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명의 남해시론]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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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18(금) 11:03
[김재명의 남해시론]공무원
2024년 08월 16일(금) 09:50
공무원은 법률에 따라 철저하게 신분의 보장을 받는다. 즉, 법이 정한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면직 등 신분상의 불이익 처분을 할 수 없게 되어있다. 만약, 불이익 처분에 대하여 이의가 있는 공무원은 소청심사청구를 요구할 수 있고, 누구나 근무조건 또는 인사관리 기타 신상 문제에 대하여 인사 상담이나 고충에 대한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공무원을 속된말로 표현할 때 사용하는 '철밥통'이란 말의 근원이 여기서 유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여야 하며, 일반회사들과는 달리 여러 가지의 복무에 대한 의무를 지우고 있다. 성실의 의무, 복종의 의무, 직장이탈금지 의무, 친절과 공정의 의무, 비밀 엄수의 의무, 청렴의 의무, 품위 유지의 의무, 영리업무 겸직 금지의 의무, 단체행동과 정치 행위의 금지의무 등과 같은 것이 그러한 것이다. 신분이 보장된 상태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보수를 받으니 그만큼 강제화된 규범 속에서 행동의 제약을 받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공무원의 복무에 대한 의무 중 고객인 국민의 인격을 존중하며, 친절하고 공정하게 그것도 신속 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친절과 공정의 의무'조항과 지위와 역할이 나누어져 있는 계층제 하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조직 내의 질서 유지 및 기강 확립을 위하여 규정하고 있는 '복종의 의무'를 제외하고 나머지 것들은 사실상 조직 내부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이고 개인의 품성이나 소양에 좌우되는 문제라서 민원인과는 민감한 충돌이 발생할 소지는 적다고 본다.

대부분은 친절·공정하고 신속·정확하지 못한 경우로 인하여 민원인의 불만이 발생하고 이는 공동체로부터 공무원의 질을 평가하는 가늠자가 된다. 조금만 불친절하거나 공정성을 잃었을 때, 굳이 정해진 처리기한을 다 채우려 하거나 전문적 지식이 모자라서 정확도가 떨어질 때는 가차 없이 전체 공무원이 싸잡혀 매도당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요즘은 웬만한 민원인은 미리 전문성을 충분히 확보하여 업무를 처리하려고 한다. 그러기 때문에 조그만 허점이라도 노출되면 당장에 자질과 능력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

공무원은 규정상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소속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그런데 상관의 명령이 공무원의 다른 행동 규범과 상충 될 때나 업무상 위법 부당한 경우에 처한다면 해당 공무원은 갈등에 빠질 수밖에 없다. 본능적으로 그걸 피하려 소극적 자세를 견지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게 된다. 그래서 욕먹을 쭉정이는 다 걸러내고 내게 유리한 알곡만 취하여 보고하려는 태도를 견지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계층별로 있는 그대로의 내용과 시의적절한 보고가 이루어져 최종결정권자인 전결권자나 군수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텐데 사실이 왜곡되거나 지연됨으로써 민원인의 원성을 발생시키는 경우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친절과 공정의 의무' 그리고 '복종의 의무'는 민원인을 상대로 한 공무의 처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최접점에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깊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 다르다는 것은 부조화가 아니라 다양성을 가진 개성 있는 아름다움이다. 다름이 존중받을 때 조직이나 공동체는 시너지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사회나 조직은 부조화로 인하여 갈등한다. 결국, 그로 인한 손해는 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몫이다. 각자의 입장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선 눈높이를 맞대고 속내를 드러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비록 직급의 차이가 확연한 계급조직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만들어진 소통은 서로의 다름을 용인하는 문화를 조성하게 된다. 즉, 다름의 풍부한 개성이 전제된 분위기가 만들어졌을 때 보다 건강한 형태로 복종이 빛을 발하고 공동체는 전체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파이를 확장해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슨 일을 기획하여 추진하다 보면 저항에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저항이 있다는 건 무언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증거다. 안일무사(安逸無事)와 같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신주의는 세상을 망친다는 경종을 가볍게 여기선 안 된다. 혁신을 위해선 무언가를 생각해야 하고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모든 이들이 평화를 갈망하며 이상을 꿈꾸지만 정작, 역사는 폭력이라는 거센 물결에 저항함으로 인하여 변화되어왔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석학으로 손꼽히는 '아놀드 토인비'는 그의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문명의 발전은 '도전(挑戰)과 응전(應戰)' 속에서 발전한다고 했다. 저항이 있기에 응전하는 것이고 저항을 두려워해서 도전하지 않으면 발전도 없다는 의미다.

참 외람 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나는 우리 공동체의 모두가 바뀌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행해서 공무원사회의 문화가 이런 문제들에 대하여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변화를 위한 지혜를 모아가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왜냐하면, 적어도 공무원사회는 다른 조직과 비교해 매우 잘 갖추어진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구성원들의 자질 면에서도 일정한 거름장치를 통하여 선발되었기 때문에 우수하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옳은 가치의 보편화를 달성하거나 보다 전문적인 방향으로 거듭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게 사실이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며 "바꾸자! 다 바꾸자!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모두 바꾸자!"라고 했던 선언처럼 남해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기 위한다는 충정으로 확 바뀌는 새로운 모습으로 군민들에게 다가오는 그런 변화가 피부로 느껴지면 좋겠다. 항상 선택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나날이 발전해나가는 공무원의 모습을 보며 공복(公僕)된 자의 됨됨이에 감동하고 신뢰하는 가운데 군민도 따라 변하는 바이러스가 우리 공동체에 만연해지기를 고대한다.

어떻게 보면 혁신은 꼭 거창하게 다가오는 것만은 아니다. 그 사례로 대표적인 것이 우리 군과 가까운 거제시의 '여경상' 과장의 경우다. 그는 2017년 주민생활과장으로 재직 중에 정부로부터 4등급 녹조근정훈장을 수상하였다. 재직 중인 공무원의 훈장 수상 경우는 흔치가 않은 일이다. 그는 2008년 사무관으로 승진한 직후 마전동장, 옥포1동장으로 재직하면서 매일 8시 이전에 출근해 통장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밤사이 각종 사건 사고들을 챙겼으며, 오후에는 지역 순찰을 돌며 주민불편사항을 파악해 우선 해결하고, 어려운 어르신 40여 명을 목욕탕 업주(장승포동 수정탕, 옥포동 월드24시)의 도움을 받아 월 2회 무료 목욕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옥포1동장 재직 때는 새벽 4시 쓰레기차량을 타고 수거 인부들과 오전 동안 수거를 함께 하면서 인부들의 고충을 체험으로 이해하였으며, 주민들의 쓰레기 불법 무단투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2013년 정보통신과장 재직 때는 경남에서 최초로 통합관제센터를 설치했고, 교육체육과장을 지내면서는 하청시립도서관 건립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감사법무담당관 재직 때인 2016년은 4000여 건이 넘는 유기시키고 있던 접수 민원에 대해 매일 모니터링으로 민원인의 불편을 해소하는 등 신속한 인허가 처리에 도움을 주어 모든 업무를 남다른 열정으로 추진했다. 그런 공적으로 인한 수상이었다. 그는 2020년 퇴직 시에도 다시 3등급인 홍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그의 공적 내용은 복잡한 알고리즘을 풀어내는 어려운 것도 아니고 획기적인 창의성을 요 하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봉사하고자 하는 대상이 거제시민으로 명확하고 단순했으며 같이 일하는 동료의 고충을 이해하려는 배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생각 속에 행동을 가두지 않고 실천으로 옮겼다는 점이다.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삶을 만한 귀감 (龜鑑)이다. '링컨'의 유명한 연설문에 나오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처럼 군민과 같이하는 공무원이 되기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 주길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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