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천면 반디농장 부부의 촌(村)살이◁ '남해 레드향'으로 '남해 알리미'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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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천면 반디농장 부부의 촌(村)살이◁ '남해 레드향'으로 '남해 알리미' 되고파…

2016년 귀농 김창일·김영희 부부, 설천에 '반디농장' 열어
남해 최초 레드향 농가, 작목반 설립·레드향 브랜드화 포부

김동설 기자
2020년 11월 27일(금) 10:17
달콤하고 과즙이 풍부하며 얇고 붉은 껍질을 가진 신품종 감귤 레드향(Red香).

천혜향, 한라봉, 황금향 등 같은 집안 종친들 사이에서도 당도가 발군이어서 누구나 한번 먹어 보면 홀딱 빠질 수밖에 없는 황제의 과일이다.

그런 레드향을 이제 남해산(南海産)으로 맛 볼 수 있게 됐다.

설천면 비란리 '반디농장'에서 5년째 자라고 있는 레드향들이 내년 초 출시를 앞두고 속을 옹골차게 채워가고 있는 것.

'백문이 불여일견'. 맛을 봐야 기사를 쓸 수 있지 않겠냐며 내민 레드향을 맛보니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것이 완전히 숙성돼 수확하게 되면 그 때는 얼마나 달고 맛날지, 기대감에 맘이 설랬다. 아울러 멀지 않은 미래에 남해 레드향 브랜드를 달고 전국 각지로 퍼져 보물섬 남해를 전국에 알릴 것을 생각하니, 과일의 레드 컬러가 '페라리(Ferrari)의 빨간색' 못지않게 예뻐 보였다.

설천에서 남해 레드향을 만들고 있는 귀농 5년차 김창일·김영희 부부. 지난 23일 두 사람을 만났다.



▲반디농장은 남해군 최초의 레드향 농장으로 내년 초 본격적인 수확을 앞두고 있다. 농장에서 작업 중인 부부 모습


▲김창일·김영희 부부는 지난 2016년 남해로 귀농해 설천면 비란리에 '반디농장'을 열었다


▲남해 최초 레드향 농가, 설천면 '반디농장'

경북 안동 출신인 김창일 씨는 일찍 서울로 올라가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본래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지라 농사DNA를 타고 났는지 결국 여수시로 내려와 농업인의 길로 들어선다.

"여수시에서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받아 3년간 농업인대학과 마스터대학 과정을 수료했어요. 처음에는 남쪽 기후에 적당한 감귤류 중에서도 천혜향을 생각했는데 제주도나 고흥군 천혜향 재배지를 돌아보니 농가가 너무 많더라고요. 그러던 중 지인이 레드향 농사를 권유해 알아봤더니 천혜향보다 여러모로 낫더군요. 그래서 레드향을 키우기로 결심했죠."

김 씨의 눈에 제주도와 고흥군의 천혜향 농업은 전망이 불투명해 보였다. 농가가 너무 많아 7~8년 후면 과일가격이 생산비에 미치지 못해 과수원을 갈아엎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레드향은 앞으로 12~13년은 끄떡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그는 주저없이 레드향 농사를 짓기로 마음 먹었다.

2016년, 김창일·김영희 부부의 남해생활이 시작됐다. 남해가 레드향 농업의 최적지라고 판단해서다. 설천면 내곡마을 회관 인근 야산(비란리 728-1)에 자리를 잡은 두 사람은 농장이름을 '반디농장'이라고 지었다. 하우스 안에 반딧불이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딸이 제안한 이름이다.

"남해는 제주도와 기후가 비슷합니다. 오히려 일조량은 제주보다 더 많고 태풍피해도 상대적으로 적지요. 섬이지만 교량으로 육지와 연결돼 있어 물류비도 제주보다 적게 들고요. 상품만 제대로 만들면 제주도 레드향보다 남해 레드향이 여러모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부부는 2017년 제주에서 레드향 묘목을 구해 포트에 이식, 토양 적응과정을 거쳐 2018년 본밭에 식재했다.

처음 짓는 레드향 농사에 부부는 그야말로 자식 키우듯 총력을 기울였다. 유기엑기스를 만들어 미생물 농법을 적용하고 자닮유황도 만들어 뿌렸다. 거름은 파프리카 농장에서 쓰던 수입산을 가져다 계분과 부엽토 등을 섞어 재생해 사용했다.

두 사람의 꿈을 담은 레드향은 2019년 첫 열매를 맺었다.

"본밭에 묘목을 심어 75~80% 생존시키면 성공이라고 말하는데 저는 95%를 살려냈어요. 작년에는 50개 정도 결실을 보았고요. 모두 수거해서 지인들을 대상으로 시식회를 해보니 다들 '아주 맛있다'라는 반응이었어요. 당도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13Brix 이상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수확이 시작되는데 상품 경쟁력은 충분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레드향 시세는 3kg 한 박스에 3만원 정도로, 반디농장에서는 2만5000원 정도에 출시해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방침이다.

김창일·김영희 부부는 "2021년 1월 초면 남해산 레드향을 맛 보실 수 있습니다. 당도와 가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반디농장 레드향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김창일·김영희 부부는 지난 2016년 남해로 귀농해 설천면 비란리에 '반디농장'을 열었다


▲작목반 결성, 브랜드화가 관건

남해에서 레드향 농가로 안착하고 있는 김창일 씨 부부는 작목반을 꾸려 함께 일할 농가를 찾고 있다.

김창일 씨는 "5개 농가가 모이면 작목반을 결성할 수 있어요. 작목반이 만들어지면 판매하기에 충분한 남해 레드향 물량이 확보되고 박스 제작이나 홍보활동, 저온창고 등 여러 가지 지원도 받을 수 있어요. 자리만 잡히면 500평당 3000만원 정도, 나무 한 그루 당 20만원 쯤 소득이 가능한 것으로 압니다. 뭐 일단 제가 성공을 해야 저를 보고 함께 일하실 농가가 생기겠죠.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남해 레드향을 키워낼 생각"이라고 레드향에 대한 농가의 관심을 당부했다.

이어 "작목반이 만들어지면 남해 레드향 브랜드도 만들어 낼 수 있겠죠. 수산업의 '죽방렴 멸치'처럼 남해 농업을 대표해 '남해'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레드향 브랜드를 반드시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레드향 농업에 관심이 있거나 반디농장 레드향과 관련한 궁금증이 있으신 분은 김창일 씨(010-3897-3722)에게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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