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명의 남해시론]결혼할 의향도, 아이 낳을 생각도 없다

  • 즐겨찾기 추가
  • 2024.10.18(금) 11:03
[김재명의 남해시론]결혼할 의향도, 아이 낳을 생각도 없다
2024년 07월 26일(금) 10:40
2023년 6월 14일 발행된 한국리서치 주간리포트(제234-2호) '여론 속의 여론'에 따르면 소위 결혼 적령기이고 가임 능력이 가장 탁월한 연령대인 18세부터 29세까지의 남녀(이하 이대남, 이대녀라고 칭함) 대상으로 결혼에 대한 인식과 관련하여 설문을 조사한 바가 있다.

결혼은 해야 한다고 보는가? 라는 질문에 이대남의 53%가 해야 한다고 답했고, 이대녀의 경우는 15%만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결혼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이대남은 56%, 이대녀의 경우는 35%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우리 사회가 미혼 남녀에게 결혼할 것을 강요하는 분위기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이대남의 43%, 이대녀의 73%가 그렇다고 답했다.

결혼하지 않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주장에 대해 어떤 의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대남은 49%, 이대녀의 경우는 7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나서서 소개팅 주선, 미혼 남녀 소통 교류 모임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의견에 가까우십니까? 라는 질문에는 이대남은 51%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이대녀는 18%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거주하고 계신 지방자치단체에서 소개팅 주선, 미혼 남녀 소통 교류 모임 등을 진행한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이대남의 28%가 참여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고, 이대녀의 경우엔 4%만이 참여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결혼은 당연히 해야 한다는 우리의 관습적 정서와는 달리 현재 젊은 세대들의 결혼관은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는 결과치에 대해 격세지감을 느낀다. 물론, 출산은 결혼가정의 자녀 말고도 비혼 출산의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비율은 2% 정도에 지나지 않고, 98%는 결혼가정에서 이루어진다.

아이의 출생은 결혼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위 설문조사를 보면 남자의 경우 겨우 절반 정도가 결혼의 의사를 표하고 있고, 여자의 경우 결혼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 15%밖에 안 되는 실정이니 옛말에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라는 말이 참으로 절절하게 다가온다.

5-60년대 한국의 출생자 수는 100만이 넘었다. 지금은 25만이 안 된다. 출산율 기준으로 보면 재작년에 0.78이던 것이 작년엔 0.72로 낮아졌고, 금 년엔 0.7도 무너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다.

"한국 완전히 망했네요.(Korea is so screwed.)"

이는 지난 6월 EBS 창사 50주년 특집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법대 명예교수가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 0.78을 확인하자마자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내놓은 반응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한국에서 야망 있게 일하면서 아이를 책임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라며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과거의 일하는 방식이 현재의 한국 사회를 약화시키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돈을 준다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단언하며, '일하는 방식'의 혁명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라며, "아이 낳기를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의 청년들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라며 진심으로 한국 청년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길 촉구했다.

또한 "한국은 어떤 국가들보다도 물질적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상대적으로 중산층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어 버렸다" 하며 그래서 한국 청년들이 "미래의 아이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아이를 갖기 주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출산의 정책이 아이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가, 아니면 어른에게 맞추어져 있는가? 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과 결혼과 출산을 위한 환경을 어떻게 조성하는 것이 멸종의 위기에서 벗어날 것인가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내용이라 착잡한 심정이었다.

최근 들어 정부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의 심각성을 깨닫고 특단의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십 수년간 380조의 천문학적 대응자금을 투입하였음에도 별다른 성과 없이 출산율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단이라며 내세운 정책도, 기대와는 달리 결혼 적령기의 후퇴로 인한 난임 문제의 지원책을 빼고는 보조금인상 측면에 무게를 실었지 딱히 획기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출산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종족 번식의 본능과 연관되어 있다. 환경만 조성되면 누군들 자기 자식을 낳아 키우는 일상의 시간을 통해 느끼는 사소한 행복, 묘한 즐거움, 나를 닮은 대를 이어 간다는 것이 인간의 삶에 있어서 얼마나 고귀하고 숭고한 진리인가를 깨닫게 하는 인문적 가치가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어느 분이 인터넷에 50년대부터 60년대 그 어려운 시기에 우리의 부모님들은 정부의 보조 한 푼 없어도 아이를 많이 낳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하고 물었는데 요즘 세대들은 다음과 같이 답글을 달았다. 피임에 대한 의학적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남아 선호사상으로 인한 아들을 얻기 위해서, 농경사회라 어릴 적에 죽는 아이가 많아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여자는 아이 낳는 도구라는 여성의 권리가 확보되지 못한 사회의 의식구조 때문에, 통금이 있어서 일찍 잠자리에 들면 할 일이 없던 때라 아이 만드는 것 말고 할 게 없어서 등의 댓글로 주를 이루었다.

대가족 중심의 사회에서 조부모, 삼촌, 형제 나아가 이웃들까지도 육아를 책임졌던 아름다운 전통적 생활방식이 근간이 되어 많이 낳아도 힘을 나누면 충분히 가능했던 출산의 미덕은 사라지고 지극히 말초적인 사고로 접근하는 걸 보고 기가 막혔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면 미혼자의 경우, 경제적 안정이 안 됨이 44.7, 양육 교육비 부담이 19.3, 자신의 자유로운 생활 방해가 12.6, 아이 돌봄시설 서비스 미확충이 7.8, 주거환경 부담 7.6, 일이 많아서 6.5, 아이가 안 생겨 0.7의 순으로 조사 되었다. 약간의 비율적 차이는 있었지만, 기혼자 경우도 순위는 같았다.

이 조사에서도 결론은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출산하더라도 경력이 단절되지 않아야 하고 안정적 주거와 경제적 안정이 보장되고 아이를 교육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라는 것,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한다면 정부는 단순히 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워킹맘과 전업맘이 쏟아붓는 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여 경력을 내려놓고 아이를 돌보는 것 자체가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도 일 중심이라는 핑계로 카페, 식당, 노래방, 게임방 술집 등 유흥 등으로 밤이 화려한 '재미있는 지옥'이 아니라 산책, 캠핑, 공원바베큐,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같은 '지루한 천국'이 되도록 패러다임을 바꾸어 가족 중심의 문화를 정착시켜 육아를 분담하는 것도 서둘러야 한다는 어느 미국 이민자의 경험담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1등 아니면 안 된다는 극단적 비교에서 허우적거리지 않도록 공교육의 변화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아이를 낳으면 애국자고, 그렇지 않으면 매국노라는 기성세대의 이분법적 시각과 또 다른 형태의 세상을 사는 신세대 간의 삶의 방식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고 이를 조화시키는 대안을 통해 참다운 인생의 보람이 사람 속에서 이어져 간다는 것을 깨닫는 문화를 정착시키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인기기사 TOP 5
남해
자치행정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