 어려웠다. 눈물 나는 단어 '보릿고개'의 실상은 1950년 이전 출생자라면 작게나마 눈으로 보거나 직접 겪었을 것이다.

1961년 5·16혁명이 발생하고, 그 후 박정희 대통령의 제창으로 '새마을운동'이 실시되었다. '근면·자조·협동'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지역주민 스스로가 잘살아 보자고 일어난 자발적 운동이다. 아침이 되면 마을마다 동사무소에서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우리 모두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라고 하는 노래와 "잘살아 보세~ 잘살아 보세~ 우리도 한 번 잘 살아 보세~"라는 새마을 노래가 울려 나오고, 주민들은 일찍부터 동네 청소를 비롯하여 골목길도 넓히고 지붕도 개량하는 운동이 벌어졌다. 열심히 노력하여 조국 근대화의 기초를 다졌고, 국가도 부흥하여 차츰 가난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1961년 1인당 국민 소득이 79달러, 절대 빈곤율 66.9%로 70%의 사람들이 굶고 살았다. 2021년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 33,591달러, 세계 최하위 나라 '부룬디(Brundi)'의 1인당 국민소득이 272달러이니 비교하면 당시의 실상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던 것이 1979년 1인당 국민 소득 1,709달러로 20배나 증가하고 절대 빈곤율도 11.2%로 감소했으니 실로 한강의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가장 크게 변화를 가져온 것은 1988년 올림픽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사람들이 줄을 서고 질서를 지키려는 선진화 된 생각들을 가지게 된 동기도 1988년 올림픽 때부터이다. 올림픽에 이어 개최된 2002년 월드컵! 특히 우리나라가 4강까지 올라가는 바람에 국민들은 신이 났었다. "대한민국! 짜자작 짝짝!"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신이 난다.

올림픽이 끝난 후인 1990년 1인당 국민 소득은 6,610달러로 경제가 급성장하게 된다. 경기도 좋아 경제가 활황으로 모두가 잘 사는 나라로 변하였다. 자가용 자동차도 이때부터 급격히 늘어나고 학생들은 학원도 몇 군데를 다녀야 하는 극성이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과히 선진국민(先進國民)으로 태어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경제발전을 이룩하여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르고 선진국이 된 것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늙은이의 피와 땀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가난한 조국에 달러를 벌어들이기 위해 월남에 파병되어 포탄이 쏟아지는 정글 속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간 젊은 병사들, 독일에 광부로 파송되어 1,000미터가 넘는 지하 갱도에서 온몸에 석탄 가루를 뒤집어쓰고 땀 흘려 달러를 벌어들인 광부들, 광부들과 같이 독일로 갔으나 말이 통하지 않아 병원에서 눈물로 시체를 닦고 달러를 벌어들인 간호사들, 열사의 중동 건설 현장에서 노동으로 달러를 벌어들인 노동자들, 이들의 피와 땀이 공장이 되고 고속도로가 되었다. 실로 눈물 나는 이들의 희생이 조국의 경제발전을 가져온 원동력이요, 조국 근대화를 이룩한 영웅들이다. 소위 MZ세대가 이런 사실들을 알기나 할까? 알더라도 목숨을 건 그들의 희생과 피눈물 나는 고통과 설움을 잘 모를 것이다.

고생스럽게 살아온 사람들은 지금의 삶과 비교하면 힘들던 옛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부모님 덕분에 편하게 지내면서도 헬조선(Hell 朝鮮)을 말하며 불만인 젊은이들을 보면서 악착같이 살아온 과거가 자신도 모르게 떠오르고, 어쩌면 현재의 모든 것들은 열심히 살아 온 자신의 긍지요 자랑처럼 여겨져 '나 때는 말이야'가 절로 나오는 것이다.

괜히 "꼰대라떼"라 말하지 마라. 늙은이들이 이 나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공로를 알기라도 하면 국가에 아무런 공헌한 일도 없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에서 풍요를 누리면서 늙은이를 폄하하는 자신이 부끄러울 것이다. 대신 작게나마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보내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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