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로 지구 구하기', 남해서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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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로 지구 구하기', 남해서 스타트~!

팜프라 유지황 대표, 두모마을서 청년농부 거점 만들기 돌입
귀농청년 주거안정, 농업 생산성 증대·판로 확보 주력 다짐

김동설 kds1085@nhmirae.com
2019년 07월 26일(금) 16:01
▲'팜프라(FARMFRA)' 유지황 대표는 '농사로 지구를 구하겠다'는 꿈을 품고 청년들의 귀농과 주거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 봄 남해에 들어와 집짓기 사업(코부기)을 진행중이다
▲팜프라가 두모마을(보물섬학교)에서 짓고 있는 이동식 주택 코부기 4호와 팜프라 구성원들. 왼쪽부터 양애진 씨(27, 디자인·마케팅 담당), 유지황 대표(33), 오린지 씨(29, 기록·출판 담당)


▲팜프라는 두모마을 내 보물섬학교(옛 양아분교)를 사업거점으로 삼기로 하고 현재 이전 작업을 진행중이다. 사진은 보물섬학교 전경. 왼쪽하단 건물이 코부기 4호다.


두모마을 내 보물섬학교(옛 양아분교).

평소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잡초가 무성한 이곳에 승합차가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차량에서는 살림에 필요한 물품들이 이것저것 내려졌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으면 유휴지나 다름없는 이곳이 곧 사람이 사는 주거지로 바뀌게 될 것이다.

최근 '팜프라(FARMFRA)' 유지황 대표와 동료들이 두모마을 보물섬학교를 자신들의 활동 근거지로 삼기로 하고 이전 작업을 진행했다.

농어촌 고령화와 청년인구 감소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청년층의 농어촌(남해) 유입 및 주거안정을 위해 선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민간 청년기업 팜프라.

지난 23일 보물섬학교에서 팜프라 유지황 대표를 만나 그가 이룬 것과 이루어 갈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청년 유지황, '농사로 지구 구하기' 꿈꾸다

"대학에 다닐 때부터 기아(飢餓)문제에 관심이 있었어요. 동남아 배낭여행을 다니며 자동차 밑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을 봤고 이들을 위해 식량과 주거, 교육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죠. 그때부터 나 스스로 농사를 짓고 관련 기술을 익혀 그들을 돕는 데 쓰임 받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어요."

이제 약관(弱冠)을 갓 넘긴 청년 유지황의 생각. 농사로 지구를 구하고 싶다는 그의 꿈은 지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실행된다.

그는 통영시에서 땅을 임대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밭을 고르고 퇴비를 뿌려 가며 열심히 땅을 일궜고 적지만 소출도 냈다. 그러나 초보농부 유지황 청년의 농사짓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땅 주인으로부터 퇴거 요청을 받자 나갈 수밖에 없었던 것. 어떻게든 농사를 계속 이어가고자 했으나 행정관청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 '농사를 지으려면 내 땅이 있어야한다'는 교훈을 얻은 순간이었다.

이후 유지황 씨는 세계를 두루 다니며 각국의 농업현장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지방소멸'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는 소멸우려 지역에 대한 청년 이주 및 투자정책에 대해, 프랑스와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에서는 50%에 달하는 청년 실업률로 생존을 위해 농사를 짓는 청년들의 모습과 반대로 청년들의 농업 정착을 위해 지역사회 어른들이 토지와 집, 자본을 후원하는 시스템을 목격했다.

세계 각국의 농장과 농업형태를 경험하며 유지황 씨는 자신이 한국에서 해 나갈 일에 대한 방향성을 설정했다.

"세계 여러 농장들을 돌면서 막연했던 것에 대한 해답을 얻었어요. 토지와 주거지 문제를 해결하고 농사를 통해 함께 상생하는 공동체 시스템을 갖춰가는 것, 청년 농부들을 지원하고 이들이 지은 농작물을 소비자와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거죠."



▲팜프라(FARMFRA), 귀농청년 주거안정과 농업기반 닦기

지난 2018년 청년벤처기업 팜프라(FARM+(IN)FRA)가 설립됐다. 팜프라에는 농업인프라를 구축해 청년농부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그들의 농업을 지원하며 생산된 농산물의 판로를 확보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회사가 선 것은 지난해지만, 전언한 바와 같이 유지황 대표의 꿈은 2013년부터 실행되기 시작했고 2016년에는 청년농부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집짓기 사업이 펼쳐졌다. 진주에서 시작된 그의 집짓기는 올 들어 남해로 이어졌다.

"저희가 짓는 집은 '코부기'라고 불러요. 코부기(COBUGI)는 '협동'이라는 뜻의 'Cooperation'과 (거)북이(BUGI)를 합성한 말로 '청년들이 빌린 땅에서 나가거나 이주할 때 들어서 이동할 수 있는 집'이라는 의미죠. 물론 한 곳에 정착하게 되면 집도 그냥 그 자리에 있으면 되고요. 남해로 오게 된 이유는 경상남도에서 남해군을 추천해 주셨고 그것이 군수님과 면담으로 이어졌어요. 그렇게 남해로 오게 됐고 상주중학교 여태전 교장선생님과 인연이 닿아 상주에서 집짓기를 계속하게 된 거죠."

팜프라 구성원들이 건축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코부기'를 전문 업체가 지은 이동식 주택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팜프라가 집을 짓는 목적은 '집을 지어 판매하는 것' 보다는 '청년들의 귀촌과 주거안정을 위한 집짓기 교육'이었고 코부기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지금 보물섬학교에서는 코부기 4호가 지어지고 있다. 화장실과 주방시설, 거실, 2층 침실로 구성된 20㎡ 안팎의 작은 집이다.

이 집이 완성되면 보물섬학교 내 일부 방갈로와 함께 팜프라 동료들의 거주지로 사용될 것이다.

유지황 대표는 팜프라가 남해 귀촌을 원하는 청년들의 거점이 되기를 바란다.

그는 "가능하면 남해에 정착하고 싶어요. 우리가 있으면 이곳에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죠. 몇 달 전에 열린 코부기 4호 남해워크숍에는 40~50명 정도의 청년들이 참여했는데 이렇게 집을 지어봤기 때문에 실제로 자신의 집을 지을 때 참고가 될 거예요. 이곳이 계속 청년들이 와서 뭔가 실험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유 대표는 지금까지 활동의 성과에 대해 "우리 구성원들이 점점 성장해 가고 있는 것이 성과라고 봐요. 집짓기 워크숍에 해마다 200~300명은 거쳐 가는데 교육을 통해 농촌사회구성원으로서 의식이 높아져 가고 있죠. 이런 것들이 지방소멸 극복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겁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현재 유 대표와 팜프라는 집 짓기 작업에 몰두하고 있지만 두모마을 주변에 농지가 확보되는 데로 농사도 병행할 생각이다.

유지황 대표는 "조만간 두모마을에 땅을 임차해 농사를 지을 생각이에요. 우리가 생각하는 농업방식은 공동체지원농업(CSA)을 통한 다품종소량생산입니다. 조직 구성원들이 함께 작물을 선정하고 농부가 수 십 가지 농작물을 생산하면 소비자들이 농장을 방문해 수확·구매 해가는 시스템이죠. 물론 팜프라가 주거지와 농작물 생산, 판매까지 함께 할 겁니다"라며 이후 팜프라의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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